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고문의주세요 ✔ 데이트매칭


-딸랑.

어디에선가 방울 소리가 들렸다.

어디에서인지 카레라이스 냄새가 풍겼다.

비 냄새는 더욱 짙어지고 일기예보에서는 때 아닌 ‘태풍’의 상륙을 알리고 있었다.

#

점심시간.

-은 오지 않았다.

태풍이 다가오는 중이라 학교 측에서 오늘은 오전 수업만 하고 끝내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예 휴교를 했으면 좋았을 텐데... 라고 투덜대고도 싶어지지만 태풍은 예상을 뛰어넘는 빠른 속도로 다가왔다.

이대로 가다간 몇 시간도 되지 않아 동네는 태풍에 휘말릴 것이다.

한편 수업이 절반으로 끝난 상황에서 학생들은 들뜬 기분으로 서둘러 학교를 빠져나갔다.

하지만 현관을 나선 직후 맞닥뜨린 세찬 빗발에 울적해지고 말았다. 우산을 써봤자 소용이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강해지기 시작한 바람이 고등학교의 부지 내에서 가장 큰 기념수(記念樹)를 마구 뒤흔들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보였어.”

마코토가 그런 말을 꺼냈다.

토이로와 나란히 현관을 향해 걷고 있던 그는 늘 조금 구부정하게 웅크리고 다니는 등을 꼿꼿하게 폈다.

담임교사가 오후 수업이 없으니 하교하라고 전할 때 마코토는 곤히 잠들어 있었기 때문에 다른 반 친구들보다도 늦게 교실을 나서게 되었는데 결국 둘의 귀가는 더욱 늦어질 것 같았다...

그가 ‘보는’ 것은 사실은 보이지 않아야 하는 것.

부모님을 잃었을 때 생기고 만 힘.

그 힘 때문에 고통스러워한 적도 있었지만 그것이 소중한 사람을 지킬 수 있는 힘이라는 사실도 알았다.

“나... 이젠 없어진 줄 알았거든.”

마코토는 망연히 중얼거렸지만 말만은 토이로에게 닿았다.

“너를 지키고 싶었고 지켜줄 수 있었으니까. 난 그때 소중한 사람을 잃지 않을 수 있게 지켜준 힘이라고 생각했어. 그러니까 이 힘은 이제 필요 없어진 줄 알았거든.”

“마코토...”

그는 무엇을 보았을까?

불현듯 토이로의 뇌리를 스친 것은 그녀의 얼굴.

부드럽게 찰랑거리는 금발에 귀엽게 튀어나온 짱구이마.

분명 그랬다.

“지금 울고 있어. 그 애가 울고 있어.”

유리창을 두드리는 빗소리를 삼키고 교내 방송이 울려 퍼졌다.

전교생은 즉시 하교하도록.

재촉하듯이 말하는 교사의 목소리가 오히려 수런거리던 마음을 진정시켜주었다.

“비에 흠뻑 젖어 있었지만... 그건 눈물이 틀림없어.”

그는 걱정스럽게 말했다.

-중대한 일일수록 조급해하지 말고 냉정하게.

토이로는 할머니가 해준 말을 떠올렸다.

창 밖으로 눈길을 돌렸다.

유리창을 두드리는 굵은 빗줄기 때문에 바깥 풍경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런 빗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