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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프 녀석 이것이 목적이었던 건 아니겠지....”

“아니-, 아마 경리 담당인 다이젠상이 벌인 일일 거야. 그 사람은 이런 데 착실하니까”

아하하, 하고 웃는 아스나 앞에서 나는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도망치자 아스나. 20층 언저리에 있는 넓은 시골에 숨어서 밭을 일구며 살아가는 거야”

“난 그래도 좋지만”

새침한 얼굴로 아스나가 말한다.

“여기서 도망치면 엄-청난 악명이 붙어버릴 텐데”

“젠장.....”

“뭐, 스스로 뿌린 씨앗이니까-. ....아, 다이젠상”

고개를 들어보니, KoB의 백적의 제복이 이렇게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할 정도 가로폭이 넓은 남자가, 출렁출렁 뱃살을 흔들며 다가왔다.

“이야-, 고맙소 고맙구려!!”

둥근 얼굴에 만면의 미소를 띄우며 말을 걸어온다.

“키리토 씨 덕분에 대박이라 안합니까! 그거네요, 매일 1회정도 해주면 엄청 도움되겠는데예!”

“누가 하겠냐!”

“자자, 대기실은 이쪽임다. 얼른 오소”

쿵쿵 걸어가기 시작한 사내의 뒤를, 나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따라갔다. 될 대로 되라는 심정이었다.

대기실은 투기장에 접한 조그마한 방이었다. 다이젠은 입구까지 안내해주더니, 배팅액을 조정해야 한다나 뭐라나 하며 사라졌다. 이젠 대꾸할 기력도 없었다. 이미 객석은 만원인지, 대기실에서도 환성이 쩌렁쩌렁 들려왔다.

단둘이 남자 아스나는 진지한 표정이 되어, 두 손으로 내 손목을 꼬옥 잡았다.

“....설령 원 히트 승부라 해도 강공격을 크리티컬로 맞으면 위험해. 특히 단장의 소드스킬은 아직 공개가 안 된 것도 많으니, 위험하다 생각되면 즉시 항복하는 거야. 저번처럼 위험한 짓했다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니까!”

“나보다 히스클리프의 걱정이나 해”

나는 씨익 웃어 보이고 아스나의 양쪽 어깨를 탁 두드렸다.

천둥소리 같은 함성에 섞여 투기장 쪽에서 시합 개시를 알리는 안내방송이 울려왔다. 등에 교차로 쥔 두 자루의 검을 살짝 뽑아들었다가 챙 소리를 내며 칼집에 꽂은 후, 나는 네모꼴로 잘린 듯한 빛 속으로 걸어나갔다.

원형의 투기장을 에워싼 계단형 객석은 관객으로 빼곡했다. 어림잡아도 천은 되지 않을까. 제일 앞줄에는 에길과 클라인의 모습도 보였는데, “베어버려!”라던가“죽여버려!”등 무서운 소리를 내뱉고 있었다.

나는 투기장 한가운데에 도달했을 때 멈춰 섰다. 그 직후, 반대쪽 대기실에서 진홍색 실루엣이 모습을 드러냈다. 함성이 한층 드높아졌다.

히스클리프는 일반적인 혈맹기사단 제복이 하얀 바탕에 붉은 모양인 것에 반해, 그것을 반대로 뒤집은 붉은색 서코트를 걸치고 있었다. 방어구는 나와 마찬가지인 최소한도였으나, 왼손에 든 거대한 순백의 십자방패가 눈길을 끈다. 아무래도 검은 방패 안쪽에 장비되었는지 꼭대기 부분에 똑같은 십자를 본뜬 자루가 드러나 있었다.

내 눈앞까지 태연한 걸음걸이로 다가온 히스클리프는 주위의 대관중을 흘끔 쳐다보더니 아니나 다를까, 쓴웃음을 지었다.

“미안하네 키리토 군. 이런 일이 될 줄은 몰랐지”

“개런티는 받아가겠어요”

“....아니, 너는 시합 후부터 우리 길드의 단원이다. 임무로 간주하도록 하지”

말하더니, 히스클리프는 웃음을 거두고 진주색 눈동자에서 압도적인 기합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게 위축되어 반 걸음을 후퇴하고 말았다. 우리는 현실에서는 멀리 떨어진 장소에 누워 있을 테고, 두 사람 사이에는 디지털 데이터만이 오갈 뿐이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살기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의식을 전투모드로 전환하고, 히스클리프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아들였다. 커다란 함성이 서서히 멀어져간다. 이미 지각의 가속이 시작되었는지, 주위의 색채마저 미미하게 변해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히스클리프는 시선을 돌리더니, 나에게서 10미터 정도 떨어진 곳까지 물러나 오른손을 들었다. 자신의 앞에 나타난 메인메뉴 윈도우를 시선도 떼지 않고 조작한다. 금세 내 앞에 듀얼 메세지가 출현한다. 물론 승낙, 옵션은 초격결착모드.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주위의 함성은 이제 작은 음파 정도까지 줄어들었다.

전신의 혈류가 빨라져간다. 전투를 구하는 충동에 걸어놓았던 고삐를 한껏 조였다. 나는 미미한 망설임을 불식시키고, 배후에서 두 자루의 애검을 동시에 뽑아들었다. 처음부터 전력으로 상대하지 않고는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히스클리프도 방패 뒤에서 폭이 좁은 장검을 뽑고, 검을 세웠다.

방패를 이쪽으로 향한 채 우반신을 뒤로 뺀 그 태세는 자연체여서 억지로 힘을 들이는 듯한 모습은 어디에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의 초기 모션을 읽으려 해봤자 혼란만 가증될 뿐이라는 것을 깨닫고 전력으로 쳐들어가기로 결심했다.

두 사람 모두 윈도우에 순간의 시선도 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땅을 박찬 것은 【DUEL】의 문자가 빛난 것과 동시였다.

나는 살짝 숙인 자세에서 단숨에 뛰쳐나가 지면에 스칠 듯 활공하며 달려간다.

히스클리프의 몸 바로 앞에서 휘릭 몸을 뒤틀어 오른손의 검을 왼쪽부터 비스듬히 쳐올렸다. 십자방패에 튕겨나가 격렬한 불꽃을 뿜어낸다. 하지만 공격은 2연타였다. 오른쪽보다 0.1초 늦게 왼쪽의 검이 방패의 안쪽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이도류 돌진기, 《더블 서큘러》.

왼쪽의 일격은, 적의 옆구리에 도달하기 직전에 장검에 가로막혀, 원형의 라이트이펙트만이 허무하게 튕겨졌다. 아쉽지만, 이 일격은 개막의 인사 대신이다. 스킬의 여세로 거리를 벌리며 방향을 다시 상대에게 향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되갚아줄 생각인지 히스클리프가 방패를 치켜들고 달려들었다. 거대한 십자방패의 그늘에 가려 그의 오른팔이 잘 보이지 않는다.

“칫!”

나는 혀를 차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