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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장식했지만, 그 안쪽에 펼쳐진 것은 허망한 거짓말뿐. 그렇게나 상위요정으로 환생하기를 갈망했던 리파에게 무어라 말해야 좋단 말인가.

"......용서받을 줄 아냐......"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이 세계를 움직이고 있는 그 누군가, 그 무언가를 향해.

갑자기 오른손이 가볍게 잡아당겨졌다. 유이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 보고 있었다.

"응응, 그랬지. 가자."

모든 것은 아스나를 구해낸 다음 생각할 것이다. 나는 그러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다.

눈앞에는 굵은 나무가지가 저녁놀을 향해 뻗어나가고 있었다. 가지의 한가운데에는 인공적인 길이 새겨져 있었다. 길 너머는 무성한 나뭇잎으로 가려져 있지마느 그 가지 너머로 저녁놀에 반사돼 금색으로 빛나는 무언가가 있었다. 나와 유이는 그 빛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당장이라도 몸을 태울 듯한 초조함과 갈망을 필사적으로 억누르며 나무 위의 길을 나아갔다. 앞으로 몇 분ㅡ몇 십 초면 드디어 그 순간이 찾아올 거라 생각할 때마다, 가속된 나의 지각은 한순간 한순간을 무한한 길이로 늘려놓고 있었다.

짙게 우거진 신비한 형태의 나뭇잎으들을 지나, 뛰어넘어, 길은 이어졌다. 구불구불한 가지에 맞춰 짧은 계단이 오르락내리락하며 나타날 때마다 등 뒤의 날개를 한 차례 진동시켜 뛰어넘었다.

앞쪽에서 반짝이던 금색 빛의 정체가 마침내 판명되었다. 금속을 가로세로로 얽어 만든 창살ㅡ아니, 새장이었다.

우리가 뛰어온 굵은 가지보다 약간 상공에 평행하게 뻗어 나온 다른 가지에, 원형의 윗부분이 오므라드는 전형적인 모양의 새장이 매달려 있다. 하지만 터무니없이 거대하다. 작은 새는 고사하고 맹금도 가둬놓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렇다ㅡ저것은 분명, 무언가 다른 용도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젠 아득한 옛날로 여겨질 만큼 먼 기억 속, 가게에서 에길이 입에 담았던 말이 떠올랐다. 플레이어 다섯 명이 목말을 타고 나고 날아 세계수에 욕박해 한계고도에서 스크린샷을 촬영했다.

그 사진에는 소녀를 가둬놓은 이상한 새장이 찍혀 있었다. 그렇다. 틀림없다. 아스나ㅡ저 안에, 아스나가 있다.

나의 올느손을 잡아끄는 유이의 조그만 손에도 확신을 나타내는 강한 힘이 꽉 맺혔다. 우리는 거의 하늘을 미끄러질 듯한 기세로 질주해 마지막 계단을 뛰어넘었다.

작은 길이 새겨진 가지는 급격히 좁아지면서 새장 아래쪽에 도달해, 그곳에서 길을 끝났다.

금색 새장 안쪽도 이미 뚜렷이 보였다. 커다란 나무 하나와 수많은 꽃 화분이 하얀 타일을 두른 바닥을 장식하고 있다. 한 가운데에는 화려한 천장이 달린 커다란 침대. 겉에는 순백색의 둥근 테이블과 등받이가 높은 의자. 그곳에 앉아, 두 손을 테이블 위에서 맞잡고 무언가를 기도하는 듯한 자세로 고개를 숙인 한 소녀.

매끈하게 흘러내리는 긴 머리카락. 유이의 것과 비슷한 엷은 원피스. 그 등에서 뻗어 나온, 우아하고도 가느다란 날개. 모든 것이, 저물어가는 태양에 비쳐 붉게 빛나고 있었다.

소녀의 얼굴은 그늘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모를 수가 있을까. 서로 끌어당기는 영혼의 자력이, 눈으로도 보일 듯한 섬광이 되어 나와 그녀의 사이에서 스파크를 일으키고 있었다.

그 순간, 소녀ㅡ아스나가 언뜻 고개를 들었다.

너무나도 깊은 사모 탓인지 내 안에서는 이미 빛으로 가득찬 무언가로까지 승화되었던 그리운 모습, 때로는 잘 연마된 칼날처럼 예리한 아름다움으로, 때로는 친숙하고도 장난기 어린 따뜻함으로, 그 짧고도 그리운 나날 속에서 항상 내 곁에 있었던 그녀의 얼굴에, 우선 순수한 놀라움이 내달리고, 이어서 맞잡은 두 손이 입가를 가렸다. 커다란 개암색 눈동자에 넘쳐날 듯한 괭채가 가득 차고, 그것이 금세 눈물의 형태로 바뀌어 속눈썹을 적셨다.

마지막 몇 걸음을 단숨에 날아올라. 나는 소리가 나지 않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ㅡ아스나."

동시에 유이도 외쳤다.

"엄마......, 엄마!!"

작은 길의 종착점. 새장과 맞닿은 부분에는 벽보다는 조금좁은 창살로 만들어진 네모난 문이 있었으며, 그 옆에 잠금장치 기능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 작은 금속판이 있었다. 문은 닫혀 있었으나 유이는 내 손을 잡아당기며 조금도 기세를 늦추지 않고 문 바로 앞에서 오른손을 몸 왼쪽으로 치켜 올렸다.

