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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추웠다.

나는 두 손을 비비며 공방에 들어섰다. 벽의 레버를 당기고, 이미 붉게 타오르기 시작한 화로에 손을 대고 녹였다. 수차의 덜컹덜컹 하는 소리만은 변함없었지만 초겨울인 지금이 이렇게 춥다니, 만약 한겨울이 되면 집 뒤의 냇물이 얼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걱정스러웠다.

한동안 생각에 잠겨 있다고 문득 정신을 차리고 스케줄을 확인해보았다. 오늘이 납기인 주문이 8건이나 밀려있었다. 빨리 끝내지 않으면 해가 질 것이다.

첫 주문은 경량 타입 한손용 직검. 주괴 목록을 한동안 노려본 후, 예산과 성능에 맞는 것을 골라 화로에 집어넣었다.

요즘은 내 해머질 실력도 늘었고 여러 가지 새로운 금속도 입고되어, 평소에도 하이레벨 무기를 단련하는 일이 잦아졌다. 잘 달궈진 주괴를 모루 위에 놓고 해머를 설정해 힘껏 내리쳤다.

하지만 한손용 직검에 한해서만 말하자면-올해 초여름에 만들었던 그 검을 웃도는 것은 한 번도 만들지 못했다. 그것이 속상하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

내 마음의 조각이 스며든 그 검은 오늘도 머나먼 전선에서 씩씩하게 활약하고 있겠지. 이따금 눈앞의 연마석으로 보살펴주고 있지만, 보통 무기와는 달리 쓰면 쓸수록 검신의 투명도가 늘어가는 것 같았다. 어쩐지, 언젠가 수치적인 소모도와는 별개로 자신의 역할을 마치고 부서지는 것은 아닐까-그런 예감마저 들었다.

하지만 뭐, 그건 아마 한참 미래의 일이 되겠지. 지금의 최전선은 75층. 그 검은 아직도 더 고생을 해야 할 것이다. 그 사람-키리토의 오른손에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샌가 규정 횟수를 내리쳤는지 주괴가 붉은 빛을 뿜어내며 변형되기 시작했다. 마른침을 삼키며 마법의 순간을 지켜보고, 마침내 출현한 검을 손으로 집어들고 확인해보았다.

「……그럭저럭, 일까나」

중얼거리고, 나는 이를 작업대 위에 올려놓았다. 당장 다음 주괴를 꺼내 작업에 들어갔다. 이번엔 투핸디드 액스, 리치 중시…….

◆ ◆

오후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겨우 모든 주문을 소화해내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크게 기지개를 한 차례, 살짝 한숨을 내쉬었을 때, 벽에 걸려있던 조그마한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어깨를 나란히 하고 V사인을 보내는 나와 아스나. 아스나의 곁에는 반걸음 물러난 위치에 서서 쓴웃음을 짓고 있는 키리토. 이 건물 앞에서 찍은 것이다. 보름쯤 전-그 둘이 결혼 보고를 하러 왔을 때.

누가 봐도 잘 어울리는 두 사람인데도 골인에 결국 반년이나 걸린 셈이다. 나도 이래저래 안달하며 여러가지로 도움을 주었기 때문에, 마침내 결혼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정말 기뻤다. 그리고-아주 살짝, 애달픈 기분도 들었다.

그날 밤 있었던 일은 요즘도 가끔 꿈에 나온다. 나의 그다지 기복도 없던 2년간 작은 보석처럼 빛나던 환상의 밤, 그날의 추억, 잉걸불(熾火)처럼, 다섯 달이나 지난 지금도 나의 가슴을 데우고 있었다.

「……나도 참……」

어이가 없네, 하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리고, 사진을 살짝 손끝으로 훑었다. 합리적인 현실주의자라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사실은 이렇게 기특한 성격인 줄은 나도 몰랐다.

「결국, 계-속 좋아하고 있다고, 너를」

사진의 한 점을 톡 두드리며 나는 몸을 돌렸다. 늦은 점심식사는 직접 적당히 만들어볼까, 아니면 가끔씩은 밖에서 먹어볼까 생각하며 공방을 나서려던-그 순간이었다.

이제까지 들어본 적이 없는 효과음이 커다란 볼륨으로 머리 위에 울려퍼졌다.

