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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면서 단원은 도망치려는 듯 허무하게 발버둥쳤다. 그를 향해 비척비척 기괴한 발걸음으로 크라딜이 다가갔다.

“...내에게는 아무런 원한도 없지만 말야....나의 시나리오대로라면 생존자는 나 하나뿐이어야 한다는 말이지....”

중얼중얼 말하며, 다시 검을 치켜든다.

“히이이이익!!”

“어때~? 우리 파티는 말이야~”

단원의 비명에는 귀도 기울이지 않고 검을 내리친다.

“황야에서 범죄자 플레이어의 대군에 습격받아~”

다시 한 번.

“용감하게 싸웠으나 셋이 사망하고~”

다시 또 한 번.

“나 혼자 남긴 했지만 훌륭하게 범죄자들을 격퇴해 생환합니다~”

4격째에 단원의 HP바가 소멸했다. 온몸에 소름이 돋는 불쾌한 효과음. 그러나 크라딜에게는 여신의 아름다운 목소리처럼 들리기라도 한 것일까. 터져나가는 오브젝트 파편 한가운데에서 황홀한 표정으로 몸을 경련시키고 있다.

처음이 아니구나.....

나는 그렇게 확신하고 있었다. 분명히 녀석은 조금 전까지는 범죄자임을 나타내는 오렌지 컬러가 아니었지만, 플래그를 세우지 않고 살인을 저지르는 비겁한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지금 그것을 깨달았다 해도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크라딜이 마침내 시선을 이쪽으로 향했다. 그 얼굴에는 억누를 수 없는 환희의 빛이 맻혀 있었다. 오른손의 대검을 땅에 질질 끄는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내며, 놈은 천천히 이쪽으로 다가왔다.

“여어”

불썽사납게 기어다니는 내 곁에 주저앉아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로 말한다.

“너 같은 애송이 한 명 때문에 말야, 관계없는 녀석을 둘이나 죽여버렸잖아”

“말은 그렇게 하면서 상당히 기뻐하는 것 같던데?”

대답하면서도 나는 필사적으로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다. 움직이는 것은 입과 왼손뿐이다. 마비 상태에서는 메뉴 윈도우도 열지 못하고, 따라서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도 없다. 무슨 도움이 될까 하고 생각하면서도, 크라딜에겐 사각이 된 위치에서 살짝 왼손을 움직이며, 동시에 말을 이었다.

“너 같은 놈이 왜 KoB에 들어갔냐. 범죄자 길드 쪽이 훨씬 어울린다고”

“큿, 당연하잖아. 그 여자라고”

삐걱거리는 목소리로 말하며 크라딜은 끝이 뾰족한 혀로 입술을 핥았다. 아스나를 말하는 것을 깨닫자 온몸이 뜨거워진다.

“네놈.....!”

“그런 무서운 얼굴 하지 말라고. 어차피 게임이잖아...? 걱정허지 마, 네 소중한 부단장님은 내가 확실히 보살펴줄 테니까. 이런저런 편리한 아이템도 많고 말이야”

크라딜은 옆에서 독이 든 병을 주워들더니 찰랑찰랑 소리를 내며 흔들어 보였다. 그러곤 서툴게 윙크하며 말을 잇난다.

“그건 그렇고 너, 재미있는 걸 말하는군. 범죄자길드가 어울린다나 뭐라나”

“...사실이겠지”

“칭찬하는 건데? 눈치 빠르다고”

크크크크.

목 안쪽에서 째지는 웃음을 흘리며, 크라딜은 무슨 생각인지, 갑자기 왼쪽 건틀렛을 무장해제했다. 순백의 이너웨이의 소매를 걷어붙이고 맨살이 드러난 왼팔의 안쪽을 내게 돌렸다.

“......!!”

그곳에 있던 것을 보고- 나는 숨이 멎을 것 같았다.

문신이었다. 캐리커쳐된 칠흑의 관, 뚜껑에는 히죽히죽 웃는 두 눈과 입이 그려쳐 있으며, 살짝 어긋난 관 뚜껑 밑에선 백골의 팔이 빠져나온 도안.

“그...엠블렘은.....《웃는 관(래핑 코핀)》의...!?”

갈라진 목소리로 말한 나에게 크라딜은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래핑 코핀》. 그것은 예전 아인클라드에 존재했던 최대 최악의 PK길드였다. 냉혹하고 교활한 두목 아래, 끊임없이 새로운 살인수법을 개발해서는 세 자릿수를 웃도는 수의 희생자를 낳았다.

대화로 해결할 방법을 모색한 적도 있으나 메신저를 자청했던 자도 즉시 살해당했다. 게임 클리어의 가능성을 저해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PK 행위로 자신들을 내모는 동기조차 이해할 수 없는 자들과 대화가 성립될 여지 따위 없었던 것이다. 결국 공략파에서 대 보스전 수준의 합동토벌대가 조직되어, 피에 젖은 사투 끝에 마침내 괴멸시켰던 것은 그리 오래된 이야기가 아니다. 토법 팀에는 나와 아스나도 참가했으나, 대체 어디서 정보가 새어나갔는지 살인자들은 반격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동료를 지키기 위해 반 착란 상태에 빠졌던 나는 그 전투에서 래핑 코핀 멤버 둘의 목숨을 빼앗았다.

“이건....복수인 거냐? 너는 래핑 코핀의 생존자였어?”

갈라진 목소리로 묻는 나에게, 크라딜은 내뱉듯이 대답했다.

“핫, 틀리다고. 그런 쪼잔한 짓을 하겠냐. 내가 래핑 코핀에 들어간 것은 극히 최근이라고. 뭐, 정신적으로 그랬다는 거지만. 이 마비 테크닉도 그때 배웠다....어머, 위험해 위험해”

벌떡, 기계적인 동작으로 일어나더니, 크라딜은 소리를 내며 대검을 다시 치켜들었다.

“수다는 이쯤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