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않는다. 물론 속도도 그대로였다.

고속운전용 해상도로에는 차체를 제어하는 장치가 설치되어 있으므로 지금은 도로를 따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이런 속력으로 시가지에 돌입하면 틀림없이 건물에 정면충돌하고 그대로 관으로 직행하게 된다.

"어이, 이건 너무하잖아......"

저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출발 전에 확인했을 때에는 분명히 아무렇지도 않았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확인하고 싶었지만, 켈리의 오른쪽 눈은 시야와 같은 범위밖에 비출 수 없는 것이 약점이었다. 즉 당연한 말이지만 등 뒤에 있는 것은 보이지 않으므로, 뒷좌석 아래에 있는 엔진의 상태를 확인할 여유가 없었다.

차례로 닥쳐오는 차를 곡예에 가까운 운전으로 피하는 사이에도 육지가 점점 가까이 다가온다.

켈리는 짜증스럽게 바깥을 쳐다봤다.

오늘도 태양이 밝게 빛나는 화창한 날씨였다. 단,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따뜻하다고는 할 수 없다. 바깥 기온은 섭씨 14도. 아마도 수온은 더 낮을 테지.

"정말 장난치고는 너무 거창한데."

켈리는 중얼중얼 한탄하면서 애용하는 총을 뽑아들고 계기반 옆에 있는 에어 카의 자동조종 제어장치를 마구 쏴버렸다.

차는 곧바로 제어를 잃고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앞뒤에서 달려가던 자동차의 운전자들은 사색이 되었다.

켈리는 당황하며 급브레이크를 밟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도로를 가로막지는 않았고, 폭주하던 자동차는 뭔가에 튕기듯 운전자를 태운 채 바다를 향해 돌진했다.

부총수가 찾아오기를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던 스테이션 개발지사의 직원들은 약속시간이 한참 지나도 부총수가 나타나지 않자 점점 걱정하게 되었다.

본사에 문의를 해보자 부총수는 외출 중이었다. 은근슬적 외출한 시각을 물어보자, 3시간이나 전이라는 것이다.

본사의 직원은 부총수께 뭔가 급한 용무가 있느냐고 물었지만 적당히 말을 둘러대며 얼버무렸다. 부총수가 이쪽으로 찾아오는 것은 기밀사항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도 도착하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히 이상하다.

간부들까지 VIP 전용 출입구에 내려와 사고일 가능성도 있으니 조사해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심각하게 대화하고 있을 때, 엄청난 소음과 함께 현관 앞에 기묘한 것이 나ㅏ났다.

박물관이나 영화에나 나올 법한 검은 대형 자동 오토바이였다. 엄청난 엔진음을 울리는 중량감 넘치는 모습은 말 그대로 강철의 철마.

기가 막혀서 얼어붙어 있는 직원 일동 앞에 이 위압적인 기계에서 당당하게 내린 남자 역시 숨 막힐 정도의 기백을 풍기고 있었다.

이쪽 역시 온화하다고는 죽어도 말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VIP 전용 현관이 좁아 보일 정도로 큰 키에 검은 가죽수트를 걸치고, 고글로 얼굴을 가렸다. 사자의 갈기가 연상될 정도로 거칠게 흐트러진 머리에, 금속성의 발소리를 내는 긴 가죽부츠까지 신고 있다.

얼핏 보기에도 수상한 인물이어지만, 동시에 감상할 가치가 있는 모습이었다.

평균을 훨씬 뛰어넘는 체격은 둔하거나 무른 구석이라고는 조금도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려는 듯이 탄탄했고, 유연한 근육의 움직임이 얇은 가죽을 통해 확실하게 드러났다. 실제로 저 무거운 철마를 가볍게 다루던 모습이나 그런 격투의 흔적을 전혀 보이지 않는 경쾌한 걸음걸이를 보아도 이 사람이 얼마나 힘차게 민첩한지는 쉽게 알 수 있었다.

남자는 마치 자기 집에라도 돌아오는 양 느긋하게 건물로 들어섰지만, 직원들은 엄청나게 놀랐다. 그 중 한 명은 자칫하면 방범 벨까지 누를 뻔했다.

다른 직원 하나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용감하게 앞으로 나와 이곳은 일반 출입구가 아니고 이 회사와 관계없는 분의 출입은 사양한다고 말을 꺼내자, 남자는 웃으며 고글을 벗었다.

"관계야 당연히 있지, 이쪽에서 불러서 왔는데. 늦게 와서 미안하네. 켈리 쿠어다."

직원 모두는 다시금 말을 잃었다.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입을 뻐끔거리는 직원들을 보고, 켈리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했다.

"이상한 차림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좀 봐줘. 이래봬도 본사에서 나올 때에는 고급 양복에 번쩍거리게 닦아놓은 구두까지 신고 있었는데 전부 망쳐버렸어. 정말, 헤엄칠 수 있는 바다여서 다행이었지."

"헤, 헤, 헤엄?"

너무나 상상을 초월하는 사태에 머리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듯, 앵무새처럼 반문하는 남자에게 켈리는 태연하게 말했다.

