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고문의주세요 ✔ 판촉물

가리고 쿡쿡 웃는다.

“그러자 그 사람, 『오늘은 아인클라드에서 최고의 계절의, 거기에 최고의 기상설정이니까, 이런 날에 미궁에 파묻히면 아까워』라고 말하고, 옆의 잔디를 가리키며 『너도 자고 가』라고. 정말 실례였어요”

웃음을 거두고, 시선을 멀리로 보내며 아스나가 계속했다.

“그래도, 저도 그것을 듣고 확 깨달은 거에요. 이 사람은 이 세계에서 확실히 살아있구나, 라고 생각해서. 현실세계의 하루를 없애는 게 아니고, 이 세계에서 하루를 쌓아간다,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고.... 길드의 사람을 먼저 보내고, 저, 그 사람 옆에 누워봤어요. 그러자 정말로 바람이 기분 좋아서....따뜻해서, 그대로 잠들어 버렸어요. 무서운 꿈도 꾸지 않고, 아마 이 세계에 와서 처음으로 푹 잤어요. 일어나니까 벌써 저녁이어서, 그 사람이 옆에서 질렸다는 얼굴을 했어요.....그게 이 사람이에요”

말을 끊고, 아스나는 내 손을 꼭 잡았다. 나는 내심으로 격렬하게 당황하고 있었다. 확실히 그 날의 일은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지만.....

“.....미안해 아스나, 나 그렇게 깊은 의미로 말한 게 아니라, 단지 낮잠을 자고 싶었던 것뿐이라고 생각해....”

“물로 알고 있어. 말하지 않아도 좋아 그런 일은”

아스나는 입술을 비죽 내밀며 싱글벙글 웃으며 이야기를 듣고 있던 니시다를 다시 쳐다보았다.

“.....저, 그 날부터, 매일 밤 그를 생각하며 잠자리에 들었어요. 그랬더니 안 좋은 꿈도 안 꾸게 됐어요. 열심히 그의 집을 조사해서, 시간을 내서 만나러 가고....점점, 내일이 오는 것이 기대되어서.....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하자 굉장히 기뻐서, 이 기분만은 소중히 하자고. 처음으로, 이곳에 와서 다행이다, 라고 생각했어요....”

아스나는 고개를 숙이고 흰 장갑을 낀 손으로 두 눈을 문지르더니 크게 호흡을 고르며 말을 이었다.

“키리토는 저에게 있어서, 여기서 보낸 2년간의 의미이며, 살아있는 징표이며, 내일에의 희망 그 자체에요. 저는 이 사람과 만나기 위해서, 그날 너브기어를 쓰고 이곳에 온 거에요..... 니시다상, 건방진 소리일지도 모르겠지만, 니시다상이 이 세계에서 손에 넣은 건 분명 있을 거에요. 확실히 이곳은 가상의 세계고, 눈에 보이는 것은 모두 데이터의 가짜일지도 몰라요. 그래도, 우리들은, 우리들의 마음만은 진짜에요. 그렇다면, 우리들이 경험하고, 얻은 것들 또한 모두 진짜인 거에요”

니시다는 크게 눈을 깜빡이더니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안경알 너머로 빛나는 것이 있었다. 나도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필사적으로 참았다.

나다, 라고 생각했다. 구해진 것은 나다. 현실세계에서도, 이곳에 갇히고 나서도 사는 의미를 발견하지 못한 나야말로 구원을 받은 것이다.

“.....그렇겠군요, 정말로 그래....”

니시다는 다시 허공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지금의 아스나씨의 이야기를 들은 것이야말로 귀중한 경험입니다. 5미터의 초 거물을 낚은 것도 그렇고요.....인생, 헛된 것이 아닌 모양이군요, 헛되지 않았어요“

니시다는 크게 한 번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거, 시간을 너무 빼앗고 말았군요.....저는 확신했습니다. 여러분들 같은 사람이 위에서 싸우고 있는 한 머지않아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말이죠.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지만- 힘내십시오. 부디, 힘내세요”

니시다는 우리의 손을 쥐고는 몇 번이고 흔들었다.

