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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주인님에게 끌리듯이 다가갔다.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장소에 자리를 잡았다.

새하얀 여자아이의 팔 안.

“살아 있으면 가능해. 그러니까 그 아이를 그와 그녀에게 맡길 수밖에 없어...”

단호히 잘라 말하는 주인님의 말이 검은 고양이에게는 어딘지 모르게 ‘기도’처럼도 들렸다.

“하지만-나는 뭘 할 수 있을까? 뭘 해줄 수 있을까...”

말이 한숨으로 변해 하늘로 넘쳐났다.

“그 정도면 충분해, 모모.”

더 말하려다가 검은 고양이는 말을 삼켰다.

이 주인님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고 앞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

햇살은 살갗을 찌를 듯이 따가웠다.

그래도 바람은 확연히 가을을 부르고 있었다.

나무가 삐걱거리는 소리.

갈라진 나뭇잎의 소리.

벼이삭이 속삭이는 기도의 노래.

바람이 울었다.

-딸랑.

멀리서 방울 소리가 들려와 토이로는 흠칫 현실로 돌아왔다.

어? 차임?

-아니다.

뭐였더라. 이 소리...?

“아-.”

주위를 둘러보니 어느새 4교시가 끝나고 점심시간이었다.

그리고 어느샌가 토이로의 주위에는 몇 개나 되는 책상이 붙어 있고 친한 친구들끼리 벌써 점심을 먹기 시작하고 있었다. 더욱이 어느새 토이로도 그 안에 끼어 있었다.

토이로는 당황해서 마코토의 모습을 찾아보았지만 이미 교실에는 그림자도 형체도 없었다.

“후-유-.”

또 한숨이 나왔다.

오늘 벌써 몇 번째 쉬는 한숨일까.

만약 집이었다면,

[땅 꺼지겠다. 보기 싫으니까 한숨 좀 그만 쉬어라.]

하고 할머니한테 혼났을 것이다.

그렇지만 여기는 교실.

“아~아. 실로 애틋한 한숨이로고. 토이로, 매리지 블루이시오오?”

토이로의 바로 옆에 앉은 갈색머리 파마의 아이가 그런 말을 했다.

만약 이대 토이로가 입에 우유라도 머금고 있었다면 푸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하고 뿜어내어 또래의 여자아이에게 일어나서는 안 될 매우 참혹한 대참사가 벌어졌을 것이다. 틀림없다.

“하, 하아-?! 그게 무슨 소리야?”

설명하겠다. 매리지 블루란 결혼을 앞둔 신부나 신랑이, [나 이래도 되는 걸까? 이대로 결혼 같은 걸 해버려도 되는 걸까?!] 그렇게 자문자답한 끝에 우울한 심경에 빠지고 만다는, 정서가 불안정하기 짝이 없는 무의식적인 상태였다.

그런데 그게 왜 나한테?

“왜냐면 오늘... 뿐만 아니라 요즘 계속 한숨만 쉬어대고 있잖아?”

갈색머리를 파마한 여자아이, 줄여서 갈색 파마가 말했다.

우-웅... 그건 확실히...

“마코토 때문이니?”

“우풉!! 그, 그걸 어떻게?!”

다시 우유-마시고 있지 않았지만-를 뿜어낼 뻔했다.

정곡이었다.

날카로웠다.

족집게란 바로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아니, 그렇다기보다는.

“토이로 넌 복이 터졌다는 걸 알아야 해. 그 ‘행복해’ 광선이 우리 염장을 얼마나 질러대는데!”

...그렇다, 내가 알기 쉬운 사람일 뿐인 건가...

“역시 그거지? 그거.”

갈색 파마가 말을 이었다.

“매리지 블루가 아니라니깐!”

토이로는 또 엉뚱한 말을 듣기 전에 견제구를 날렸다.

“토이로, 너희 권태기 아니니?”

“권태기? 뭐가아?”

말의 의미가 팍 와 닿지 않아서 토이로는 힘껏 천진난만하게 되묻고 말았다.

그러자 갈색 파마가 조금 진지해진 표정으로 대답했다.

“왜 흔히들 말하잖아. 커플은 석 달에 한 번씩 큰 파도를 겪는다고.”

“파도?”

“아, 맞다! 웨이브. 별것 아닌 일로 다투거나 전에는 몰랐던 걸 깨닫고 두 사람의 애정 온도에 변화가 일어난다거나.”

“흐-응... 잠깐! 커, 커플이라니! 마코토랑 난 그런 게 아니-.”

“아아, 뭘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