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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돼, 그런 것을 생각했지만, 이기적인 솔로플레이어인 내가 말할 수 있을까. 우리들은 침묵한 채 수 초 간 서로를 바라보았다.

먼저 시선을 돌린것은 아스나였다. 부드러운 빛에 물든 호수면을 보며, 어색함을 끊으려는 듯이 말을 한다.

“뭐, 대단한 것도 아니니까 신경쓰지 않아도 좋아! 빨리 가지 않으면 해가 지겠어”

먼저 가는 아스나를 따라서, 나도 가로를 걷기 시작했다. 적은 수의 플레이어와 만났지만, 아스나의 얼굴을 기분나쁘게 쳐다보는 사람은 없다.

살렘부르그는, 여기가 최전선이었던 반년정도 전에 수일 머문 적이 있는 정도로, 생각해보면 느긋하게 주위를 둘러본 기억도 없었다. 마음을 새롭게 하고 아름다운 조각으로 장식된 시가지를 둘러보는 동안, 한번은 이런 마을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바람이 일었지만, 관광지는 가끔씩 방문하는 쪽이 좋다고 마음을 고친다.

아스나가 사는 집은, 번화가로부터 동쪽에 멀지 않은 소형의, 그러나 아름답게 건축된 3층의 메조네트(*mansionette:저택의 일종)였다. 물론 와보는건 처음이다. 잘 생각해보면, 이 여자와는 보스공략회의에서 이야기하는 정도로, 함께 NPC레스토랑에 들어간적조차 없다. 그걸 의식하자 나는 새삼스럽게 몸이 굳어지며, 건문의 현관에서 멈춰버린다.

“그런데....괜찮은거야? 그....”

“뭐야, 네가 꺼내온 이야기잖아. 따로 요리할 수 있는 장소가 없으니까 어쩔수 없잖아!”

고개를 돌리고, 아스나는 그대로 계단을 쿵쾅쿵쾅 올라간다. 나는 각오를 다지면서 따라 들어갔다.

“시....실례합니다”

망설이며 문을 연 나는, 말을 잃고 가만히 서있었다.

지금까지, 이정도로 정돈된 플레이어 홈은 본 적이 없다. 넓은 거실 겸 식당과, 인접한 부엌에는 밝은 색의 목제가구가 놓여있어, 분위기있는 모스그린의 식탁보로 장식되어 있다. 전부 최고급의 플레이어 메이드 제품이다.

그런데도 과도하게 장식되지도 않고, 실로 살기 좋아보이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나의 지저분한 방과는, 한마디로 해서 뜬구름 정도의 차이다. 초대하지 않아 다행이다, 라고 안심한다.

“저기....이거, 얼마나 든 거야....?”

속물적인 내 질문에,

“음-, 집과 내장된 가구까지 4000K정도. 갈아입고 올 테니까 그쯤 어딘가에 앉아있어”

가볍게 대답하고는 아스나는 거실의 끝에 있는 문 안으로 들어갔다. K가 천을 나타내는 단축어라서, 4000K는 4백만 콜을 의미한다. 나라도 날마다 최전선에 나가고 있으니까 그정도의 돈은 벌 수 있을 테지만, 조금 맘에 든 검이나 수상한 장비품에 항상 충동구매를 해 버려, 저금할 틈이 없다. 어울리지도 않게 반성하고, 푹신푹신한 소파에 뛰어든다.

곧, 단순한 하얀 튜닉과 무릎 위까지 올라오는 스커트로 갈아입을 아스나가 안쪽의 방에서 나왔다. 갈아입든나고 말해도 실제로 벗가나 입는 동작이 있는 것이 아니라, 스테이터스 윈도우의 장비피규어를 조작하는것 뿐이지만, 착의도중의 수 초간은 속옷만 입은 상태로 표시되버리기 때문에, 부끄러움을 모르는 플레이어라면 몰라도 여성은 사람 앞에서 옷을 갈아입는다거나 하지 않는다. 우리들의 육체는 3D오브젝트의 데이터에 지나지 않는다고 해도, 2년이나 지내버렸다면 그런 인식은 흐려져서, 지금 아스나의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맨다리와 팔에 자연히 눈이 가 버린다.

그런 나의 내적갈등을 알 리도 없는 아스나는, 눈길을 주며 말했다.

“너도 언제까지 그런 모습 하고있을거야?”

나는 재빠르게 메뉴화면을 불러내서 가죽의 전투용 코트와 검대 등의 무기를 해제했다. 그리고 인벤토리로 이동해서, 《라구 래빗의 고기》를 오브젝트로 해서 실체화하여, 도자기제의 그릇에 담긴 그것을 눈앞의 테이블에 놨다.

아스나는 그것을 손에 들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이것이 전설의 S급식재인가-. ....그래서, 어떤 요리로 할까?”

“셰, 셰프의 추천코스로 부탁해”

“그렇네.... 그러면 스튜로 하자. 라구라는건 그런 뜻이니까”

그대로 옆방으로 향하는 아스나의 뒤를 나도 따라간다.

주방은 넓고, 거대한 오븐이 놓인 쪽에는, 딱 봐도 고급스러운 요리도구들이 많이 나열되어 있었다. 아스나는 오븐의 표면을 더블클릭의 느낌으로 두번 두드려서 팝업 메뉴를 꺼내, 조리시간을 설정한 후, 서랍에서 금속제의 냄비를 꺼냈다. 그릇 안의 고기를 이동시켜, 갖가지의 향초와 물로 채운 뒤 뚜껑을 닫는다.

