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집(凝集)
45.5 × 45.5cm, Mixed media, 2025
확산(拡散)
45.5 × 45.5cm, Mixed media, 2025
삶은 끊임없이 모이고 흩어지는 반복입니다. 감정, 관계, 기억처럼 모든 것은 순간 응집되었다가 이내 확산됩니다.
이 두 작품은 그러한 존재의 흐름을 시각화한 시도입니다. 하나는 안으로, 다른 하나는 바깥으로 향하며, 서로 다른 듯 하나의 리듬을 이룹니다.
응집과 확산, 그 사이의 떨림과 여운을 색과 형태로 담아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기운의 흐름이 시각적인 언어로 전달되어 관람하는 이들에게 새로운 감각적 경험으로 다가가기를 희망합니다.
본 작업, <응집과 확산>은 양자 파동의 중첩 현상과 연기론적 세계관에 기반하여 제가 바라보는 존재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탐구한 것입니다. 저는 감정이나 관계, 기억처럼 삶을 이루는 모든 요소들이 끊임없이 모이고 흩어지는 순환의 과정 속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모든 존재가 무수한 원인과 조건의 상호관계 속에서 생성되고 소멸한다는 연기론의 철학과 깊이 맞닿아 있습니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저는 두 개의 개별 작품을 제작했습니다. <응집>에서는 선명하고 밀도 높은 푸른 원형을 통해 에너지가 한곳에 집중되는 순간의 상태를 담아냈고, <확산>에서는 경계가 허물어지며 빛과 색이 주변으로 퍼져나가는 모습을 통해 그 상태가 해체되고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결국 두 작품은 안과 밖이라는 대립적인 방향성을 가지면서도, 생성과 소멸이 분리된 것이 아닌 하나의 거대한 리듬이라는 존재의 본질을 이야기합니다. 저는 이러한 눈에 보이지 않는 기운의 흐름과 그 사이의 떨림, 여운을 시각적 언어로 번역하여 관객에게 새로운 감각적 사유를 제안하고자 합니다.
작품은 산더스 워터포드 수채화 전용지 위에 시아노타입 감광액과 수채화 물감을 주된 재료로 사용했으며, 보존을 위해 모드파지와 UV 보호 스프레이로 마감했습니다. 저는 각 매체의 특성을 활용하여 '응집'과 '확산'이라는 추상적인 주제를 효과적으로 구체화하고자 했습니다.
더 나아가, 관객은 두 작품을 개념적으로 겹쳐(레이어) 봄으로써 양자적 '중첩'의 상태를 상상해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확산>의 빛나는 중심부가 <응집>의 배경 위에 겹쳐지는 모습을 그려본다면, 이는 하나의 존재가 안으로 모여드는 동시에 바깥으로 퍼져나가는 상태가 공존할 수 있다는 이번 작품의 주제 의식을 더욱 명확하게 드러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