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고문의주세요 ✔ 에비앙 카지노

목소리가 끊겼다.

「…….?」

「쉿……」

고개를 들어보니 키리토는 굳은 표정으로 입술에 손가락을 대고 있었다. 날카로운 시선으로 문을 노려본다.

키리토의 몸이 휙 움직였다. 번개같은 속도로 침대에서 뛰어내리더니 문을 왈칵 열었다.

「누구나…!」

시리카의 귀에 쿵쾅쿵쾅 뛰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허겁지겁 뛰어가 키리토의 몸 밑에서 고개를 내미니, 마침 복도 끝의 계단을 뛰어내려가는 누군가의 그림자가 보였다.

「뭐, 뭐죠…!?」

「…이야기를 엿들렸어……」

「에……그, 그래도, 문 너머로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 게……」

「엿듣기 스킬이 높으면 그런 제한은 없어. 그런 스킬을 올리는 놈은…별로 없지만…」

키리토는 문을 닫고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침대에 앉아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지었다. 그 곁에 앉아서 시리카는 두 팔을 자신의 몸에 감았다. 형언할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그래도, 왜 엿들었을까요……」

「-아마, 금방 알게 될 거야. 잠깐 메세지 좀 보낼 테니 기다려줘」

살짝 미소를 짓더니 키리토는 수정지도를 치우고 윈도우를 열었다. 홀로그램 키보드를 띄워 손가락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시리카는 그 뒤에서 침대 위에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있었다. 머나먼 현실세계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시리카의 아버지는 프리 르포라이터였다. 언제나 구식 PC 앞에 앉아 심각한 얼굴로 키보드를 두드렸다. 시리카는 그런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

불안은 이제 느껴지지 않았다. 비스듬히 뒤에서 키리토의 옆얼굴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오랫동안 잊어버렸던 온기에 에워싸인 것 같아, 시리카는 어느샌가 눈을 감고 있었다.

■3

귓가에 울리는 차임 소리에 시리카는 천천히 눈을 떴다. 자신에게만 들리는 기상 알람이다. 설정 시각은 오전 7시.

이불을 걷고 몸을 일으켰다. 언제나 아침에는 일어나기가 힘들었지만 오늘은 평소보다 기분 좋게 눈을 뜰 수 있었다. 깉이 푹 잠든 덕에 머릿속에 깔끔하게 씻겨나간 것처럼 상쾌했다.

크게 기지개를 한 번 켜고 침대에서 내려가려던 순간, 시리카의 몸이 쩍 얼어붙었다.

창문에서 새어드는 아침햇살 속에, 바닥에 주저앉아 침대에 등을 기댄 채 잠든 사람이 있었다. 침입자인 줄 알고 비명을 지르기 위해 숨을 들이마신 후에야 겨우, 어제 자신이 어디서 잠이 들었는지를 생각해냈다.

-나, 키리토 오빠의 방에서, 그대로……

그 사실을 인식한 순간 얼굴이 몬스터의 화염 브레스를 맞은 것처럼 뜨거워졌다. 감정이 약간 과장스럽게 표현되는 SAO인 만큼 정말로 얼굴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키리토는 시리카를 침대에 그대로 눕힌 채 자신은 바닥에서 잠든 모양이었다. 부끄럽고 미안해서 시리카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신음했다.

수십 초를 허비해 겨우 머릿속을 진정시킨 후, 시리카는 조용히 침대에서 내려와 바닥에 섰다. 발소리를 죽이고 키리토의 앞으로 돌아가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흑의의 검사의 자는 얼굴은 뜻밖에도 티없이 순수해서 시리카는 무심결에 미소를 지었다. 깨어있을 때는 무서운 안광 때문에 꽤나 연상으로 보였는데, 이렇게 보니 의외로 자신과 그리 다를 바가 없어보였다.

자는 얼굴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재미있었지만, 언제까지나 그럴 수도 없었기 때문에 시리카는 살짝 검사의 어깨를 찌르며 말을 걸었다.

「키리토 오빠, 아침이에요!」

그 순간, 키리토는 눈을 번쩍 뜨고 몇 번 눈을 깜박이며 시리카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았다. 그리고 금세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아……미, 미안!」

갑자기 고개를 숙였다.

「깨울까 생각했지만, 잘 자고 있길래…네 방으로 옮기려 해도, 문은 열리지 않고, 그래서……」

플레이어가 빌린 여관의 방은 시스템상 절대불가침영역인지라, 프렌드가 아닌 한 어떤 수단을 써도 침입할 수 없다. 시리카도 황급히 손을 저으며 말했다.

「아, 아뇨, 저야말로, 죄송합니다! 침대를 점령해버려서……」

「아냐, 여기선 어떤 자세로 자도 근육통에 걸리지 않는걸」

자리에서 일어난 키리토는 말과는 달리 목을 뚜둑뚜둑 꺾으며 두 팔을 치켜들고 기지개를 켰다. 그리고 문득 생각났다는 듯 시리카를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아무튼, 좋은 아침」

「네, 안녕히 주무셨어요」

둘은 얼굴을 마주보며 웃었다.

1층으로 내려가, 47층 《추억의 언덕》 도전에 대비해 확실히 아침을 먹은 후 바깥 거리로 나서니, 이미 밝은 햇빛이 마을을 에워싸고 있었다. 이제부터 모험에 나서려는 아침형 플레이어들과, 반대로 심야의 사냥에서 돌아온 야간형 플레이어들이 대조적인 표정으로 오가고 있었다.

여관 옆의 도구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