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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 위에 누워있는 모양이었다. 천장인 듯한 것이 보였다. 베이지색의 광택이 도는 패널이 격자형으로 이어져 있고, 그중 몇몇은 안쪽에 광원이 있는지 부드럽게 빛을 냈다. 금속으로 된 슬릿이 시야 끄트머리에 들어왔다. 공조장치일까. 낮은 소리를 내며 공기를 뿜어낸다.

.....공조장치, 즉 기계다. 그런 것이 있을 리가 없다. 그 어떤 대장장이 스킬의 달인이라 해도 기계는 만들 수 없다. 가령 저것이 진짜로, 눈에 들어온 모습대로의 역할을 하는 물건이라면- 이곳은 아인클라드가-

아인클라드가 아니다.

나는 눈을 활짝 떴다. 그 생각에 의해 겨우 의식이 깨어났다. 허겁지겁 몸을 일으키려-

그러나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오른쪽 어깨가 몇 센티미터 올라갔지만 금세 힘없이 푹 잠겨들고 말았다.

오른손만은 어떻게든 움직일 것 같았다. 내 몸에 덮인 얇은 천에서 오른손을 꺼내 눈앞에 가져가보았다.

놀랄 정도로 바짝 마른 그 팔이 내 것이라는 사실을 한동안 믿을 수가 없었다. 이래서야 도저히 검은 쥘 수 없을 것 같았다. 병적으로 하얀 피부를 보니 무수한 솜털이 돋아나 있다. 피부 밑에는 푸르스름한 혈관이 보였으며, 관절에는 가느다란 주름이 잡혀 있다. 무서울 정도로 리얼하다. 지나치게 생물적이라 위화감이 들 정도였다.

팔꿈치 안쪽에는 주입장치로 생각되는 금속관이 테이프로 고정된 채, 그곳에서 가느다란 코드가 뻗어나와 있었다. 코드를 눈으로 따라가보니 왼쪽 위 은색 지지대에 매달린 투명한 팩에 이어져 있었다. 팩에는 오랜지색 액체가 3분의 2가량 들어 있고, 아래쪽 마개에서 방울이 일정한 리듬으로 떨어졌다.

몸 옆에 축 늘어진 왼팔을 움직여 감촉을 느껴보았다. 내가 누워있는 것은 보아하니 밀도가 높은 젤 소재의 침대인 것 같았다. 체온보다 약간 낮아 서늘하게 젖은 듯한 감촉이 전혀져온다. 나는 알몸으로 그 위에 누워있었다. 먼 기억이 되살아났다. 분명 이런 침대가 거동을 할 수 없는 환자를 위해 개발되었다는 뉴스를 아득히 옛날 본 것 같았다. 피부의 염증을 막아주며 노폐물을 분해 정화해준다고 했다.

시선을 오른쪽으로 돌려보았다. 작은 방이었다. 벽은 천장과 같은 무기질적인 흰색, 오른쪽에는 하얀 커튼이 드리워진 큰 창문이 있었다. 그 너머를 볼 수는 없지만, 햇빛으로 여겨지는 노란빛이 천을 투과해 스며들었다. 젤 베드 왼쪽 너머에는 등나무 바구니를 실은 금속제 왜건 트레이가 있었다. 바구니 안에는 수수한 색채의 꽃이 큰 다발로 담긴 것이 보였다. 생화였다. 달콤한 냄새의 정체는 이것인 모양이었다. 왜건 너머에는 네모난 문. 닫혀 있다.

얻을 수 있는 정보로 추측하자면, 이곳은 병실인 것 같다. 나는 이곳에 혼자 누워 있다.

하늘을 올려다본 채 오른손으로 시선을 돌렸다.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올라 중지와 검지를 모아 살짝 휘둘러보았다.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효과음도 울리지 않으며 메뉴 윈도우도 나오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더, 결과는 마찬가지.

즉, 이곳은 SAO 세계가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가상세계일까?

하지만 나의 오감으로 얻을 수 있는 압도적인 정보량은 조금 전부터 다른 가능성을 소리높여 알리고 있었다. 즉-원래 세계다. 2년 전에 떠나 이젠 돌아올 수 없을 거라고까지 생각했던 현실의 세계.

현실세계-. 그 말이 뜻하는 바를 이해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렸다. 내게는 오랜 기간 그 검과 전투의 세계만이 유일한 현실이었다. 그 세계가 이미 존재하지 않고, 내가 이젠 그곳에 없다는 것을 좀처럼 믿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나는 돌아온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도 딱히 별다른 감회나 기쁨은 솟지 않았다. 그저 당혹스러움과, 어렴풋한 상실감을 느낄 뿐이었다.