"너무 늦어졌지만, 당신네 대장은 아직 기다리고 있나?"

간부 한 명이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당황하며 자세를 바로 잡았다.

"아..., 옛! 아까부터... 계속 걱정하면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안내하겠습니다. 이, 이쪽입니다."

상사들이 키 큰 남자와 함께 사라지자, 뒤에 남겨진 직원들은 어색하게 현관을 돌아보았다. 거기에는 켈리가 타고 온 대형 자동 오토바이가 덩그러니 세워져 있었다.

엄청난 골동품. 전자식 자동시동장치 따위 붙어 있을 리가 없다. 즉 초보자가 움직이려면 뒤에서 미는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겉보기만으로도 중량이 족히 500킬로그램은 넘을 텐데. 이 물건을 어떻게 차고에 넣어야 할지 그것이 문제였다.

스테이션 개발지사는 간소한 본사와는 전혀 다르게 거대한 건물이었다.

주위의 건물들에서 격리된 광대한 부지는 마찬가지였지만, 이곳에는 크고 작은 빌딩들이 모여 있다. 본사의 직원이 200여명 남짓인 데에 비해 이곳의 직원은 거의 5천 명이 다 된다고 하니 얼마나 규모가 다른지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켈리는 누구와도 마주치지 않고 곧바로 와일리가 기다리는 방으로 안내되었다. 아까의 전용 출입구처럼 복도나 엘리베이터까지도 VIP 전용인 듯했다.

와일리는 약속시간보다 한참 지나서 등장한 켈리에게 화를 내는 기색도 없이 활짝 웃으며 맞아들였다. 단, 켈리의 옷차림에는 놀랄 수밖에 없었던 듯 눈을 휘둥그렇게 뜨면서.

"지금 막 사람을 보내서 찾으려던 참이었네. 어찌 된 건가?"

"이 계절에 수영까지 하게 되어서 말입니다. 해안까지 헤엄쳐와서 옷하고 탈것을 구하느라 좀 고생했습니다. 이런 차림이라 정말 죄송합니다만 눈감아주시기 바랍니다. 좀더 어울리는 차림으로 오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그렇게 뜻대로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말이지요."

"헤엄이라니, 설마 밖에서 말인가?"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에어 카가 갑자기 바다로 뛰어들어버렸는데요."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켈리를 보며 날카로운 웃음이 울렸다.

"과연, 자네는 정말 운이 좋은 남자로군."

이 자리에는 와일리 이외에도 또 한 사람, 재벌의 중역이 있었다. 통신기기 개발부문의 최고 책임자 존 브라이언이었다.

존은 소파에 앉은 채 일어설 생각도 않고 술잔을 만지작거리고 있었지만, 켈리를 바라보는 눈은 진지하게 빛나고 있었다.

건너편 자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어쨌거나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야. 이리 앉게."

켈리는 조금 당황하면서, 몸집이 작은 와일리와 혈색이 좋은 브라이언을 번갈아 바라봤다. 어떻게 된 일이냐고 눈짓으로 물으면서.

와일리는 고개를 끄덕이고 소파를 가리켰다.

"실은 이 자리를 마련한 건 우리 두 사람의 생각이야. 꼭 들어줬으면 하는 이야기가 있어서 말이지."

"뭐, 우선 한잔 들게. 무슨 술로 하겠나?"

"브랜디로 부탁하겠습니다. 몸이 완전히 식어서 말이지요."

이 말은 정말이었다. 헤엄친 거리는 제쳐두고라도, 물이 상당히 차가웠기 때문이다.

이제 와서 새삼스럽기는 하지만 첫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았다. 브라이언 역시 애드미럴에는 비밀리에 왔다고 한다.

"쿠어 내부에서 사용되는 정보회선은 내 관할이야. 기록 좀 고치는 정도야 일도 아니지. 입국기록을 아무리 검색해도 나나 와일리는 여기에 없는 걸로 되어 있어. 자네도 그렇게 알고 있게."

자동기계가 주문한 술을 가지고 들어왔다.

켈리는 향긋한 술 냄새를 즐기면서 방의 상태를 확인했다.

필요 이상으로 화려하게 꾸며진 방이었다.

소파는 와인레드 계통의 가죽이고 책상은 황금제 다리에 장밋빛 대리석을 얹어놓았다. 바닥에는 색이 다른 여러 종류의 대리석을 이용해 커다랗게 기하학적인 문양을 장식했고, 그 위에 세밀한 기하학 문양의 융단을 깔아두었다. 벽의 한쪽 면을 바닥에서 천장까지 차지하고 있는 사이드 보드에는 고급스러운 도자기가 늘어서 있고, 지금은 완전히 접혀 있는 블라인드 커튼도 문양이 화려하다.

분명히 이곳은 와일리의 집무실이라고 알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그렇게는 보이지 않았다. 마치 어딘가의 파티장 같은 인상을 준다. 우아한 실버 그레이 계통으로 통일된 본사 회장실과는 전혀 분위기가 달랐다.

와일리가 걱정스럽게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