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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잃은 절친한 친구와 지금은 아무일 없었다는 듯 문고본을 읽고 있는 요코를 난처한 듯이 번갈아 보기만 헀고, 소라는 당활하며 더욱더 고개를 숙여 버렸다.

그때-.

"적당히 하시지!"

래리엇(프로 레슬링에서 상대의 목이나 뒤통수를 팔로 후려치는 기술)에 이은 넥 브레이커 드롭(프로 레슬링에서 공중에서 상대의 목을 꺾어 쓰러뜨리는 기술)이었다.

"안녕ㅡ 타카나시. 오랜만이네♪"

느닷없이 교실로 날아든 여학생은 마에시마 다이키를 흉악한 연계 동작으로 쓰러뜨리나 싶더니 상쾌한 미소로 인사했다.

"부장님…."

"그렇게 부르면 서먹서먹하잖아. 전처럼 '형님'이라고 불러도 되거든?"

"아무도 그렇게 부르지 않는데요, 오카에 선배님. 현재도 과거에도."

"어머, 그랬던가?"

슈지가 지적하자 합창부 부장인 오카에 키요미가 시치미를 때듯이 "오호호호."하고 웃었다.

"부, 부장님… 무슨 짓입니까…?"

바닥에 쓰러져 있던 다이키가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뻗었다.

"아차, 잊어버리고 있었네. 야잇!"

"으헉!"

수도로 금방 숨이 넘어갈 듯한 후배의 숨통을 끊은 키요미는 그 다리를 질질 끌고 갔다.

"타니, 너도 와."

"네네…."

협박하는 얼굴로 명령하자 슈지는 다소 축 늘어진 모습으로 뒤따라갔다.

"그럼 타카나시. 잘 있으렴♪"

교실을 나가기 직전에 소라를 향해 고상하게 인사를 하고 다이키를 여기저기 부딪히며 떠나갔다.

"휴우…."

폭풍 같은 선배가 떠나자 소라의 입에서는 저절로 한숨이 흘러나왔다.

"타카나시도 고생이 많구나."

"하나무라…, 미안해."

"왜 사과하는 거니?"

"내가 제멋대로 합창부를 그만둬서…."

"난 문예부야. 합창부 부원이 아니니까 상관없어."

"그, 그렇구나."문에 저절로 애니메이션과 만화를 접하며 자랐고, 늘 코스프레를 한 예쁜 여자 사진을 보며 성장해 온 소라에게 그것은 취미가 되었다.

원래부터 다소 내성적이었던 소라의 성격에 맞았는지 자연스럽게 흥미가 생겼다.

하지만 자기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아니었고 그렇게 부끄러운 짓은 하지도 못할 것 같았다. 그런 건 유리 언니처럼 예쁜 사람한테만 어울리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라이카 언니라든가….

소라는 살짝 눈물을 글썽거렸다. 누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괜히 서글퍼졌다.

이런 얼굴로 히나를 데리러 갈 수는 없어서 손수건을 꺼내려고 했다. 그런데 마침 손수건을 놔두고 왔는지 보이질 않았다. 소라가 한숨을 지은 그때였다.

"…손수건 여기 있어."

눈앞에 반듯하게 접힌 하얀 손수건을 내민 사람이 있었다.

"아…."

"사양하지 않아도 돼, 소라."

"…시오리 언니.:

소라는 낯익은 얼굴을 보고 안도했다. 쓰레기 수거장에서 종종 만나는 맞은편 집 언니였다.

이웃이라도 거의 얼굴을 대할 기회가 없는 것이 도시에서의 생활이고, 맞은편에 사는 이 여고생과 타카나시 가도 거의 교류가 없었다.

고작해야 서로의 이름을 알고 만나면 인사를 나누는 정도였다.

다만 그것은 소라와 미우의 인식일 뿐이었다.

타카나시 가의 맞은편에 사는 그녀의 이름은 키타하라 시오리.

겉모습은 청초하고 차분하며 온몸에서 곱게 자란 분위기를 풍기고 있지만, 실은 도심의 부자 동네에 사는 '아가씨'와는 다소 동떨이진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다니고 있는 곳도 유서 있는 집안과 자산가의 자녀들이 다닌다는, 도내에서도 손꼽히는 여자고등학교였다.

품행방정하고 학생회에도 소속해 있는, 우등생을 그림으로 그린 듯한 학생이었지만, 반대로 말하면 너무 강한 정의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고도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약간… 아니, 상당히 자기 생각만 옳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현재 그녀가 걱정하고 있는 것은 부모를 불행한 사고로 잃었다는 건너편에 사는 세 자매였다.

한동안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싶더니, 어느 날 젊은 남자가 세자매를 데리고 돌아왔다.

그 젊은 남자는 아직 대학생이라고 했다. 게다가 빈번하게 외박을 하고 아침에 돌아오는 듯했다.

혹시 나쁜 남자에게 속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시오리의 마음에 그런 의심이 피어오르는 데는 그리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때때로 소라의 비명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그 뒤로는 자기 생각만 옳다는 타고난 신념이 미친 듯이 질주했고, 지금 그녀 안에서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먼 친척이라고 밝히고 나선 남자에게 속아 돈뿐만 아니라 아직 어린 소녀의 육체까지 빼앗길 지경이다?" 라는 데까지 발전해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내가 세 자매를 구해야 해!'라는 묘한 의무감을 발동시켰다.

"울고 있었던 거니? 힘든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렴."

그녀는 소라의 손을 잡고 느닷없이 그런 말을 꺼냈다.

"네에…?"

"괜찮아. 난 너희 편이야."

소라는 약간 당황스러웠다. 갑자기 그런 말을 듣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빌린 손수건으로 눈가를 훔치고 감사의 인사와 함께 시오리에게 돌려주었다.

…시오리 언니도 사실은 코스튬 플레이어라는 말은 아니겠지?

그런 생각에 소라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걱정해 주고 있다는 것은 잘 알 수 있었다.

"저, 저기, 괜찮아요. 눈에 먼지가 들어간 것뿐이니까요."

"그렇구나. 그래도 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