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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하자면, 어류에서 파충류로 진화 도중에 있는 생물, 실러캔스보다 조금 파충류에 치우친 듯한 놈이 온몸에서 폭포수처럼 물을 흘리며 여섯 개나 되는 튼튼한 다리로 물가의 풀을 짓밟은 채 나를 내려다보았다.

내려다보았다, 라는 표현을 쓴 것은 녀석의 높이가 아무리 작게 봐도 2미터는 넘었기 때문이다. 황소도 한입에 삼킬 것 같은 입은 내 머리보다 살짝 높은 위치에 있었으며, 끝에선 눈에 익은 도마뱀 다리가 삐져나와있었다.

초대형 고대 어류의 머리 양옆으로 떨어져서 붙은 농구공만한 눈과 내 눈이 딱 마주쳤다. 자동으로 내 시야에 노란색 커서가 표시되었다.

니시다는 이 호수의 터주신이 괴물, 어떤 의미로 몬스터라고 했다.

어떤 의미로는?, 이놈은 몬스터 그 자체다.

나는 굳은 미소를 지으며 몇 걸음 후퇴했다. 그대로 휘릭 돌아 쏜살같이 달려갔다. 등 뒤에선 거대 물고기가 쩌렁쩌렁 포효하더니 당연한 것처럼 땅을 쿵쿵 울리며 나를 쫓아왔다.

민첩성을 최대로 살려 하늘을 날듯 대시한 나는 몇 초만에 아스나의 곁까지 도달해 맹렬히 항의했다.

“치,치치치치사해!! 자기만 도망치지 말라고!!”

“와와, 그런 소리 할 때가 아니야 키리토!”

돌아보니 동작은 둔한 주제에 확실한 속도로 거대 물고기가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오오, 육지를 달리고 있어...폐어인걸까....”

“키리토 씨, 느긋한 소리 할 때가 아닙니다!! 어서 도망치세요!!”

이번은 니시다가 겁을 먹고 외쳤다. 수십 명의 갤러리들은 너무나 황만한 사태에 경직되었는지, 개중에는 주저앉은 채 멍하니 있는 자들도 적지 않았다.

“키리토, 무기 가지고 있어?”

내 귀에 얼굴을 바싹 붙이며 아스나가 작은 목소리로 물어왔다. 하긴, 이런 상태에 빠진 집단을 질서정연하게 도주시키는 것은 꽤 어려울 텐데-.

“미안, 없어....”

“어쩔 수 없네 정말”

아스나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드디어 코앞까지 다가온 다리달린 거대 물고기를 돌아보았다. 익숙한 손길로 재빨리 윈도우를 조작한다.

니시다나 다른 구경꾼들이 놀라 지켜보는 가운데, 이쪽에 등을 돌리고 우뚝 선 아스나는 두 팔로 스카프와 두꺼운 외투를 동시에 벗어젖혔다. 햇빛을 반사하며 반짝반짝 빛나는 밤색 머리카락이 바람 속에서 화려하게 춤추었다.

외투 밑은 풀색 롱스커트와 생 삼베로 만든 셔츠뿐인 수수한 차림이었으나, 그 왼쪽 허리에선 은거울처럼 반짝이는 세검의 칼집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그녀는 오른손으로 낭랑한 소리를 내며 검을 뽑아들고는, 땅을 울리며 쇄도하는 거대 물고기를 의연하게 기다렸다.

내 옆에 서 있던 니시다가 겨우 사고를 회복했는지 내 팔을 붙잡고 소리를 질렀다.

“키리토 씨! 부인이, 부인이 위험해!!”

“아니, 맡겨두면 괜찮아요”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자네!! 이, 이렇게 된 이상 내가...”

곁의 낚시 동료에게서 낚싯대를 빼앗더니 그것을 비장한 표정으로 겨누고 아스나에게 달려가려는 늙은 낚시꾼을 나는 허겁지겁 저지했다.

거대 물고기는 돌진의 기세를 늦추지 않은 채 무수한 이빨이 늘어선 입을 크게 벌리고 아스나를 단숨에 집어삼킬 듯이 몸을 날렸다. 그 입을 향해 좌반신을 살짝 뒤로 뺀 아스나의 오른팔이 은백색 빛줄기를 이끌며 날아갔다.

폭발과도 같은 충격음과 함께 거대 물고기의 입 안에서 눈부신 이펙트 플래시가 작렬했다. 물고기는 하늘 높이 날아올랐으나 아스나의 위치는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

몬스터의 몸집에는 간담의 서늘해지긴 했지만, 레벨로는 대단할 것이 없으리라 예상하고 있었다. 이런 하층에서, 그것도 낚시스킬 관련 이벤트에서 출연하는 몬스터이니 말도 안 되게 강할 리는 없는 것이다. SAO는 그런 약속에서는 벗어나지 않는 게임이다.

쿵 소리를 내며 떨어진 거대 물고기의 HP바는 아스나의 강공격 한 방에 크게 감소했다. 그때 《섬광》의 별명에 부끄럽지 않은 연속공격이 가차없이 날아갔다.

화려한 댄스 같은 스텝을 밟으며 무시무시한 필살기를 차례차례 날리는 아스나의 모습을 니시다와 다른 참가자들은 멍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은 아스나의 아름다움과 강함 중 어느쪽에 넋을 잃은 것일까. 아마도 양쪽 다겠지.

주위를 압도하는 존재감을 뿜어내며 검을 휘두르던 아스나는 적의 HP바가 레드 존에 돌입한 것을 보고 살짝 뛰어 거리를 벌리더니, 착지와 동시에 돌진기를 감행했다. 혜성처럼 온몸에서 빛의 꼬리를 끌며 정면으로 거대 물고기에게 파고든다. 최상위 세검 스킬 중 하나인 《플래싱·페너트레이터》였다.

소닉붐과도 같은 충격음과 동시에 혜성은 몬스터의 입에서 꼬리까지 관통했다. 긴 활주를 거쳐 아스나가 정지한 직후, 적의 거구가 막대한 빛의 파편이 되어 흩어졌다. 거대한 파쇄음이 울려퍼지고, 호수 위에 커다란 파문을 만들어냈다.

찰칵, 소리를 내며 아스나가 세검을 납도하고는 이쪽을 향해 저벅저벅 다가와도 태공망들은 입을 벌린 채 꼼짝도 못했다.

“여, 수고했어”

“나한테만 시키다니 치사해-. 다음에 뭔가 한턱 받아낼테니까”

“이젠 지갑도 공동 데이터잖아”

“우, 그랬지....”

나와 아스나가 긴장감 없는 대화를 나누고 있으려니, 드디어 니시다가 눈을 깜빡거리며 입을 열었다.

“....이야, 이건 놀랍군요.....부신, 제, 제법 강하시군요. 실례지만 레벨이 어느 정도....?”

나와 아스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