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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리토가 굴 밑바닥에 착지했을 때 내 눈은 완전히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몇 번이고 눈을 깜빡인 후 활짝 뜬 눈앞에 드래곤의 뒷모습이 들어왔다. 우리를 놓친 채 고개를 두리번두리번 좌우로 돌리고 있다.

그렇다면 뒤에서 공격할 생각인 걸까? 그렇게 생각한 것도 잠시, 키리토는 뜻밖에 드래곤에게 살금살금 다가가-오른팔을 뻗어 흔들거리는 드래곤의 꼬리 끝을 꽉 움켜쥐었다.

그 순간, 드래곤이 날카로운 소리를 질렀다. 경악의 비명-으로 들린 것은 기분 탓일까. 도저히 키리토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채 내가 비명을 지르려던 순간이었다.

갑자기 백룡이 두 날개를 활짝 펼치고는 무시무시한 스피드로 급상승하기 시작했다.

「우풋!」

공기가 얼굴을 두드린다. 고 느낄 틈도 없이 우리의 몸은 활로 쏘아낸 듯한 속도로 하늘로 치솟았다. 용의 꼬리에 매달려 좌우로 흔들리며 수직 동굴을 솟아오르고 있었다. 원형의 동굴 밑바닥이 점점 멀어져 갔다.

「리즈! 꽉 잡아!!」

키리토의 목소리에, 정신없이 그의 목에 매달렸다. 주위의 병벽을 비추는 햇빛은 점점 밝아지며 바람을 가르는 소리의 피치가 미묘하게 변화하고-하얀 광채가 폭발했다고 생각한 순간, 우리는 동굴 밖으로 튀어나왔다.

한순간 감았던 눈을 떠보니 55층의 전경이 눈 아래 가득 펼쳐져 있었다.

바로 밑에는 아름다운 원뿔형의 설산, 조금 떨어진 곳에는 작은 마을. 광대한 설원과 깊은 숲 너머에 주거구의 집들이 뾰족한 지붕을 맞대고 늘어서 있었다. 이들 모두가 밝은 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광경에, 두려움도 잊고 나도 모르게 환성을 질렀다.

「와아……」

「예-!!」

키리토도 큰 소리를 지르며 용의 꼬리에서 오른손을 놓았다. 나를 살짝 옆으로 안아든 채, 관성에 몸을 맡기고 하늘에서 빙글빙글 춤추었다.

비행은 겨우 몇 초뿐의 일이었을 테지만, 내겐 그 수십 배로 느껴졌다. 나는 웃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넘쳐나는 빛과 바람이 마음을 씻어내주었다. 감정이 승화되어 간다.

「키리토-나 말이지!!」

마음껏 외쳤다.

「뭐!?」

「나, 너 좋아해!!」

「뭐라고!? 안 들려!?」

「아무것도 아~니야」

목을 꽉 끌어안고 나는 다시 웃어댔다. 마침내 기적과도 같은 시간이 끝나고 지면이 다가왔다. 마지막으로 한 바퀴 빙글 돌더니 키리토는 두 다리를 크게 벌려 착륙자세를 취했다.

눈이 솟구쳤다. 긴 활주. 하얀 결정을 제설차처럼 뿌리면서 감속하고, 마침내 우리는 산 정상의 끝에 정지했다.

「……후우」

키리토는 한숨을 쉬더니 나를 지면에 내려주었다. 아쉬웠지만 목에 감았던 두 팔을 풀었다.

둘이 나란히 동굴 쪽을 돌아보니, 우리를 놓쳤는지 드래곤이 상공을 천천히 선회하고 있었다.

키리토는 등 뒤의 검에 손을 대고 살짝 검신을 뽑아들었지만, 금방 찰칵 소리를 내며 꽂았다. 가벼운 웃음을 지으며 드래곤을 향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까지 사냥만 해서 민폐였겠지. 아이템의 획득법이 널리 알려진다면 너를 죽이려 오는 녀석도 없어질 거야. 이제부터는 느긋하게 살라고」

-시스템이 설정한 알고리즘대로만 움직이는 몬스터에게 무슨 바보같은 소리를-이제까지의 나였다면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지금은 키리토의 말이 순순히 마음에 스며드는 것 같았다. 나는 오른손을 뻗어선 살짝 키리토의 왼손을 쥐었다.

두 사람이 말없이 지켜보는 가운데, 백룡은 고개를 돌리더니 맑은 목소리로 한 차례 울고는 동굴 안으로 내려갔다. 정적이 찾아왔다.

마침내 키리토가 나를 흘끔 보고는 말했다.

「그럼, 돌아갈까」

「그렇네」

「크리스탈로 날아갈까?」

「·····으응, 걸어가자」

나는 미소지으며 대답하곤 키리토의 손을 잡은 채 걸음을 내디뎠다. 그리고 어떤 사실을 깨닫고 키리토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아……랜턴하고 베드롤, 놓고 와 버렸네」

「그러고 보니……. 뭐, 괜찮아. 누군가가 사용할지도 모르고」

얼굴을 마주보며 웃고, 우리는 이번에야말로 귀가하기 위해 천천히 산길을 걷기 시작했다. 층 가장자리에서 엿보이는 하늘을 구름 하나 없이 쾌청했다.

「다녀왔어!」

나는 그리운 내 집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다녀오셨어요」

카운터에 서 있던 점원인 소녀 NPC가 정중하게 인사했다. 나는 손을 흔들어주고 가게 안을 휙 둘러보았다. 겨우 하루 비워놓고 왔는데도 어쩐지 신선하게 보였다.

어제와 같은 노점에서 핫도그를 산 키리토가 입을 우물거리며 내 뒤를 따라 가게에 들어섰다.

「이제 곧 낮이니까, 제대로 된 가게에서 먹자」

불만을 말하자 키리토는 씨익 웃으며 오른손을 흔들어 윈도우를 불러냈다.

「그 전에, 빨리 만들어줘, 검」

파팟 하고 아이템란을 조작해 은백색 주괴를 실체화시켜 휙 집어던진다. 나는 이를 받아들고-아이템의 출처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 할까.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