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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이 녀석은 아이와 함께 살아서 돌아오겠다고 했어. 더럽게 마음에 안 드는 인간이지만 지금까지 한 번 입 밖에 낸 소리는 반드시 지켰어. 그럼 이번에도 살아서 돌아오겠지."

포기해버린 건지, 신용하는 건지 분간하기 힘든 말투였다.

두 시간 후, 퀸 비의 정비가 끝났다.

그때까지도 '블루 네뷸러'를 둘러싸고 있는 자기폭풍은 여전히 가라앉을 기색을 보이지 않았고, 항행금지 역시 해제되지 않은 상태였다.

알렉산더는 끝까지 붙들고 늘어졌고 의무장도 필사적으로 설득하려 했지만 재스민은 태연하게 비행복을 몸에 걸치고 격납고로 내려가버렸다. 어설프게 방해했다간 그대로 걷어차일 것만 같은 기세였다.

최후까지 함께 있던 정비장도 복잡한 표정이었다.

"간신히 3G 이하까지는 떨어뜨려 놓았지만 제발 무리는 하지 말아주세요. 홀몸이 아니니까. 선회 성능에는 변함이 없지만 평상시처럼 휘둘러대는 건 금물입니다."

"걱정 마. 내 자식이라고. 이 정도로는 안 떨어져."

정비원들이 기체에서 떨어지자 재스민은 '쿠어 킹덤'의 감응두뇌와 접촉했다. 격납고의 문을 여닫는 것은 감응두뇌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나간다, 펠릭스. 열어줘."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승무원이, 아직, 격납고 내에, 남아 있습니다."

이 배의 감응두뇌는 최신형인 FER-X202, 펠릭스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다.

정비원들이 완전히 내린 것을 확인한 뒤 펠릭스는 격납고의 문을 열었다.

붉은 색의 우아한 기체가 우주 공간을 향해 미끄러져 나갔다.

평범한 전투기와는 달리, 퀸 비는 게이트를 도약하는 데 필요한 중력파엔진을 장착하고 있다. 게이트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탐지기도 마찬가지였다.

재스민은 조종석의 계기에 나타난 수치를 보고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메테올라이트 아이'에 연락해 이제부터 '블루 네뷸러'로 도약하겠다고 알렸다.

'메테올라이트 아이'의 관제관은 경악했다. '블루 네뷸러'의 관제관 역시 마찬가지였다.

양쪽 모두 반쯤 미친 듯이 재스민을 제지했다.

도약 시 사고가 발생하면 그 우주선이 날아가는 것만으로는 끝나지 않는다. 양쪽의 게이트에도 큰 피해가 발생한다. 자칫하면 그대로 전부 다 우주의 먼지가 되어버릴 가능성도 있었다. 상대가 쿠어 재벌의 총수든 뭐든 이것만은 허가할 수 없었다.

폐쇄 상태의 게이트에 억지로 돌입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행동인지 힘주어 역설했지만, 그럼에도 재스민의 뜻을 꺾을 수 없다고 판단하자 '블루 네뷸러'는 서둘러 도망치려 했다.

스테이션은 어느 정도의 이동 능력을 지니고 있다. 게이트에 정확하게 자리 잡기 위한 미세조정용 추진기관이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설프게 움직이면 스테이션의 구조물 자체가 게이트를 막아버리고 만다.

그것을 눈치 챈 재스민이 통신기를 향해 외쳤다.

"움직이지 마, '블루 네뷸러'!"

"하, 하지만, 미즈 쿠어! 너무 위험합니다!"

"시끄러워. 금방 끝나니까 눈이나 꽉 감고 있어!"

"그, 그런......"

양쪽 관제사들은 운이 없었다.

'블루 네뷸러'의 관제관은 떨면서 하늘을 향해 기도드렸고, 교통량이 훨씬 많은 '메테올라이트 아이'의 관제관은 창백한 얼굴에 비지땀을 흘리면서 다른 노선의 항행을 일시적으로 중단시키기 위해 뛰어다녔다.

그리고 '쿠어 킹덤'의 승무원들이 마른침을 삼키며 지켜보는 가운데, 퀸 비는 '메테올라이트 아이'를 향해 돌진했다.

스테이션은 우주 공간에서 밝게 빛나는 철사로 만들어진 공 같은 것이다.

붉은 기체는 그 사이를, 그것도 항행금지 명령이 내려진 라인을 향해 똑바로 돌입했다.

그 기체가 '메테올라이트 아이'와 겹쳐진 순간, 퀸 비의 기체는 모네이튼 성계에서 사라졌다.

잠시 뒤 십여 광년 이상 떨어진 '블루 네뷸러'의 관제관이 헐떡이며 말했다.

"게이트 아웃, 확인했습니다......!"

그 순간 '쿠어 킹덤'에서는 일제히 한숨이 흘러나왔다.

