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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은 켈리의 오른쪽 다리 위로 무릎을 얹었다. 한쪽 허벅지에 상대의 체중이 완전히 걸린 셈이다.

여자의 평균은 물론이고 남자의 평균 체중도 상회하는 무게이니 만치 상당한 부담이었지만 켈리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재스민의 눈이 금색을 띠고 있었다.

"해적, 난 누가 날 봐주는 게 싫어. 기억하는 한 그런 적은 한 번도 없었으니까 더."

"뭐어?"

켈리는 눈을 둥그렇게 떴다.

"봐주다니, 당신을?"

누가 그런 엄청난 짓을 한다는 걸까.

그러나 재스민은 한없이 진지했다.

"퀸 비에 쫓길 때 말이야. 어째서 그 속도를 내지 않은 거지? 간단히 도망칠 수 있었을 텐데."

과연.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동시에 우습기도 했다.

다른 배라면 절대로 통과할 수 없는 원시태양계까지 안내해줬건만, 봐준 거라고 생각하고 이렇게나 화를 내고 있는 여자가 하필이면 자기 마누라라는 사실이 우스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 웃었다간 더 화만 돋구겠지.

얼굴을 붙잡힌 상황이라 어렵기는 했지만 간신히 고개를 저었다.

"그걸 쓸 수는 없었어. 그때는 술래잡기였잖아? 전투가 아니었으니까."

"그럼 처음부터 전투라고 하는 편이 좋았을까?"

"농담하지 마. 그건 내가 사양할 거야. 그런 조건이었다면 애초에 승부를 받아들이지도 않았을 거야. 그때의 나는 당신을 죽여야 할 이유가 전혀 없었으니까."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

전투는 죽느냐, 죽이느냐이다. 게다가 자기 배가 그런 속도를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을 타인에게 알릴 수는 없었다. 알려진다면 바로 입을 막아야 했다.

고맙게도 재스민은 그런 사정을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재빨리 이해해주는 여자였다.

재스민 자신도 군인으로서 몇 번이고 생사의 위기를 헤쳐왔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이런 점만은 켈리가 지금까지 사귀었던 어떤 여자도 갖추지 못했던 미덕이었다.

붉은 머리의 여왕은 그제야 험악한 표정을 거두고 살짝 웃음을 지었다.

"지금은 어떄? 네 배가 어떤 배인지 알려져도 상관없는 거야?"

"설마. 당신이라면 알아도 상관없지만 다른 사람들은 곤란해."

켈리는 장난스럽게 대답했지만 그 말 뒤에 숨겨진 진의는 결코 달콤하지 않았다. 아니, 지극히 차가운 말이었다.

필요 이상으로 켈리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결과적으로 그 정체가 당국에 알려져버리는 사태는 재스민에게 있어서도 큰 타격이 된다. 최소한 범인 은닉에 관해 책임을 지게 된다. 게다가 감싼 상대가 너무 나쁘다. 아무리 쿠어 재벌에 힘이 있어도, 연방 상층부까지 미치는 영향력이 있어도 무사히 넘어갈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