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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주제에 건방지구나아.”

허스키견 인형이 귀여운 목소리로 비꼬았다.

“인형한테 그런 말 듣고 싶지 않은데에...!”

말하면서도 사야는 허스키견 인형을 붙잡은 왼손에 약간 힘을 주었다.

“그윽...!”

허스키에게서 작은 신음소리가 새어나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날은 흘러가지만 시간은 가라앉은 듯이 멈춘 채.

그때 그대로.

변하지 않은 채 차가운 물웅덩이 속에서 흔들리며 어디로도 가지 못한다.

푸른 잎은 무성하지만 꽃은 시든 채.

끝난 채로 시작도 하지 않는다.

당연한 오늘이 한숨이 된다.

어느 샌가 마음이 생기를 잃고 시들어,

진공 속으로 사라진다.

비 내기는 날이면 보이는 또 하나의 자신.

그녀는 줄곧 울듯이, 슬퍼하듯이 사야를 바라보고 있다. 그저 그뿐.

만질 수 있을 것 같은데 몹시 희박하고 불확실한.

어째서 그녀가 저렇듯 비통해 보이는 걸까.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