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고문의주세요 ✔ 퍼스트카지노 쿠폰


나는 이번에야말로 진심으로 놀랐다. 아스나는 최강 길드 KoB의 서브리더이며 아인크라드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는 미인이다. 그런 아스나에게 구애를 하는 남자는 하늘의 별만큼 무수하다지만, 설마 그 반대패턴이 존재할 줄이야.

「뭐랄까-, 이상한 사람이야」

아스나는 멍한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며 말했다. 입가에는 어렴풋한 미소를 짓고 있다. 순정만화였다면 배경에 수많은 꽃이 흩날릴 것 같았다.

「종잡을 수가 없달까……. 마이페이스라고 할까……. 그런 것치고는 말도 안 되게 강하고」

「어라, 너보다도 강해?」

「정말, 완전히. 듀얼을 해도 나 같은 건 1분도 못 버텨」

「호오-. 그런 상당히 범위가 좁혀지는데」

내가 머릿속으로 공략조 명부를 뒤지기 시작하자, 아스나는 당황하며 양손을 내밀었다.

「아앗, 상상하지 마!」

「뭐, 조만간 보여줄 거라고 기대하고 있을게. 그래도 그런 거라면, 우리 가게 선전, 잘부탁해!」

「리즈는 착실하네 정말. 소개는 해주겠지만. -아, 위험해, 빨리 연마 부탁해!」

「아, 네네. 바로 갈아줄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나는 아스나의 레이피어를 든 채 일어나선, 방 한구석에 설치된 회전 연마기 앞으로 이동했다.

붉은 칼집에서 가느다란 검을 뽑아들었다. 무기 카테고리 《레이피어》, 고유명 《램번트 라이트》, 내가 이제까지 만들어낸 검 가운데 최상급의 명품 중 하나다. 지금 가지고 있는 최고의 재료와 최고의 해머, 최고의 모루를 써도 랜덤 파라미터 때문에 완성될 무기의 품질에는 차이가 있다. 이만한 검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잘해야 3달에 한 번 정도다.

두 손으로 받쳐 든 검신을 회전하는 연마기에 천천히 가져다 댔다. 무기의 연마에도 특별한 테크닉은 필요하지 않으며 일정 시간 연마석에 가져다 대면 끝날 뿐이지만, 역시 소홀히 할 마음은 없었다.

자루에서 선단을 향해 세심하게 검신을 미끄러뜨렸다. 시원한 금속음과 함께 오렌지색 불꽃이 튀고, 그와 동시에 은빛의 광채가 되살아났다. 마침내 연마가 끝나자, 레이피어는 아침햇살을 받아 투명한 은빛을 되찾았다.

검을 캅집에 집어넣고 아스나에게 되던져주었다. 그녀가 동시에 튕겨 보낸 100콜 은화를 손끝으로 잡는다.

「매번 고마워!」

「다음엔 아머의 수리도 부탁할게. -그럼, 나 급하니까, 이만」

아스나는 일어나더니 허리의 검대에 레이피어를 매달았다.

「신경쓰이네-. 나도 따라가볼까나」

「에-, 아, 안 돼!」

「하하하, 농담이야. 하지만 다음에 데려와」

「조, 조만간」

파닥파닥 손을 흔들고 아스나는 도망치듯 공방에서 튀어나갔다. 나는 한 차례 숨을 내쉬고 다시 의자에 걸터앉았다.

「……좋겠다」

문득 입을 열자 튀어나온 대사에 나도 모르게 쓴웃음을 짓는다.

이 세계에 온 지 1년 반. 평소 그다지 꾸물거리지 않는 성질인 나는 사업 번창에만 열정을 쏟아 여기까지 왔다. 하지만 대장장이 스킬은 거의 마스터하고 가게도 세운 요즘, 목표를 잃을 위기에 빠져서인지 사람이 그리워지기 시작한 것 같았다.

아인크라드엔 워낙 여자가 적기 때문에 이제까지 다가오는 남자는 나름 많았지만, 어쩐지 응해줄 마음이 들지 않았다. 역시 내가 먼저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했다. 그런 의미에서는 솔직히 아스나가 부러웠다.

「나도 《멋진 만남》의 플래그가 서지 않으려나~」

중얼거린 후, 고개를 도리도리 저어 묘한 생각을 떨쳐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로에서 새빨갛게 달아오른 주괴를 꺼내 다시 모루 위에 놓았다. 당분간은 이 녀석이 애인이지. 그런 생각을 하며 해머를 치켜들고 에이얍 하는 기합과 함께 내리쳤다.

공방에 울려퍼지는 리드미컬한 해머 소리는 여느 때 같으면 금세 나의 머리를 텅 비워주었을 텐데, 오늘만큼은 가슴속의 응어리가 좀처럼 풀릴 줄을 몰랐다.

◆ ◆

그 남자가 가게에 찾아온 것은, 다음날 오후의 일이었다.

나는 전날 밤 조금 무리를 해서 오더메이드의 주문을 끝낸 탓으로 수면부족이라, 가게 앞 테라스의 커다란 흔들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꿈을 꾸었다. 초등학교 시절 꿈이었다. 나는 성실하고 얌전한 아이였지만, 오후 첫 수업시간에는 자꾸만 조는 버릇이 있었다. 곧잘 꾸벅거리다가 선생님께 깨워지곤 했다.

나는 그 시절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 남자 선생님을 동경했다. 졸다가 주의를 듣는 것은 창피했지만 그가 깨우는 방식은 어쩐지 좋았다. 살짝 어깨를 흔들면서 낮고 조용한 목소리로-.

「저기, 너, 미안한데……」

「네, 넷, 죄송해요!」

「으아!?」

용수철처럼 벌떡 일어나며 크게 소리를 지른 내 앞에, 멍한 표정으로 굳어버린 남성 플레이어가 있었다.

「어라……」

나는 멍하니 주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