“또 돌아올 거에요. 그때 같이 어울려주세요”

내가 오른손 검지를 움직이자, 니시다는 눈물로 얼룩진 얼굴로 크게 끄덕였다. 우리는 굳게 악수를 나누고, 전이게이트에로 발을 옮겼다. 신기루처럼 일렁이는 공간으로 들어가, 아스나와 얼굴을 마주보며, 둘이 동시에 입을 열었다.

“전이- 그랜덤!”

시야를 뒤덮는 푸른 빛이, 언제까지고 손을 흔드는 니시다의 모습을 서서히 지워갔다.

【20】

“정찰대가, 전멸-!?”

2주만에 그랜덤 혈맹기사단 본부로 돌아온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길드 본부인 강철탑 상층, 전에 히스클리프와 회담을 나눴던, 넓은 유리창이 깔린 회의실이다. 반원형의 거대한 테이블 가운데 자리에는 현자같은 로브차림의 히스클리프가 있었으며, 좌우에는 길드의 간부진이 착석했지만 지난번과 달리 고드프리의 모습은 없다.

히스클리프는 얼굴 앞에서 울퉁불퉁한 두 손을 맞잡고 미간에 깊은 주름을 지으며 천천히 끄덕였다.

“어제 있었던 일이다. 75층 미궁구의 매핑 자체는, 시간은 꽤 걸리긴 했지만 희생자를 내지 않고 종료했다. 그러나 보스전은 상당한 고전을 예상했다....”

그것은 나도 동감이었다. 지금까지 공략했던 무수한 플로어 중 25층과 50층의 보스몬스터는 특별히 몸집이 크고 강력한 전투력을 자랑해 공략에 상당한 희생자를 냈기 때문이다.

25층의 두머리 거인형 보스에게는 《군》의 정예가 거의 전멸당해 현재의 약체화를 초래한 원인이 되었으며, 50층에서는 금속제 불상처럼 생긴 팔이 여럿 달린 보스의 맹공에 겁을 먹고 허락도 없이 긴급탈출하는 자가 속출해 전선이 한 차례 붕괴되었다. 지원부대가 조금만 늦었더라면 이때도 전멸의 고배를 맛봐야 했을 것이다. 그 전선을 혼자 유지했던 것이 지금 눈앞에 있는 사내이지만.

쿼터 포인트마다 강력한 보스가 준비되어 있다면, 75층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서, 나는 5개 길드 합동파티 20명을 정찰대로 파견했다”

히스클리프는 억양없는 목소리로 계속했다. 살짝 뜬 진주색 눈동자에서는 표정이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정찰은 신중을 가해 이루어졌다. 하지만 열 맹이 백업으로 보스방 입구에서 대기하고....처음 열 명이 방 한가운데에 도달해 보스가 출현한 순간 입구의 문이 닫혔다. 그 다음은 백업 열 명의 보고에 따른 것이네만, 문은 5분 이상 열리지 않았다. 자물쇠 열기 스킬과 직접 타격 등 무슨 수를 써도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겨우 문이 열렸을 때-”

히스클리프의 입가가 딱딱하게 굳어졌다. 잠깐 눈을 감고는 말을 잇는다.

“방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고 했다. 열 명의 모습도, 보스도 사라졌던 거지. 텔레포트로 탈출한 흔적도 없었고. 그들은 돌아오지 않았어.....확인하기 위해 1층의 흑철궁까지 비석의 이름을 확인하러 사람을 보냈지만.....”

그 다음은 말로 하지 않고 고개를 좌우로 저어 보였다. 내 옆에서 아스나가 숨을 멈추더니 금세 쥐어짜내듯 말했다.

“열...명이나....어떻게 그런 일이.....”

“결정무효화공간.....?”

내 물음에 히스클리프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지. 아스나 군의 보고에 따르면 75층도 그렇다고 했으니, 아마도 금후 모든 보스방은 무효화공간이라고 생각하는 게 옳겠지”

“바보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