그렇다면 이것이 카야바가 말했던 게임 클리어의 보수인 것이다. 나는 저 세계에서 죽고, 몸은 소멸되어, 그것을 받아들이고, 만족마저 느꼈는데도.

그렇다- 나는 그대로 사라져버려도 상관이 없었다. 백열하는 빛 속에서, 분해되고, 증발되고, 세계와 한데 녹아, 그녀와 하나가-.

“아.....”

나도 모르게 소리를 냈다. 2년간 쓸 일이 없었던 목에 날카로운 통증이 내달렸다. 그러나 그것조차 의식하지 않았다. 눈을 부릅뜨고 치밀어 오르는 말, 그 이름을 소리낸다.

“아....스....나....”

아스나. 가슴속에 새겨져 있던 아픔이 선명하게 되살아났다. 아스나. 내가 사랑하고, 아내로 삼았으며, 함께 세계의 종말을 입회한 그 소녀는.....

꿈이었단 말인가.....? 가상세계에서 본 아름다운 환영....? 문득 그런 생각에 사로잡혔다.

아니, 그녀는 분명히 존재했다. 함께 웃고, 울고, 잠들었던 그 나날들이 꿈일 리가 있나.

카야바는 그때-“게임 클리어 축하한다. 키리토 군, 아스나 군”이라고, 분명히 그렇게 말했다. 나를 생존 플레이어로 포함시켰다면 아스나도 돌아왔을 것이다. 이 세계에.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그녀에 대한 사랑, 미칠 듯한 사모가 내 안에서 넘쳐났다. 만나고 싶다. 머리를 만지고 싶다. 키스하고 싶다. 내 이름을 부르는 그 목소리를 듣고 싶다.

전신의 힘을 쥐어짜내 일어나려 했다. 그제야 겨우 머리가 고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턱밑에 고정된 딱딱한 잠금장치를 손으로 더듬어 풀어냈다. 무언가 무거운 것을 뒤집어쓰고 있다. 두 손으로 그것을 간신히 벗겨냈다.

나는 윗몸을 일으키고 손 안의 물체를 바라보았다. 진청색으로 도장된 유선형 헬멧이었다. 뒷머리 쪽에 길게 뻗은 패드에서 같은 색의 케이블이 뻗어나와 바닥으로 이어져 있다. 이것은-

너브 기어다. 나는 이것 때문에 2년간 그 세계에 묶여 있었던 것이다. 기어의 전원은 꺼져 있었다. 내 기억 속의 기어는 빛나는 광택을 자랑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색이 바래고 가장자리는 벗겨져 안쪽의 합금 재질이 노출되었다.

이 내부에 그 세계의 모든 기억이 있다-. 그런 감회에 사로잡히며, 나는 기어의 표면을 살짝 쓰다듬었다.

아마도 두 번 다시 이것을 쓸 일은 없겠지. 하지만 너는 정말 잘해주었어.....

가슴속으로 중얼거리며, 나는 그것을 침대 위에 놓았다. 기어와 함께 싸웠던 것은 이미 머나먼 과거의 기억이다. 내게는 이 세계에서 해야만 할 일이 있다.

문득 멀리서 웅성거리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귀를 기울이니 청각이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것을 알리듯 다양한 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수많은 사람들의 말소리와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문 너머에서 황급히 오가는 발소리와 바퀴침대의 소리도.

아스나가 이 병원에 있을지 어떨지는 알 수 없었다. SAO 플레이어는 일본 전역에 있었을 테니, 가능성이라고 한다면 이곳에 수용되었을 확률은 지극히 낮다. 그러나 우선은 이곳부터다. 설령 아무리 시간이 걸린다 해도 반드시 찾아내고야 말 테다.

나는 얇은 홀이불을 젖혔다. 말라빠진 온몸에는 무수한 코드가 얽혀 있었다. 사지에 달라붙은 것은 근육 약화를 막기 위한 전극일까. 그걸 어렵사리 하나씩 떼어냈다. 침대 밑에 보이는 패널에서 오렌지색 LED가 깜박이며 찢어지는 경고음을 냈지만 무시했다.

수액 바늘도 뽑아내고, 간신히 자유를 얻어 발을 땅에 디뎠다. 천천히 힘을 주어 일어나려고 시도해보았다. 조금씩 조금씩 몸이 올라가긴 했지만 금세라도 무릎이 꺾일 것 같아 나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 그 초인적인 근력 파라미터 보정은 온데간데없었다.

링거대를 붙들고 몸을 지탱하며 간신히 일어났다. 방을 둘러보다가 꽃바구니가 놓인 트레이 밑에 개어놓은 환자복을 발견하고 알몸 위에 걸쳤다.

겨우 그만한 동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