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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지 않으면 독이 풀려버리겠지. 슬슬 마무리를 지을까. 듀얼의 때부터, 매일 밤 꿈에서 봤다고.....이 순간을 말이야.....”

거의 완전한 동그라미로 활짝 뜨인 눈에 망집의 불꽃을 태우고, 양끝이 치켜올라간 입에서 긴 혀를 내민 크라딜은 발돋움까지 해가면서 검을 높이 쳐들었다.

그 몸이 움직이기 직전, 나는 오른손에 쥔 투척용 픽을 손목의 움직임만으로 날렸다. 피격 데미지가 커지는 안면을 노렸으나, 마비로 인한 명중률 저하 판정 탓에 궤도가 빗나가 강철 바늘은 크라딜의 왼팔에 박혔다. 절망적일 정도로 약간 크라딜의 HP바가 감소했다.

“....아프잖아.....”

크라딜은 콧날에 주름을 잡으며 입술을 비틀어 올리더니 검 끝을 내 오른팔에 가져다댔다. 그대로 두 번, 세 번 비집듯이 회전시킨다.

“...윽!”

아픔은 없다. 그러나, 강력한 마비를 받은 위에 신경을 직접 자극당하는 불쾌한 감각이 전신을 내달린다. 검이 팔을 헤집을 때마다 내 HP가 조금씩이지만 확실한 속도로 줄어들었다.

아직이냐....아직 독은 사라지지 않는거냐....

이를 악물고 견디며 몸이 자유로워지는 순간을 기다렸다. 독의 강도에 달렸지만, 보통 마비독에서는 5분 정도면 회복되기 마련이다.

크라딜은 한 번 검을 뽑고는, 이번에는 왼쪽 다리에 찔러넣었다. 다시 신경을 마비당하는 듯한 전류가 내달리고, 무자비하게 데미지가 가산되었다.

“어때....어떠냐...곧 죽게 된다는 건 어떤 느낌이냐....좀 가르쳐주라...응?”

크라딜은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로 말하며 가만히 내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뭐라고 말해봐 애송이....죽지 않고 싶다고 울어봐....”

나의 HP가 마침내 5할을 하회하고, 옐로우로 변색됐다. 아직 마비에서 회복되지 않는다. 전신을 서서히 차가운 것이 에워싸기 시작했다. 죽음의 가능성이 냉기의 옷을 몸에 두르며 발밑부터 기어오르고 있다.

나는 이제까지, SAO 내에서 수많은 플레이어의 죽음을 목격해 왔다. 그들은 모두, 반짝이는 무수한 파편이 되어 흩어지는 그 순간, 똑같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것은 자신이 죽는다는 것이 정말로 있을 수 있는 일일까? 하는 소박한 의문의 표정이었다.

그렇다. 아마 우리는 모두 마음속 한구석으로는 이 게임의 대전제가 된 규칙, 게임 내의 죽음이 곧 실제 죽음이라는 사실을 믿지 않고 있는 것이다. HP가 0이 되어 소멸하면 실제로는 아무 일도 없이 현실세계로 귀환할 수 있는 건 아닐까- 그런 희망과도 같은 예측. 그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죽어볼 수밖에 없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게임 내에서의 죽음이라는 것도 게임 탈출의 길 중 하나가 될지 모른다-.

“어이어이, 뭔가 말해보라구. 정말로 죽어버린다?”

크라딜은 검을 다리에서 뽑혀, 배에 찔러넣었다. HP가 크게 감소하며 위험을 알리는 붉은 영역에 달했지만, 그것도 어딘가 먼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여겨졌다. 검에 난도질을 당하면서도 내 사고는 빛이 들지 않는 어두운 오솔길로 도망치려 하고 있었다. 의식에 두텁고 무거운 천이 덮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돌연 내 심장을 무시무시한 공포가 움켜쥐었다.

아스나. 그녀를 두고 이 세계에서 사라진다. 아스나가 크라딜의 손에 떨어져 나와 똑같은 고통을 겪는다. 그 가능성은 견디기 힘든 아픔이 되어 내 의식을 각성시켰다.

“크오옷!!”

나는 양 눈을 부릅뜨고, 자신의 배에 꽂힌 크라딜의 검의 도신을 왼손으로 움켜쥐었다. 힘을 쥐어짜내며 천천히 몸에서 뽑아냈다. 남은 HP는 앞으로 10퍼센트 남짓. 크라딜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어...어? 뭐야, 역시 죽는 게 무서웠냐?”

“그렇다.... 아직...죽지 않아....”

“캇!! 햐하하!! 그러냐, 그렇게 나와야지!!”

크라딜은 괴조 같은 웃음을 흘리며 검에 모든 체중을 실었다. 나는 그것을 한 손으로 지탱한 채 필사적으로 견뎌냈다. 내 근력과 크라딜의 근력 사이에 복잡한 보정이 가해지고 연산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 검끝은 중간에 있었지만, 확실한 속도로 다시 하강을 시작했다. 나는 공포와 절망에 감싸였다.

여기까진가.

죽는건가. 아스나를 혼자, 이 미친 세계에 남겨두고.

가까워져 오는 검선과, 가슴속에 치밀어 오르는 절망, 이 두 가지에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죽어-!! 죽으라고오오-!!”

쇳소리로 크라딜이 절규한다.

1센티, 또 1센티로, 둔중한 빛을 발하는 금속형의 살의가 내려온다. 끄트머리가 내 몸에 닿고- 살짝 파고들며-....

그 때, 한 줄기 질풍이 불었다.

백과 적의 색을 띤 바람이었다.

“어...라......!?”

경악의 외침과 함께 고개를 든 직후, 살인자는 검과 함께 하늘 높이 튕겨져 날아갔다. 나는 눈앞에 날아든 사람의 실루엣을 아무 말도 못하고 바라보았다.

“....늦지 않았어....늦지 않았구나....하나님....늦지 않았어요....”

떨리는 그 소리는, 천사의 날갯소리보다도 아름답게 울렸다. 쓰러지듯 무릎을 꿇은 아스나는 입술을 부들부들 떨며 눈을 한껏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살아있어.....살아있구나 키리토....”

“아아....살아있어....”

내 목소리는 스스로 생각해도 놀랄 만큼 힘없이 잠겨 있었다. 아스나는 크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오른손으로 주머니에서 분홍색 결정을 꺼내어, 왼손을 내 가슴에 대고 “힐!”하고 외쳤다. 결정이 부서지고, 나의 HP바가 단숨에 오른쪽 끝까지 풀 회복되었다. 그것을 확인하고는,

“....기다리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