기나긴 안도의 한숨이었다.

선장은 곧바로 퀸 비와 연락을 취했다.

"재스민, 들립니까?"

"응. 감도는 양호해."

지금은 아직 시간차가 없지만, 퀸 비가 '블루 네뷸러'에서 멀어지면 대화에도 점점 더 시간이 걸리게 된다.

실제로 아이아스와 '블루 네뷸러' 사이의 대화에는 15분의 시간차가 존재한다.

"몸이 이상하다고 느끼면 절대로 무리하지 말고 얌전히 아이아스에 기항해주세요."

"알고 있어. 그럼 이제부터 수색을 시작할 테니까. 끊는다."

선장은 아이아스 지부와 수색을 나선 배 쪽에도 통신을 보냈다. 재스민이 그쪽에 갔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재스민은 '버밀리온'이 날아갈 예정이었던 항로를 따라 아이아스로 갈 생각이었지만 평소보다 속도를 줄였기 때문에 소행성대에 도착할 때까지는 약 두 시간, 아이아스에 도착할 때까지 열 여섯 시간 반 정도가 걸릴 터였다.

"발견할 거라고 생각합니까?"

선교에 올라와 있던 알렉산더는 불안한 표정으로 선장에게 물었다.

수색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재스민의 몸에 부담이 간다. 하지만 저 여왕님은 어느 정도의 성과를 올리기 전까지는 절대로 돌아오지도, 아이아스에 기항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시라도 빨리 '버밀리온'이 발견되기를ㅡ설령 잔해라 하더라도ㅡ빌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골드맨 선장도 괴로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이번만큼은 뭐라고도 할 수 없습니다. 퀸 비의 탐지기라면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재스민이 저렇게 도약할 수 있었는데 이 배는..., 제가 타고 온 탐사선도 여기서 가만히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겁니까?"

"유감입니다."

선장의 얼굴에도 만감이 교차하고 있었다.

인류가 우주로 진출한지도 수백 년이 경과했다.. 현재 인간이 거주하는 행성은 200개 이상으로, 빛이 수백 년 걸려서 도착할만한 거리를 단숨에 이동하는 것도 가능하다.

인간의 발이 닿지 않던 우주를 그렇게까지 개척해냈다는 자신감과, 거기까지 이루어냈어도 이 우주라는 것은ㅡ대자연이라는 것은 절대로 인간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현실을 통감하고 있는 목소리였다.

"우리들의 선조가 게이트를 발견한 것은 먼 옛날입니다. 맥스 쿠어가 처음으로 스테이션을 개발한 때부터도 50년 이상이 지났지요. 지금은 누구나 어려움 없이 교통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지만, 실제로 우리들은 게이트에 대해 거의 아무것도 모릅니다. 단지 어떤 상태일 때 안전하게 도약할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을 이용하는 데에 불과합니다. 안전한지 어떤지의 판단은 감응두뇌가 내리지요. 말을 바꾸자면 감응두뇌가 도약불능이라고 판단하면 그 판단을 뒤집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감응두뇌의 활동을 정지시키겨 수동으로 게이트 인하는 거야 가능하겠지만, 그건 자살행위지요."

"하지만 저 기체는 갈 수 있었잖아요? 뭔가 방법이 없는 겁니까?! 그밖에도 똑같은 기체를 준비한다거나."

선장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알렉산더 씨, 1,000톤급 전투기에 중력파 엔진을 실으면 누구라도 똑같은 비행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고 계신다면 그건 착각입니다. 원래 통과할 수 없는 폐쇄상태인 게이트로 도약하는 겁니다. 이런 재주를 해내려면 개인의 기량이 문제지요."

"조종사에게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건가요?"

"어지간한 기술로는 불가능합니다.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지요. 재스민의 실력은 말로 설명하기 힘든 수준입니다."

감응두뇌는 게이트가 도약에 필요한 조건을 만족하고 있는지 어떤지를 과거의 정보로부터 판단해 안전하다고 판단된 경우에만 도약을 승인한다.

말을 바꾸자면, 무슨 일이 있어도 괜찮다고 판단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하지만 통신파가 오고갈 수 있다면 완전한 폐쇄는 아니다.

재스민은 불안정한 게이트 안에서 억지로 도약할 수 있을 만큼의 틈새를 찾아내 돌입한 셈이었다.

"그저 능숙하게 기체를 조종하는 것만으로는 그런 행동은 불가능합니다. 게이트와 타이밍을 맞추는 게 문제죠. 평범한 인간이 똑같은 흉내를 냈다가는 그대로 산산조각 날 겁니다."

"그럼 우리들이 갈 수 있을 정도로 게이트가 회복되려면 얼마나 걸리는 겁니까!"

"알 수 없습니다."

한심하지만 그것이 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