그 손을 푸른 광채가 에워샀다.

직후, 손은 스윽 오른쪽으로 움직이고 동시에 문이 금속판째 날아갔다. 그것은 금세 빛의 입자를 흩뿌리며 소멸했다.

유이는 내 손을 놓더니 두 팔을 한껏 내밀며 다시 외쳤다.

"엄마ㅡ!!"

그대로 단숨에, 활짝 열린 입구에서 새장으로 뛰어들었다.

아스나도 의자를 박찰 듯이 일어났다. 입가에 가져갔던 두 손이 활짝 펼쳐지고, 그 입술에서는 떨리기는 했지만 또렸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ㅡ유이!!"

바닥을 박찬 유이의 조그만 몸이 아스나의 가슴을 향해 똑바로 뛰어들었다. 두 사람의 밤색과 검은색 긴 머리카락이 저녁놀빛을 반사하며 허공에 흩날렸다.

굳게 끌어안은 유이와 아스나는 뺨을 문지르며 확인하듯 다시 한 번 서로를 불렀다.

"엄마......."

"유......, 이......"

두 사람의 눈물이 끊임없이 떨어져 저넉놀을 받아 불꽃처럼 빛나고 사라졌다.

나는 뛰던 속도를 늦추고 살짝 아스나에게 다가가 몇 걸음 앞에서 발을 멈추었다. 고개를 든 아스나가 눈을 깜빡여 눈물을 떨어뜨리고는 정면으로 날 바라보았다.

그때와 똑같이, 나는 움직일 수 없었다. 이 이상 다가가 손을 뻗으면 모든 것이 사라져버릴 듯했다. 게다가, 지금 내 모습은 당시와는 전혀 다르다. 스프리건의 갈색 피부도, 거꾸로 치솟은 머리카락도 과거 키리토와 공통된 부분은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역시 그때와 마찬가지로 아스나의 입술이 움직이더니, 내 이름을 불렀다.

"ㅡ키리토."

한순간의 정적 후, 내 입이 움직이며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아스나."

나는 마지막 두 걸음을 다가가, 두 팔을 벌렸다. 가슴에 안은 유이의 몸과 함께 아스나의 가녀린 몸을 끌어안고, 강하게 힘을 주었다. 그리운 향기가 피어오르고, 그리운 온기가 내 몸에 배어들었다.

"......미안해, 늦어서."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아스나는 코앞에서 똑바로 내 눈을 바라보고 대답했다.

"아니야, 믿었는걸. 분명ㅡ구하러 와줄 거라고......"

그 이상은 말은 필요하지 않았다. 나와 아스나는 어느 쪽이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눈을 감은 채 서로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나의 등에 아스나의 두 팔이 감기며 굳게 힘을 주었다. 두 사람 사이에서 유이가 행복한 듯 숨소리를 내고 있었다.

ㅡ이제, 다 된 거야. 그렇게 생각했다.

이 순간이 마지막이라면, 여기서 내 목숨이 사그라진다 해도 후회는 없었다. 그 세계와 함께 끝났을 이 목숨이 여기서 완결되는 것뿐이다.

ㅡ아니, 그렇지 않아. 이제야,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거지. 검과 전투의 그 세계가 여기서 마친내 끝나고, 현실이라는 새로운 세계로 둘이 함께 떠나는 거다.

나는 고개를 들고 말했다.

"자, 돌아가자. 현실세계로."

포옹을 푼 후에도 나와 아스나는 손을 꼭 맞잡고, 유이는 아스나의 나머지 한쪽 팔에 안겨 있었다. 나는 그 얼굴을 들여다보며 물었다.

"유이, 여기서 아스나를 로그아웃시킬 수 있겠니?"

그러자 유이는 잠깐 이마를 찡그리더니, 금세 고개를 가로저었다.

"엄마의 스탯 데이터는 복잡한 코드로 구속되어 있어요. 해제하려면 시스템 콘솔이 필요해요."

"콘솔......"

고개를 갸웃던 아스나가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다.

"나, 연구소 최하층에서 그 비슷한 걸 봤어. ......아, 연구소 란 건......"

"그 허옇고 아무것도 없는 통로 말이야?"

"응. ......거기로 지나왔어?"

"그래."

고개를 끄덕인 내게. 아스나는 무언가 마음에 걸리는 듯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

"뭔가...... 이상한 것, 없었어?"

"아니, 아무하고도 안 마주쳤는데......"

"......어쩌면 스고우의 부하들이 어슬렁거리고 있을지도 몰라. 그검으로 베어버리면 좋겠는데!"

"뭣...... 스고우?!"

나는 아스나가 말한 이름에 경악과 납득을 동시에 느꼈다.

"그 자식의...... 스고우의 짓이었단 말이야? 아스나를 여기 가둬 놓았던 게?"

"응. ㅡ그뿐만이 아니야. 스고우는 여기서 무서운 짓을......"

아스나는 깊은 분노를 드러내며 무언가를 말하려 했으나,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멎는 현실세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