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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 품으로 파고든 후 온몸의 힘을 실어 단검의 유인원의 가슴에 꽂았다. 크리티컬 히트의 요란한 이펙트와 동시에 적의 HP가 소멸했다. 비명, 그리고 파쇄음.

터져나가는 오브젝트의 파편 속에서 시리카는 몸을 돌려 말없이 새로운 목표물에 돌격했다. 그녀의 HP바는 이미 붉은 위험영역에 돌입했으나 이미 의식조차 하지 않았다. 좁아진 시야 속에 죽여야 할 적의 모습만이 크게 펼쳐졌다.

죽음의 공포마저 잊고, 날아드는 곤봉 바로 밑으로 무모한 돌격을 감행하려던 찰나.

나란히 서 있던 두 마리의 드렁큰 에이프를, 등 뒤에서 수평으로 날아든 순백의 광채가 휩쓸었다.

순식간에 유인원들의 몸이 상하로 분단되더니, 잇달아 절규와 파쇄음을 뿌리며 사라졌다.

멍하니 서 있던 시리카는 오브젝트 파편이 증발하는 너머에 한 남성 플레이어가 서 있는 것을 보았다. 흑발에 검은 코트. 키는 별로 크지 않았으나 그의 온몸에서는 강렬한 위압감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본능적인 공포를 느끼고 시리카는 살짝 뒤로 물러섰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하지만 그의 눈은 조용하며 어둠처럼 깊었다. 남자는 오른손에 쥐고 있던 한손검을 등 뒤의 칼집에 챙 소리와 함께 꽂더니 입을 열었다.

「……미안해. 네 친구, 구하지 못했어……」

그 말을 듣자마자 시리카의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참을 수도 없이 잇달아 눈물이 흘러나왔다. 단검이 손에서 미끄러져 땅에 떨어진 것도 모른 채, 시리카는 시선을 지면 위의 하늘색 깃털로 돌리더니 그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

뜨겁게 소용돌이치던 분노가 사라진 것과 동시에, 주체할 수 없는 깊은 슬픔과 상실감이 가슴속에 치밀어 올랐다. 그것은 눈몰로 형태를 바꾸어 끝없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사역마의 AI에는 자기 의지로 몬스터에게 달려드는 행동패턴은 분명히 없었다. 그러나 그때 곤봉 앞으로 뛰어든 것은 피나 자신의 의지-. 1년에 걸쳐 함께 지냈던 시리카에 대한 우정의 발현이라고 할 수 있었다.

두 손으로 몸을 짚은 채 오열하면서 시리카는 말을 힘들게 꺼냈다.

「부탁이야……날 혼자 두지 마……피나……」

그러나, 하늘색 깃털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2

「……미안해」

다시, 흑의의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시리카는 필사적으로 눈물을 거두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에요……제가……바보였을 뿐……고맙습니다…도와주셔서……」

오열을 참으며, 간신히 그 말을 입에 담는다.

사내는 천천히 다가오더니 시리카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선 주저하며 말을 걸었다.

「…그 깃털 말인데. 아이템 이름, 설정되어 있어?」

생각지도 못한 사내의 말에 당황하며 시리카는 고개를 들었다. 눈물을 닦고, 다시 하늘색 깃털에 시선을 돌려보았다.

그러고 보니, 깃털 하나만 남은 것은 이상했다. 플레이어건 몬스터건, 사망해 사라질 때는 장비를 비롯해 무엇 하나 남지 않는 것이 보통이었다. 시리카는 주저하며 손을 뻗어 오른손 검지로 깃털의 표면을 살짝 싱글클릭했다. 떠오른 반투명 윈도우에는 무게와 아이템명이 무덤덤하게 적혀 있었다.

《피나의 마음》

그것을 보고 다시 시리카가 울기 시작하려던 순간, 당황하며 남자가 그녀를 저지했다.

「자, 잠깐잠깐. 마음 아이템이 남았다면, 아직 소생의 가능성이 있어」

「에!?」

시리카는 고개를 들었다. 반쯤 입을 벌린 채, 사내의 얼굴을 바라본다.

「최근 밝혀진 사실이라 아직 모르는 사람이 많아. 47층 남쪽에 《추억의 언덕》이라는 필드던전이 있어. 이름에 비해 난이도가 꽤 높긴 하지만……거기 꼭대기에 피는 꽃이 사역마 소생용 아이템이라는 듯-」

「저, 정말이에요!?」

남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시리카는 몸을 벌떡 일으키며 외치고 있었다. 슬픔으로 꽉 막혔던 가슴속에 희망의 빛이 확 피어오른 것 같았다. 하지만-.

「……47층……」

중얼거리며 시리카는 다시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지금 있는 35층보다 12단계나 더 위에 있는 플로어였다. 도저히 안전권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풀이 죽어 시선을 땅에 떨어뜨렸을 때.

「으음-」

눈앞의 남자가, 난감하다는 목소리로 머리를 긁었다.

「경비랑, 보수만 받는다면 내가 갔다와줄 수도 있지만. 사역마를 잃어버린 비스트테이머 본인이 가지 않으면 그 꽃이 핀지 않는다고 해서……」

의외로 사람 좋아 보이는 검사의 말에 시리카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뇨……정보를 얻은 것만으로도 고마운걸요. 열심히 레벨을 올리면 언젠가는……」

「그게 그렇지도 않아. 사역마를 소생할 수 있는 건, 죽은 후 3일뿐인 듯 해. 그 기간을 넘기면, 아이템명인 《마음》이 《유품》으로 변화해서……」

「그런……!」

시리카는 무심결에 소리를 질렀다.

현재 레벨은 44. 만약 이 SAO가 일반적인 RPG였다면 각 플로어별 적정 레벨은 직관적으로 플레이어 레벨과 같을 것이다. 하지만 말도 안 되는 데스 게임이 되어버린 현재, 안전선을 생각하면 그보다 10레벨은 높을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47층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