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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 보이고 다시 하늘이 보였다.

감감은 없었다.

다리와 팔을 비롯한 여기저기가 원래 구부러질 수 없는 방향으로 구부러졌다.

치이고 반동으로 날아가 엉망진창으로...

그래도 감각은 없었다.

불가사의하게 아픔도 없고 충격도 적었다.

그래도 닫혔다.

세계.

시계.

페이드아웃.

캄캄한 암흑.

사라진다.

사라졌다.

# (Into the white cube)

어둡고 무서웠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 무서웠다.

손을 뻗으려고 해도 자신의 손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다리를 움직이려고 해봤지만 다리가 어디에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자신의 존재를 모른다.

어디에 있는지.

그런데 그떄 음악 소리가 들렸다.

어디에선가 들려왔다.

그것은 멀고... 가까웠다.

아아, 이건 알고 있다.

그렇다.

코헤이는 생각해냈다.

그 멜로디.

다정하고 따뜻하고 뭔가 그리웠다.

이끌리듯 이어지고 번져갔다.

그것은 멀고, 그것은 가까웠다.

나한테는 눈동자가 있고 눈을 뜰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더는 무섭지 않았다.

거기는-.

거기는 새하얀 세상. 오로지 새하얗게 빛날 뿐 다른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하지만 새하얀 소녀와 새까만 고양이 그리고 피아노.

거기는 새하얀 벽인지 천장인지, 먼 듯하면서 가까운 듯했다.

하지만 주위를 부드러운 멜로디가 감싸고 있었다.

“-너 뭐냐?!”

귀여운 남자애의 목소리가 들려 코헤이는 눈을 떴다.

천장에 거꾸로 매달린 듯한 자세로 검은 고양이가 코헤이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게다가 엄청나게 놀란 모양이었다.

“야, 듣고 있냐? 건방지게 대자로 드러누워 있고 말이야!”

검은 고양이가 입을 뾰족 내밀고 조그만 앞발로 코헤이의 이마를 때렸다.

육구인지 뭔지 폭신하고 보드라웠다.

그제야 코헤이는 자신이 반듯하게 누워 있는 것을 깨달았다.

몸을 일으키자 검은 고양이가 잽싸게 폴짝 물러섰다.

검은 고양이는 곧장 새하얀 모습의 소녀에게 달려갔다.

의자에 앉아 있는 소녀의 무릎 위로 올라간 검은 고양이는 고개를 돌려 코헤이의 기색을 살폈다.

소녀가 피아노 건반에서 그 가냘픈 손가락을 떼었다.

따랑......

음의 여운이 울려 퍼지다 천천히 사라졌다. 달캉 하고 소녀의 빨강 구두가 피아노 페달에서 떨어졌다.

“갑자기 나타나는 바람에 놀랐잖아.”

소녀는 어른스러우면서도 몹시 앳된 신비한 목소리로 말했다. 놀란 것처럼 들리지는 않았다.

“여기는?”

무릎에서 검은 고양이를 안아드는 소녀에게 코헤이는 물었다.

“아무 데도 아닌 곳이라도 할까.”

농담처럼 말했지만 역시나 장난처럼 들리지는 않았다.

“뭐, 너의 세계는 아니지만.”

소녀가 부드럽게 쓰다듬자 검은 고양이는 가르릉가르릉 귀엽게 울었다.

그러나 검은 고양이는 기분 좋아 보이는 얼굴로

“알았으면 당장 나가-”

하고 맹랑하게 비꼬듯 말했다.

그래도 하는 몸짓이 사랑스러웠기 때문에 전혀 밉지 않았다.

오히려 ‘귀여운 녀석’이라고 느꼈다.

“저기, 모르겠는데 여기가 어딘지...”

코헤이가 일어나 앉자 소녀는 그에게 곧장 다가왔다.

“봐, 일어날 수 있잖아.”

“어?”

“여기는 굉장히 좁아. 하지만 길을 잃을 만큼 넓기도 하지. 나한테는 그래. 그렇지만 네가 있는 세계는 아니야. 네가 필요로 하지 않고 너를 필요로 하지도 않아.”

왠지 소녀의 얇은 입술이 흘리는 말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뭐야.

그렇다.

그렇게 된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