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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끄덕였다. 아스나가 곁에 있어준다는 생각만으로도 무한히 기력이 솟아나는 것 같았다.

다시, 이번에는 수평으로 날아드는 뼈낫을 향해 나와 아스나는 동시에 오른쪽 대각선 내려베기를 휘둘렀다. 완벽하게 싱크로된 우리의 검이 세 줄기의 빛을 끌며 낫에 명중했다.

격렬한 충격. 이번엔 적의 낫이 튕겨졌다.

나는 목소리를 쥐어짜내 외쳤다.

“대낫은 우리들이 막겠어!! 모두는 측면에서 공격해줘!”

그 소리에, 겨우 모두의 주박이 풀린 것 같았다. 함성을 지르며 무기를 고쳐쥐곤 해골 지네의 몸을 향해 돌격한다.

몇 차례의 공격이 적의 몸에 파고들며, 그제야 비로소 보스의 HP바가 약간이나마 줄어들었다.

그러나 그 직후 몇 가닥의 비명이 들렸다. 낫을 막아낸 몸에 시선을 돌려보니 지네의 꼬리 끝에 달린 긴 창 같은 뼈에 몇 명이 휩쓸리며 쓰러지는 것이 보였다.

“큭...”

이를 갈았지만, 나와 아스나에게도, 약간 떨어져서 단신으로 왼쪽 낫을 막아내고 있는 히스클리프에게도, 이 이상의 여유는 없었다.

“키리토....!”

아스나의 목소리에, 흘끔 시선을 돌린다.

-안 돼! 저쪽에 정신을 팔았다간, 당한다!

-그렇네.....-온다...!

-좌측베기를 올려서 받아내겠어!

눈동자만을 마주쳐 의사를 소통하고, 나와 아스나는 완벽하게 하나가 된 움직임으로 낫을 튕겨냈다.

이따금 들리는 플레이어들의 비명과 절규를 억지로 의식에서 밀어내며, 우리는 흉악한 위력을 감춘 적의 공격을 막아내는 데에만 집중했다. 신기하게도 도중부터 우리는 말을 나누지도, 서로를 보지도 않았다. 마치 생각이 직접 연결된 것 같은 연대감. 숨도 쉴 수 없는 페이스로 날아드는 적의 공격을 순간에 같은 스킬로 반응해 막아낸다.

그 순간- 한계 일보 직전의 사투 속에서 나는 여느 때는 느끼지 못했던 일체감을 맛보고 있었다. 아스나와 내가 융합해 하나의 전투의식이 되어 검을 휘둘러대는- 그것은 어떤 의미로는 한없이 관능적인 체험이었다. 날아드는 적의 공격을 막을 때의 여파로 이따금 조금씩 HP가 줄어들었지만, 우리는 그것조차 이미 의식하고 있지 않았다.

【22】

전투는 한 시간 넘게 이어졌다.

무한처럼 여겨졌던 격투가 끝나 마침내 보스몬스터의 거구가 산산히 흩어졌을 때도, 누구 하나 환성을 지를 여유는 없었다. 모두 쓰러지듯 흑요석 바닥에 주저앉거나, 혹은 벌렁 드러누워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끝난-거야....?

그래- 끝났어-.

그런 사고가 오간 직후, 나와 아스나의 《접속》도 끊어진 것 같았다. 갑자기 온몸에 무거운 피로감이 엄습해 나도 모르게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나와 아스나는 등을 맞댄 채 주저앉아 한동안 움직이지도 못할 것 같았다.

두 사람 모두 살아남았다-. 그렇게 생각해도 무턱대고 좋아할 상황은 아니었다. 너무나 희생자가 많았던 것이다. 개시 직후 세 사람이 죽은 뒤에도 확실한 페이스로 끔찍한 오브젝트 파쇄음이 울려퍼졌으며, 나는 여섯 명까지 셌을 때 억지로 그 작업을 중지했다.

“몇 명이나- 당했지....?”

왼쪽에서 털썩 주저앉아 있던 클라인이 고개를 들어 새어나오는 목소리로 물어보았다. 그 옆에서 손발을 늘어뜨린 채 드러누워 있던 에길도 얼굴만 이쪽으로 돌렸다.

나는 오른손을 휘저어 맵을 호출하고 표시된 녹색 광점을 헤아려보았다. 출발했을 때의 인원수를 통해 희생자의 수를 역산해보았다.

“-열네 명 죽었어”

스스로 세고도 믿을 수 없는 숫자였다.

모두 톱 레벨의, 역전의 플레이어들이었는데, 설령 이탈이나 순간회복이 불가능한 상황이라 해도 생존을 우선시한 전법을 취한다면 그리 호락호락 죽지는 않을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는데-.

“...거짓말이지...”

에길의 소리에도 평소의 활기는 전혀 없었다. 살아남은 자들 위에 암울한 공기가 두텁게 드리워졌다.

드디어 4분의 3- 아직 이 위에 25층이나 있는 것이다. 수천 명의 플레이어가 있다 한들 최전선에서 진지하게 클리어를 목표로 하는 것은 수백 명 정도일 뿐이다. 한 층마다 이만한 희생자를 내고 만다면 마지막으로 라스트보스와 대면할 수 있는 것은 단 한 사람-그런 사태도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

아마도 그 경우, 남는 것은 틀림없이 저 남자겠지....

나는 시선을 방 안쪽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다른 모두가 바닥에 몸을 의지한 가운데 등을 꼿꼿이 편 채 의연하게 서 있는 붉은 옷의 남자가 있었다. 히스클리프였다.

물론 그도 무사하지는 않았다. 시선을 맞춰 커서를 표시해 보니 HP바가 상당히 줄어든 것을 알 수 있었다. 나와 아스나가 둘이 달려들어 겨우 막아냈던 그 거대한 뼈낫을 끝까지 혼자서 튕겨낸 것이다. 수치적인 데미지만으로 그치지 않고 피로에 지쳐 쓰러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상태이다.

하지만 태연자약한 그 모습에선 정신적인 소모 따위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정말 믿을 수 없는 터프함이었다. 마치 기계-영구기관을 장비한 전투기계같다....

나는, 피로로 흐릿해진 의식 속에서 멍하니 히스클리프의 옆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전설의 남자는 어디까지나 온화한 표정이었다. 바닥에 웅크리고 앉은 KoB멤버며 다른 플레이어들을 말없이 내려다보고 있다. 따뜻한, 자비로운 시선-. 말하자면-.

말하자면, 견고한 감옥 속에서 노는 새끼 쥐들을 보는 듯한.

그 찰나, 내 전신을 무서울 정도의 전율이 관통했다.

단숨에 정신이 들었다. 손끝에서 시작해 뇌의 중심까지 급속도로 식어갔다. 내 안에서 솟아난 어떤 예감. 미약한 발상의 씨앗이 점점 더 부풀어올라 의구심의 싹을 키워갔다.

히스클리프의 저 시선, 저 온화함. 저것은 상처입은 동료를 위로하는 표정이 아니다. 그는 우리와 같은 위치에 서 있는 것이 아니다. 저것은 훨씬 높은 곳에서 자비를 던져주는- 신의 표정이다.....

나는 한때 히스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