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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의 맑은 하늘이라면 지금 그려가 있는-철탑에 달이 꽃혀 있는 광경이 거리에서 보일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보지 않았다.

이것은 ‘도깨비 해골.’

말라비틀러져 뼈만 앙상해져버린 거대한 도깨비. 무수한 선으로 이어진 채 이런 아무것도 없이 그저 넓기만 한 들판에 혼자 서 있었다. 그런 식으로 보이니까.

때문에 그녀는 올라온 것일까?

이런 곳에.

스미카가 내려다보고 있는 것은 그녀가 살고 있는 거리.

서 있는 곳은 철탑.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2월에 물든다.

스미카가 살고 있는 거리는 지도로 보면 묘하게 둥그런 모양을 하고 있었고 그것을 절반으로 나누듯이 꽤 큰 강이 흐르고 있었다.

옛날에는 헤엄도 칠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한 강이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탁하고 더러워서 수영 같은 것은 도저히 꿈도 못 꾸는 상태였다.

스미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에는 거리의 중심부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한 회사가 세운 공장 지대가 있었다.

거기에서는 매일 정체 모를, 하지만 무서울 만큼 뚜렷한 하얀 연기가 펄펄 오르며 푸른 하늘에서 돋보였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스미카가 초등학교 3학년이 된 여름방학. 회사의 경영 부진 때문에 공장은 하나둘씩 폐쇄되어갔다. 그리고 그후로 연기가 솟구치는 일은 두 번 다시 없었다.

그 공장들에서는 도시에 사는 많은 어른들이 일하고 있었던 까닭도 있었기 때문에 한때 거리는 죽은 것처럼 되었다.

이윽고 그 공장 부지를 살 사람이 나타났고 곧 철거되었다. 아무것도 없어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부지를 사들인 회사가 경영 부진에 빠져서 건설 예정이었던 쇼핑몰의 계획도 무산되었다.

남은 것은 드넓은 평야.

그리고 토지의 일부만을 매입한 전력회사가 세운 무식하게 거대한 철탑.

여기가 아닌 아딘가의 도시로 전력을 보내기 위해 철골로 만든 탑.

초목이 무성하게 난 공터나 마찬가지인 장소. 거기에 서 있는 철탑은 저녁이 되면 뾰족한 머리에 달을 꽂는다. 그 커다란 그림자는 으스스하고 불길했다.

게다가 음산한 느낌을 더 강하게 인식시켜버리는 시간이 일어났다.

철탑 바로 옆에서 집 없는 개들이 죽어 있는 모습이 종종 발견되었다. 원인 모를 이 사건의 기괴함도 한몫을 해서 이윽고 철탑 근처에는 아무도 가까이 다가가지 않게 되었다.

아이들이 철탑을 ‘도깨비 해골’이라고 부르기 시작하는 데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그 말을 들은 어른들도 자연스럽게 똑같이 그렇게 부르게 되었다.

지금 그녀는 그런 철탑에 있었다.

철탑에는 정중히 계단이 설치되어 있어서 올라가려면 체력은 조금 필요했지만 달리 힘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나름대로의 담력도 필요했다.

어쨌든 중간까지만 올라가도 상당히 높았으니까. 거기에서 불안정한 발판을 타고 중심부에서 바깥 측까지 가는 것이다.

발판이라고 해도 본래는 사람이 그 위를 걷기 위해 만든 철재가 아니었다. 충분히 걸을 수 있는 폭과 강도는 되지만 학교 옥상보다도 높은 여기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바닥도 벽도 없이 지상이 훤히 보여서 무의식중에 흡사 몸이 아래로 빨려 들어갈것만 같았다.

그런데 이렇게 철골에 걸터앉아 있다 보니 공포심 같은 것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차갑게 실을 에는 바람이 불자 철탑이 희미하게 떨렸다.

철탑 주제에 추운 걸까?

몸을 떨고 있다.

“-그럴 리 없나.”

스키카는 혼잣말을 중얼거리고는 느슨하게 풀린 목도리를 다시 고쳐 둘렀다.

바람에 목덜미가 차가웠다.

이럴 때 머리카락이 길면 체감 온도도 조금은 오를 텐데.

스미카는 길게 기르려고 생각했다가도 도중에 포기하고 잘라버리기 일쑤였다. 때문에 머리 길이는 언제나 짧은 채로 변함이 없었다.

게다가 스미카는 머리카락을 항상 직접 자르기 때문에 앞머리는 눈썹 부근에서 싹둑 잘라내 단발머리에 가까은 보브.

추운 것은 바람 때문만은 아닐지도 몰랐다. 아니, 전부터 어렴풋이 깨닫고는 있었다.

중학교 3학년이나 돼서 이 머리형이 뭐냐고.

반 친구들이 머리카락을 물들이고 생활 지도교사와 체육 교사인 사도 선생님에게서 싫은 잔소리를 듣고 있는 장면을 몇 번이나 봐왔는지 모른다.

다른 여자아이들이 다들 머리를 알록달록하게 물들이는데 그녀만은 헬멧 같은 보브에 검은 머리.

하지만 그때마다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괜찮아.

헬맷 같아도.

까마귀처럼 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