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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하물며 그 이상의 존재를 바랄 자격은 없다.

나는 이미 그 사실을 돌이킬 수 없는 형태로 깨닫고 말았다. 같은 오류는 두 번 다시 범하지 않겠노라고, 나는 분명 굳게 결심했다.

그런데도,

뻣뻣하게 굳은 왼손은 어째서 아스나의 어깨를 놓으려 하지 않는가. 몸이 맞닿은 곳에서 전해져오는 가상의 체온을 어째서 떼어내려 할 수가 없는가.

거대한 모순과 갈등, 그리고 형언할 수 없는 한 가지의 감정을 품고, 나는 극히 짧게 대답했다.

“....알았어”

끄덕, 하고 어깨 위에서 아스나의 고개가 움직였다.

다음날, 나는 아침부터 에길의 잡화점 2층에 틀어박혀 있었다. 흔들의자에 비스듬히 앉아 다리를 꼬고, 가게의 불량 재고인 것들로 보이는 기묘한 풍미의 차를 기분 나쁜 표정으로 홀짝거렸다.

이미 온 알게이드- 아니, 아마 온 아인클라드가 어제의 《사건》으로 들끓고 있었다.

플로어 공략, 새로운 도시로 가는 게이트 개통만으로도 충분한 화젯거리일 텐데, 이번엔 다양한 보너스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군의 대부대를 전멸시킨 악마》라느니, 《그 악마를 단독으로 격파한 이도류 50연참》이라느니.... 꼬리가 늘어나도 정도가 있지.

어떻게 알아냈는지 내 집 앞에는 아침부터 검사들과 정보상들이 들이닥치는 바람에, 탈출하기 위해 일부러 전이 크리스탈을 사용하는 수고를 겪어야 했다.

“이사해 주겠어.....엄청 시골 플로어에 있는, 아무도 못 찾을만한 마을로.....”

투덜투덜 중얼거리는 나를 에길이 싱글싱글 웃으며 쳐다보았다.

“뭐, 너무 그러지 마라. 한 번쯤은 유명인이 되는 것도 좋다구. 어때, 아예 강연회를 열어보는 건? 강연장이랑 티켓 섭외는 내가 해주지”

“할 거 같냐!!”

나는 소리를 지르며 오른손에 든 컵을 에길의 머리 오른쪽 옆 50cm 지점을 노리고 던졌다. 몸에 밴 동작인지라 투검 스킬이 발동되어 버려 섬광을 뿌리며 맹렬한 속도로 날아간 컵은 벽에 격돌하며 큰 소리를 내고 깨졌다. 다행히 건물은 파괴불능 속성이 있어 시야에 【Immortal Object】라는 시스템 태그만이 떠올랐지만, 가구에 명중했다면 박살났을 게 틀림없었다.

“우왓, 죽일 셈이냐!”

요란스럽게 호들갑을 떠난 점장에게, 미안, 하고 오른손을 들어 사과한다.

에길은 지금, 내가 어제 전투에서 손에 넣은 보물을 감정하는 중이었다. 이따금 기성(寄?)을 지르는 것으로 보아 나름 값나가는 물건도 섞여 있는 모양이다.

팔아서 얻은 매상은 아스나와 나누기로 했는데, 그 아스나는 약속시간이 지나도록 나타날 생각을 않는다. 프렌드 메세지를 날렸으니 이곳에 있다는 것은 알고 있을 텐데.

어제는, 74층 주거주의 전이문에서 헤어졌다. 아스나는 길드에 휴가를 내고 오겠다고 하곤 KoB 본부가 있는 55층 그랜덤으로 갔다. 크라딜과 문제도 있었으니 나도 동행하는 게 어떻겠냐고 했지만, 웃는 얼굴로 괜찮다고 말해지면 포기할 수밖에 없다.

이미 약속시간은 2시간이 지났다. 이 정도로 늦는다면 무언가 이유가 있는 걸까. 역시 억지로라도 따라갈 걸 그랬나. 치밀어오르는 불안을 억누르듯 차를 들이켰다.

내 앞에 놓인 커다란 포트가 텅 비고 에길의 감정이 대충 끝날을 무렵, 드디어 계단을 올라오는 발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기세좋게 물이 열린다.

“여, 아스나....”

늦었잖아, 라고 덧붙이려다 나는 말을 삼켰다. 어느 때와 같은 제복 차림의 아스나는 창백한 얼굴로 불안에 찬 눈빛을 하고 있었다. 두 손을 가슴 앞에 꼭 쥔 채 두세 번 입술을 깨물더니,

“어쩌면 좋아.....키리토.....”

하고 울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큰일....났어.....”

새로 끓여온 차를 한 모금 마시고 겨우 얼굴에 핏기가 돌아온 아스나는 띄엄띄엄 말을 시작했다. 에길은 눈치 빠르게 1층의 가게로 내려가 주었다.

“어제.....그 후에 그랜덤의 길드 본부로 가서, 있었던 일을 전부 단장에게 보고했어. 그래서, 길드 활동을 쉬고 싶다고 말하고, 그 날은 집에 돌아가서.... 오늘 아침 길드 정기회의에서 승인받을 거라 생각했는데.....”

내 맞은편 의자에 앉은 아스나는, 시선을 내리며 찻잔을 두 손으로 꼭 쥐며 말했다.

“단장이....내 일시탈퇴를 승인하기 위해선, 조건이 있다고..... 키리토와.....시합을 하고 싶다....고”

“무....”

순간적으로 무슨 말인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시합.....이란, 말하자면 듀얼을 하자는 뜻인가? 아스나가 쉬겠다는 것과 대체 무슨 연관이 있는 거지?

그 의문을 입에 담자.

“나도 모르겠어.....”

아스나는 움츠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거 해봤자 의미 없을 거라고 아주 열심히 설득해 봤지만..... 어떡해도 들어주지 않아서....”

“그래도...드문 일이네. 그 남자가, 그런 조건을 꺼냈다니.....”

뇌리에 그의 모습을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그러게 말이야, 단장은 평소 길드 활동은 고사하고 층 공략작전 같은 것도 우리에게만 일임하고 전혀 명령이라든지 내리지 않는걸. 그런데, 왜 이번엔.....”

KoB 단장은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길드는 물론 공략과 거의 전원의 마음을 장악하고 있지만, 의외로 지시나 명령을 내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 나도, 대 보스전투에서 몇 번이나 어깨를 나란히 했는데, 무언으로 전선을 지탱하는 그 모습을 보면 절로 존경심이 들 정도다.

그런 사람이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