“사실은 좀더 여러가지로 준비가 필요하지만, SAO의 요리는 너무 간략화되어서 재미없어”

말하며, 그릇을 오븐 안에 넣고, 메뉴에서 조리시작버튼을 누른다. 300초로 시간이 표시되고, 그것을 기다리는 동안 그녀는 바쁘게 돌아다니며, 무수하게 저장된 듯한 식재 아이템을 차례로 오브젝트화시켜서는, 흠잡을 데 없는 작업으로 반찬들을 만들어간다. 실제의 작업과 메뉴조작을 한 번의 미스도 없이 해가는 그 동작에, 나는 점점 몰입해 버린다.

고작 5분만에 고급스러운 식탁에 음식들이 다 놓여, 나와 아스나는 서로 마주보며 자리에 앉았다. 눈앞의 대접에는 온기를 머금은 브라운스튜가 듬뿍 담겨있어, 코를 자극하는 좋은 냄새를 포함한 김이 올라오고 있다. 농밀한 소스에 담긴 커다란 고기가 여기저기 떠다니고, 크림의 하얀 마블링이 실로 매혹적이다.

우리들은 잘먹겠습니다를 말하는 것도 잊어버리고 스푼을 잡고, SAO내에 존재하는 최상급의 음식일 터인 그것을 가득 맛봤다. 입안에 충만한 온기과 향기를 듬뿍 맛보고, 부드러운 고기에 이빨을 세우자, 육즙이 넘칠 듯이 흘러나온다.

SAO에서의 식사는, 오브젝트를 이빨로 무는 감촉을 하나하나 계산해서 시뮬레이트한 것이 아니라, 아가스와 제휴했던 환경프로그램설계회사가 개발한 《미각재생엔진》을 사용하고있다.

이것은 미리 프리셋되어, 이런저런 《음식을 먹는》감각을 뇌에 보내는 것으로 사용자에게 현실의 식사와 같은 체험을 시켜주는것이 가능한다고 하는 것이다. 원래는 다이어트나 식사제한이 필요한 사람을 위해서 개발된 것인 모양이지만, 요점은 맛, 냄새, 열 등을 느끼는 뇌의 각 부분에 가짜 신호를 보내서 착각하게 하는 것이다. 즉 우리들의 현실의 육체는 이 순간도 뭔가를 먹는 것이 아니라, 단지 시스템이 뇌의 감각을 성대하게 자극하고 있는 것뿐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에 이르러 그런것을 생각하는것은 사치다. 지금 우리들이 느끼고있는, 로그인한 이래 최고의 맛은 틀림없이 진짜다. 나와 아스나는 한 마디도 없이, 단지 대접에 스푼을 담그고 입으로 가져가는 작업을 묵묵히 반복했다.

곧, 깨끗하게- 문자 그대로 스튜가 존재한 흔적도 없이- 다 먹은 그릇과 냄비를 앞에 두고, 아스나는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아....지금까지 열심히 살아남기를 잘했다....”

완전히 동감이다. 나는 오랫만에 원시적 욕구를 마음 끝까지 채운 충족감에 빠진 후에, 신기한 향이 나는 차를 마셨다. 아까 먹었던 고기나 이 차는, 실제로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식재의 맛을 기록한 것일까, 아니면 파라미터를 조작해서 만들어낸 가공의 맛일까. 그런 것을 넌지시 생각해본다.

향원의 요인에 찬 수분의 침묵을, 나를 향해 찻잔을 양손으로 감싼 아스나가 깼다.

“신기하네..... 뭔가, 이 세계에 태어나서 지금까지 계속 살아온 듯한, 그런 기분이 들어”

“....나도 최근, 저쪽의 세계의 일을 아예 생각해내지 않는 날이 있어. 나뿐만이 아니구나.... 요즘은, 클리어다 탈출이다 하고 혈안이 되는 녀석이 적어졌어”

“공략의 페이스 자체가 떨어졌어. 지금 최전선에 싸우는 플레이어는, 500명도 안되잖아. 위험도 때문만이 아니야.... 모두, 적응하고 있어. 이 세계에....”

나는 주황색 램프의 광채에 반사되는, 아스나의 아름다운 얼굴을 지긋이 바라봤다.

확실히 그 얼굴은, 생물으로서의 인간의 것이 아니다. 부드러운 살결과 빛나는 머리, 생물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아름답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더이상 그 얼굴이 단순한 폴리곤으로 만들어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살아있는 존재로서 있는 그대로 솔직히 납득하는 것이 가능하다. 아마, 원래의 세계에 귀환해서 실물을 본다면, 나는 격렬한 위화감에 쌓이겠지.

나는 정말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하는 걸까.... 저 세계에.....?

갑자기 떠오른 그런 생각에 놀란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위험한 미궁으로 돌아가, 미돌파구를 매핑해가며 경험치를 버는 것은, 정말로 이 게임을 탈출하고 싶어서인 걸까?

옛날에는 확실히 그랬을 터이다.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데스게임에서 빨리 해방되고 싶었다. 그러나, 이 세계에서의 삶의 방식에 익숙해진 지금은-.

“그래도, 나는 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