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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소리. 그것이 시간의 흐름조차도 느리게 만들고 있는 듯이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여기에 오고 나서 느긋하게 지낸 적이 없었다.

시간을 아까워하며 줄곧 일만 하고 있었다.

지나가버린 시간을 돌아봐봤자 처음부터 다시 바꾸기라도 하지 않는 한 원래대로는 돌아가지 않는다. 잘 알고 있는 일.

게다가 바꾸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없었다. 여기에 온 것은 물론이고 지나간 날들에 후회는 없었다.

오히려,

“진짜 재미있군...”

어이없을 정도로 흡족한 만족감 때문에 그는 반쯤 웃고 있었다.

벤치의 등받이에 기대어 하늘을 우러러보니 변함없이 그림에 그린 듯한 푸른 하늘에 날개를 펼친 고래가 유유히 헤엄치고 있는 것이 멀리 비쳤다.

배경의 구림이 뭔가에 운반되듯이 흘러가고 있었다.

그때였다.

“어이, 뭐 해?”

불현듯 목소리가 들렸다.

“어?”

그는 놀라서 등을 폈다.

어쨌든 이 거리에 와서 누군가가 말을 걸어온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말을 걸어온 사람은 처음 보는 낯선 남자였다.

하지만 그는 남자가 누구인지 금세 알 수 있었다.

남자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말을 걸어온 것이다.

“이거 놀랐는데? 설마 이런 데서 다른 녀석과 만날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그렇게 말하고 남자는 붙임성 있는 미소를 지었다.

“이런 데에 있어서 미안하다.”

그는 가까이 걸어오는 남자에게 농담하듯 대답했다.

“아아, 미안. 그쪽을 바보 취급할 마음은 없었어.”

미안한 듯이 뺨을 긁적거리는 남자는 그보다 몇 배는 더 커다란 체격을 갖고 있었다. 완전히 노출된 울퉁불퉁한 근육, 그리고 특징적인 것은 그 불타듯이 새빨간 갈기 같은 머리와 웃는 입가에 보이는 날카로운 송곳니... 흡사 사자 같았다.

‘비스트 타입인가?’

그는 그가 알고 있는 지식을 뒤져보았다.

분명 사자 수인은 마법에는 서툴지만 체력적인 면에서는 사람보다 뛰어나다고 알고 있었다. 물론 개인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먼저 싸움을 걸지 않는 부족에 속했다.

“난 ‘사루쿠’라고 해. 이 거리 서쪽으로 가면 나오는 숲 마을에서 왔어.”

이름을 밝히자 남자는 “잠깐 실레” 하고 말하면서 거구를 쑤셔 넣듯이 그와 같은 벤치에 걸터 앉았다.

무심코 웃어버릴 만큼, 폭이 넓던 벤치가 단숨에 좁아졌다.

“그쪽은?”

남자가 물었다.

물론 이름을 묻는 것이다.

“나는-‘니이노’.”

대답했다.

하지만 그것은 가명이었다.

그리고 방금 남자가 밝힌 ‘사루쿠’라는 이름도 마찬가지로 가명.

니이노에게도 사루쿠에게도 진짜 이름이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그들 같은 존재는 가명...이라기 보다도 애칭-닉네임 같은 것을 쓰는 것이 통례였다. ‘이곳’과 ‘그곳’은 연결되어 있지만 다른 세계라는 사실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했다. 여기는 여기, 거기는 거기, 기본 중의 기본인 것이다.

“이런 거리에 있는 걸 보면 니이노는 사냥과 헌터 일을 하고 있나보군?”

그러나 한편으로 사루쿠는 여기에서 본인 이외의 다른 ‘누군가’를 만난 적이 처임인지 여러 가지를 물어왔다. 들떠 있었다.

그도 ‘누군가’와 접촉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들뜰 정도는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흥미를 느끼고 있엇다.

“뭐, 그렇지. 어제는 지룡 퇴치 일을 했더니 임금을 꽤 좋게 받아서.”

“지룡이라. 그거 엄청난 거물인데.”

사루쿠는 거구를 웅크렸다.

덩치가 큰 사자 타입이긴 하지만 고양잇과의 얼굴을 하고 있기 때문인지 어딘지 모르게 애교 있게 느껴졌다. 이렇게 이야기 하고 있을 때의 느낌으로는 전혀 나쁜 녀석 같지는 않았다.

“아니, 별 볼일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