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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여자애는 말을 이었다.

마음을 잇듯이.

“봐, 또. 한숨을 한 번 쉴 때마다 행복도 하나씩 새어 나가버린단 말이야. 진짜로.”

경험한 적이 있는 듯한 말투였다.

“물을 이렇게 손으로 푸려고 하면 꼭 흘리고 말잖아? 그거랑 똑같아. 흘러나가버린단 말이야. 사람들은 저마다 얻을 수 있는게 정해져 있는지도 몰라. 손가락을 꽉 깍지꼈는데도 물이 새어 나가버리듯이.”

잘 알 것 같으면서도 하나도 모르겠다.

역시 알지 못하는 나.

“자기 스스로 행복을 놓아선 안 돼. 손에 넣었다면 꽉 끌어안아야 해. 비록 자기 체온으로 물이 증발해버릴지도 모르지만 그건 어쩔 수 없어. 왜냐면 살아 있는걸. 당연히 따뜻하지.”

손에 넣은 것...

그런 게 나한테 있을까?

만약 있었다고 해도 이미 모조리 흘려버린 게 틀림없다.

그렇지 않다면 이런 기분을 느낄 리가 없다.

“아무것도 없어. 나한테는 아무것도 없어...”

입술이 저절로 내뱉는 말.

코헤이는 행복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다고 생각해왔다. 어머니를 잃고 나서 깨달은 것은 거기에 있어준다는 사실만으로도 두 손에 넘쳐 제대로 끌어안을 수 없을 만큼 크나큰 행복을 갖고 있었다는 것.

지금은 이미 없는 행복.

이젠 가진 것이 하나도 없었다.

“-있잖아.”

그런데 여자애는 말했다.

의자에서 엉덩이를 살짝 들고 테이블을 손으로 짚더니 몸을 내밀고 코헤이에게 얼굴을 가까이 들이댔다.

허를 찔려 당황한 코헤이는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여자애는 코헤이를 빤히 쳐다보았다.

얘, 뭐야?

정말 모르겠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냐고. 처음 만난 사람에 대해서 뭘 안다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는 한편 마치 마음을 꿰뚫어보는 듯한 눈빛에 가슴이 울렸다. 뭔가 이야기하기 쉬웠고 처음인데 긴장도 하지 않고 편히 있을 수 있었다.

때문에 어슬렁어슬렁 이런 곳까지 따라온 거지만.

코헤이가 기운을 잃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멈춰 서 있는 것을 여자애는 감으로 알아채고 있었다.

그리고 거의 무의식중에 기운을 복돋워주려 하고 있었다.

불가사의한 아이였다.

“거 봐, 있지.”

그리고 농담처럼 웃는 여자애.

오른손 검지로 코헤이의 심장 언저리를 살짝 찔렀다.

“여기 있잖아? 따뜻한 마음이.”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녀의 얼굴이 떠올랐다.

가슴이 욱신거리며 아파왔다.

아아, 진짜다.

여기에 있었다.

이 마음은 확실한 것이다.

“잃어버리고 나서야 소중한 존재를 깨닫다니 정말 바보 같다고 생각하지 않니?”

여자애는 얼굴 전체로 씩 웃었다.

이런 예쁜 얼굴을 갖고 있으니까 더 내숭을 떨어도 될 텐데.

보고 절로 웃음이 나올 만큼 자연스런 모습.

무리를 하지 않기로 결심한 듯한 느낌.

-부럽다.

코헤이는 솔직히 그렇게 생각했다.

손에 넣은 ‘물’을 어떻게 할지 결정하는 것은 나 자신.

생각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그렇다면 생각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 마음이 진짜라면 더더욱.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

깨닫는 순간 이렇듯 아파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애초에 깨닫지 못했기 때문에 생각도 해보지 않은 것이겠지만.

토요일.

평소보다 늦게 일어났다.

아니, 잠들지 못하고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머릿속이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흡사 천장에 거꾸로 서 있는 것 같았다.

방에서 나가니 텔레비전 소리에 섞여 즐거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버지는 이미 출근하고 없었지만 거실에는 오늘 쉬는 형 키이치와 ‘그녀’가 있었다.

“안녕? 코헤이!”

자명종으로 효과 만점이 너무나 밝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수면 부족에는 약발이 지나치게 잘 들었다.

“......안녕하세요...!”

뻗친 머리를 무뚝뚝하게 긁적이며 코헤이는 곧장 세면장으로 향했다.

거울 앞에 섰다.

뜻밖에 얼굴 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