뎅, 뎅, 하는, 종소리 같은-혹은 경보음 같은……. 재빨리 천장을 올려다보았지만, 아무래도 그 소리는 그 너머, 상부 층 쪽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황급히 공방 문을 열고 매장으로 나서자, 더더욱 나를 경악케 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곳에 가게를 연 후로, 당연하지만 하루도 쉬는 일 없이 카운터에 서 있던 NPC 점원이 갑자기 소리도 없이 소멸한 것이다.

「……?!」

눈을 동그랗게 뜨고, 조금 전까지 그녀가 있던 공간을 응시했지만 돌아올 기색은 없었다. 심상찮은 사태였다.

재빨리 가게 밖으로 나간 나는 더더욱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되었다.

100미터 상공에 펼쳐진 상부 층의 바닥, 그 무기질적인 회색 뚜껑 밑에-거대한 붉은 문자가 빼곡하게 떠올라다. 뚫어져라 쳐다보니, 【Warning】, 그리고 【System Announcement】라는 두 개의 단어가 진홍색 체크무늬 형태로 늘어서 있는 것 같았다.

「시스템……아나운스……」

본 적이 있는 광경이었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2년 전, 이 데스게임이 시작된 그날, 1만 플레이어에게 룰의 변경점을 알려주었던 속이 텅 빈 아바타의 등 뒤에도 이것과 똑같은 광경이 나타났다.

거의 몇 초간 얼어붙어 있다가 겨우 주위를 둘러보니, 나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멍하니 선 채 상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 광경에 어쩐지 위화감이 섞여 있는 것 같아 고개를 갸웃한 후, 금세 그 이유를 깨달았다.

평소 같으면 길을 오가거나 물건을 팔고 있어야 할 NPC들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아마 내 점원과 동시에 사라진 것 같지만……, 대체 왜?

갑자기, 계속 울리던 알람음이 끊겼다. 한 순간의 정적이 찾아온 후, 이번엔 부드러운 여성의 목소리가 여전히 커다란 볼륨으로 들려왔다.

『지금부터 플레이어 여러분에게 긴급 공지를 알려드립니다』

2년 전에 들었던 게임 마스터 카야바 아키히코의 목소리와는 완전히 다른, 인공적이며 전기적인 울림이 느껴지는 합성음이었다. 분명 게임 시스템이 말하는 공지였지만, 관리자의 기척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SAO에서 이런 공지를 듣는 것은 처음이었다. 마른침을 삼키며 귀를 기울였다.

『현재 게임은 강제관리모드로 가동되고 있습니다. 모든 몬스터 및 아이템 스판은 정지됩니다. 모든 NPC는 철거됩니다. 모든 플레이어의 히트포인트는 최대치로 고정됩니다.』

시스템 에러? 뭔가 치명적인 버그가 나왔나……?

나는 즉시 그렇게 생각했다. 불안의 손길이 심장을 꽉 움켜쥐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아인크라드 표준시 11월 7일 14시 55분 게임은 클리어되었습니다』

-시스템 음성은, 그렇게 알렸다.

게임은, 클리어되었습니다.

그 말의 의미를 몇 초 동안 알 수 없었다. 주위의 플레이어들도 모두 얼어붙은 표정으로 멍하니 서 있었다. 하지만 그 후 이어진 말을 듣고 모두가 뛰어올랐다.

『플레이어 여러분은 순차적으로 게임에서 로그아웃됩니다. 그 자리에서 대기해 주십시오. 반복합니다……』

돌연, 우와아아! 하는 커다란 함성이 솟았다. 지면이-아니, 부유성 아인크라드 전체가 뒤흔들렸다. 모두들 얼싸안고, 땅바닥을 구르고, 두 팔을 치켜들며 소리를 질러댔다.

나는 움직이지도 못하고, 아무 말도 없이, 가게 앞에 그저 서 있었다. 간신히 두 손을 들어 입을 가렸다.

해냈구나. 그 녀석이-키리토가, 해낸 거야. 언제나처럼, 무모하게…….

그것은 확신이었다.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은가. 최전선은 아직 75층인데도 게임을 클리어해버리는 무리한, 터무니없는, 비상식적인 짓은 키리토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것이다.

귓가에, 어렴풋한 속삭임이 들려온 것 같았다.

-약속, 지켰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