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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취급을 하고 있다.

게다가,

[불쌍하게도. 바보구나]라는 식으로.

이대로 내버려두었다가는,

[기운 내렴. 옳지~, 착하지~.]

라는 말을 꺼낼 것 같았다.

“저기-.”

“응?”

여자애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만둬줄래?”

“뭘?”

“그...”

“응?”

“...그.............................바보라고 말하는 거.”

“말하는 거?”

확인하듯이 반복하는 어미.

그러고 나서 여자애는 “푸후후”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아-, 지금.

완전히 바보 취급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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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에는 약도 없다.

이 말은 진짜 절묘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나의 ‘첫사랑’ 같은 것을 남에게 들켰다.

그야 초등학생 때는 물론이고 중학생이 된 후에도 ‘저 애 귀엽네에’ 정도의 생각은 자주 하곤 했지만.

‘사랑’이라거나 그런 값싸게 들리는 ‘것’에 관심이 없었다.

특히 또래 여자애들한테는. 왠지 어리게 느껴져서.

그런데 아니었다.

어린 건 나였다.

그것도 들켰다.

갈색머리에 구릿빛 화장을 한 여자애. 하지만 부잣집 딸들이 다니는 학교의 교복을 입고 있는 여자애.

얼마나 더 거침없이 말해야 직성이 풀릴까?

하지만 단도직입적으로 핵심을 찌르는 말이라 코헤이는 끙끙 거리며 신음할 수밖에 없었다.

코헤이와 여자애는 완전 땡땡이를 치기로 하고 학원에서 도보로 2분 걸리는 패스트푸드점에 들어갔다.

가게 안에서 “어서 오세요”라거나 “감사합니다” 하는 등 기운찬 목소리가 들렸다.

2층 금연석 중에서도 가장 깊숙한 자리. 화장실 바로 옆자리에 두 사람은 진을 치고 앉았다.

패스트푸드점 안에는 두 사람과 비슷한 교복 차림의 학생이 많았지만 그래도 같은 학원 학생은 하나도 없었다.

당연한 일이지만.

모두 필사적으로 공부 중이니까.

목숨을 걸고.

그런데 난 이런 데서 뭘 하고 있는 걸까?

눈앞에서 콜라를 홀짝이며 감자를 집어먹는 여자애.

어째서인지 자연스럽게 코헤이가 사는 것으로 굳어질 것 같다.

“네가 먹은 건 네가 내!”

그렇게 코헤이가 말하자 여자애는,

“어머! 남자 주제에 쩨쩨하긴!”

“쩨쩨하긴 누가!”

항변하던 코헤이의 눈에 문득 여자애의 지갑이 살짝 보였다.

분명히 코헤이보다 부자였다.

아니, 부잣집 딸들이 다니는 학교의 교복을 입고 있는 시점에서 이미 알 수 있는 일이지만.

돈도 많으면서 남한테 덤터기 씌우지 마.

진짜 쩨쩨한 게 누구냐?

더군다나 앞서 걷고 있던 코헤이가 3층까지 올라가려고 하는 것을 무시하고 여자애는 2층의 금연석으로 들어가버린 것이다. 뒤를 돌아봤을 때 없어서 황급히 2층으로 뛰어내려간 코헤이에게 “뭐 하니?”라고 태현이 물어오는 시추에이션.

나야말로 묻고 싶다.

뭐 하는 거야?

아아, 정말 가지가지 한다.

...운수 사나운 날인가...

여자애는 배가 고팠는지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와구와구 먹어댔다.

나는 식욕이 없는데...

“하아...”

저절로 무겁고 큰 한숨이 나왔다.

그러자 자리에 앉은 후로는 먹는 일에 쓸 때 말고는 입을 열지 않았던 여자애가 감자튀김을 집어들던 손길을 멈추었다.

뭐, 단순히 벌써 먹을 게 바닥나버렸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한숨을 쉬면 복 달아난대.”

“알 게 뭐야... 휴우-.”

나올 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