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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불유쾌한 듯이 입을 꾹 다물더니, 30분 후 도시 서문에 집합하라는 말만 남기고 뚜벅뚜벅 걸어가버렸다.

“뭐야 대체!!”

아스나는 분개한 듯 부츠 바닥으로 옆의 강철 기둥을 걷어찬다.

“미안해 키리토. 역시 둘이서 도망쳐 버렸던 쪽이 좋았을까....”

“그런 일 했다면, 난 길드 멤버 전원에게 저주받아 죽었을 거야”

나는 웃으며 아스나의 머리를 두드려주었다.

“우우, 오늘은 함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도 따라갈까나....”

“금방 돌아올게. 여기서 기다려줘”

“응....조심해.....”

서운한 듯 고개를 끄덕이는 아스나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나는 길드 본부를 나왔다.

그러나, 집합장소로 지정된 그랜덤 서문에서, 나는 더욱 경악했다.

그곳에 서있는 고드프리의 옆에, 가장 보고 싶지 않았던 얼굴- 크라딜의 모습이 있었던 것이다.

【15】

“......어떻게 된 거지”

나는 고드프리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음, 자네들 사이의 사정은 알고 있다. 그렇지만 지금부터는 같은 길드의 동료, 이제 그만 묵은 원한은 물에 흘려버리면 어떨까 해서 말이지!”

카하하, 하고 대소하는 고드프리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려니 크라딜이 불쑥 앞으로 나섰다.

“......”

전신을 긴장시키고, 어떤 사태에도 대처할 수 있도록 몸을 준비했다. 안전권 내라고는 해도 이놈은 무슨 짓을 저지를지 알 수 없다.

하지만 크라딜은 내 예상을 뒤엎고 갑자기 고개를 꾸벅 숙였다. 중얼중얼 알아듣기 힘든 목소리가 축 늘어진 앞머리 밑에서 흘러나왔다.

“지난번에는....민폐를 끼쳐 버렸습니다....”

나는 이번에야말로 진심으로 놀라, 입을 쩍 벌렸다.

“두 번 다시 무례한 짓은 하지 않을 테니....용서해 주십시오”

음습한 장발에 숨겨져 표정은 보이지 않는다.

“아....아아....”

나는 어떻게든 끄덕였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인격개조수술이라도 받은 걸까.

“좋아, 좋아. 이로써 일단락했군!!”

다시 고드프리가 큰 소리로 웃었다. 보통 찜찜한 것이 아니었다. 반드시 무언가 꿍꿍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고개를 숙인 크라딜의 얼굴로는 감정을 읽을 수가 없었다. SAO의 감정표현은 과장적인 반면 미묘한 뉘앙스를 전하기는 어렵다. 어쩔 수 없이 지금은 납득하고 넘어가기로 하고, 경계를 늦추지 않도록 스스로를 타일렀다.

한동안 기다리자 나머지 한 명의 단원까지 도착해 우리는 미궁구역을 향해 출발하기로 했다.

걸어가려는 나를 고드프리의 굵은 목소리가 가로막았다.

”....기다려. 오늘의 훈련은 가능한 실전에 가까운 형식으로 간다. 위험대처능력도 보고 싶으니, 제군들의 결정아이템은 내가 모두 맡도록 하지”

“...전이결정도 말이냐?”

내 물음에 그는 당연하다는 듯이 끄덕인다. 나는 상당히 망설여졌다. 크리스탈, 특히 전이용의 것은, 이 데스게임에 있어서는 최후의 생명선이라 말해도 좋다. 나는 한 번도 예비 크리스탈이 떨어질 때까지 놔둔 적이 없었다. 거부하려 했으나, 이제 와서 또 문제를 일으키면 아스나의 입장도 난처해질 거라는 생각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크라딜과 나머지 한 단원이 얌전히 아이템을 내미는 것을 보고 나도 마지못해 따랐다. 신중하게도 인벤토리 안까지 확인당했다.

“음, 좋아. 그럼 출발!”

고드프리의 호령에 따라 넷은 그랜덤 시를 나와 멀리 서쪽 너머로 보이는 미궁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55층의 필드는 식물이 적은 메마른 황야다. 나는 일찌감치 훈련을 마치고 돌아가고 싶었으므로 미궁까지 뛰어갈 것을 주장했으나, 고드프리의 손짓 한 번에 무산되고 말았다. 보나마나 근력 파라미터만 키우느라 그동안 민첩성을 무시했겠지. 결국 포기하고 황야를 하염없이 걸었다.

몇 번인가 몬스터와 마주쳤으나, 이때만큼은 느긋하게 고드프리의 지휘에 따르지 않고 온 힘을 다해 단칼에 베어버렸다.

마침내 몇 번인가 높은 바위산을 넘었을 때, 눈앞에 회색 석조 미궁구가 그 위용을 드러냈다.

“좋아. 여기서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