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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고 따뜻한 날이었다. 거대한 침엽수가 늘어선 숲속을 한동안 걸어가니 나무줄기 틈으로 반짝이는 수면이 보였다. 호반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약간 긴장하며 다가가니 눈에 익은 땅딸만한 남자가 귀에 익은 웃음소리와 함께 손을 들었다.

“와, 하, 하, 날씨가 맑아서 다행이지 않습니까!”

“안녕하세요 니시다상”

나와 아스나도 고개를 숙였다. 연령대가 다양한 그 집단은 니시다가 결성한 낚시 길드의 멤버들이라고 한다. 내심 긴장하며 모두에게 인사했으나 아스나를 알아본 사람은 없는 모양이었다.

그건 그렇다 쳐도, 생각보다 활동적인 아저씨였다. 회사에서는 좋은 상사가 아니었을까. 우리가 도착하기 전부터 흥을 돋우기 위해 낚시대회를 하고 있었던 듯 이미 분위기는 상당히 뜨거웠다.

“에~ 그러면 드디어 오늘의 메인·이벤트를 결행합니다!”

기다란 낚싯대를 한손에 들고 걸어나온 니시다가 큰 소리로 선언하자 갤러리들이 크게 들끓었다. 나는 무심결에 그가 손에 든 낚싯대와 그 끝의 굵은 낚싯줄을 시선으로 따라가다 끄트머리에 매달린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도마뱀이었다. 하지만 웬만큼 커도 커야지, 어른의 팔만한 사이즈였다. 적과 흑의 독살스러운 무늬가 드러난 표면은 신선함을 과시하듯 번뜩번뜩 빛나고 있다.

“히익.....”

약간 뒤늦게 그 물체를 본 아스나는 얼굴을 굳히며 두세 걸음 뒤로 물러났다. 미끼가 이 정도라니, 대체 얼마나 대단한 놈을 노리는 걸까.

하지만 내가 물어볼 새도 없이 니시다는 호수를 바라보더니 낚싯대를 상단으로 높이 치켜들었다. 기합 일발, 멋진 폼으로 낚싯대를 휘두르자 붕 공기를 울리며 거대한 도마뱀이 하늘에 호를 그리고 날아가더니 약간 떨어진 수면에 높은 물보라를 일으키며 착수했다.

SAO의 낚시에는 대기시간이라는 것이 거의 없다. 미끼를 물속에 넣으면 수십 초 만에 물고기가 낚이거나, 미끼가 소멸해 실패하거나 둘 중 하나의 결과가 나온다. 우리는 마른침을 삼키며 물속으로 가라앉는 실에 주목했다.

그리고 마침내 낚싯대가 두세 차례 꿈틀꿈틀 떨렸다. 하지만 낚싯대를 든 니시다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와, 왔어요 니시다상!!”

“아니, 멀었습니다!!”

안경알 너머의, 평소는 호호할배 같던 눈을 낭랑하게 빛내며, 니시다는 가느다랗게 진동하는 낚싯대의 끄트머리를 가만히 노려보고 있었다.

그때 한층 크게 낚싯대의 끄트머리가 당겨졌다.

“지금이닷!”

니시다가 작은 몸을 뒤로 크게 젖혀, 온몸을 이용해 낚싯대를 잡아당겼다. 옆에서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실이 팽팽하게 당겨져 피잉 하는 효과음이 공기를 흔들었다.

“걸렸습니다!! 뒤는 맡깁니다요!!”

니시다에게 건네받은 낚싯대를 주저하며 잡아당겼다. 꿈쩍도 하지 않는다. 마치 지면에 박힌 것 같은 감촉이었다. 이거 정말로 입질한 게 맞을까 불안해져 니시다에게 살짝 눈을 돌린 순간-

돌연 맹렬한 힘으로 실이 수중으로 당겨졌다.

“우왓”

당황하며 발을 힘껏 디디며 낚싯대를 다시 세웠다. 사용 근력 게이지가 일상 모드를 가볍게 넘어섰다.

“이, 이거, 있는 힘껏 당겨도 괜찮은건가요?”

낚싯대와 실의 내구도가 걱정되어 나는 니시다에게 물었다.

“최고급품입니다! 마음껏 해주세요!”

얼굴을 새빨갛게 하고 흥분하는 니시다에게 고개를 끄덕여 대답하고, 나는 낚싯대를 고쳐 쥔 후 모든 힘을 개방했다. 낚싯대가 중간 정도에서 뒤집어진 U자를 그리며 크게 휘었다.

레벨업 때 근력과 민첩성 어느 쪽을 올릴지는 각 플레이어가 임의로 선택할 수 있다. 에길 같은 도끼사용자라면 근력을 우선시하고, 아스나와 같은 세검사는 민첩성을 올리는 것이 정석이다. 나는 오소독스(*orthodox:정통)한 검사 타입이므로 쌍방의 파라미터를 모두 올렸지만, 취향 때문에 굳이 말하자면 민첩성 쪽으로 기울어졌다.

하지만 레벨의 절대치가 엄청나게 높은 탓인지, 아무래도 이 줄다리기는 내게 유리한 모양이었다. 나는 굳게 디딘 두 발을 조금씩 후퇴하며, 느리긴 하지만 확실한 속도로 수수께끼의 대물을 수면으로 끌어내고 있었다.

“앗! 보인다!!”

아스나가 몸을 내밀고, 물속을 가리켰다. 나는 기슭에서 떨어져 몸을 뒤로 젖히고 있기 때문에 확인할 수 없었다. 구경꾼들은 크게 술렁거리더니 앞다투어 물가로 달려와서는 기슦에서부터 급격한 각도로 깊어지는 호수를 들여다보았다. 나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모든 근력을 쥐어짜 한층 강하게 낚싯대를 끌어올렸다.

“......?”

돌연, 눈앞에서 몸을 내밀고 있던 갤러리들이 흠칫 떨었다. 모두 2, 3보 후퇴한다.

“왜 그런....”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들은 일제히 돌아서더니 맹렬한 속도로 뛰기 시작했다. 내 왼쪽을 아스나, 오른쪽을 니시다가 창백한 얼굴로 휙 지나갔다. 어이가 없어진 내가 돌아보려는 순간- 갑자기 두 손에서 무게가 사라지며, 나는 뒤를 향해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이런, 실이 끊어졌나. 그렇게 생각하며 낚싯대를 옆에 던지고 벌떡 일어나 호수를 향해 뛰어가려 했다. 그 직후, 내 눈앞에서 은색으로 빛나는 호수가 둥글게 솟아올랐다.

“에-”

눈을 크게 뜨고 우뚝 멈춰 선 내 귀에 멀리서 아스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키리토, 위험해-”

돌아보자 아스나와 니시다를 포함한 모두가 이미 기슭의 둔덕을 뛰어올라가 상당한 거리까지 떨어졌다. 겨우 상황이 조금씩 이해된 내 등 뒤에서 어마어마한 물소리가 들렸다. 굉장히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힌 나는 다시 한 번 돌아보았다.

물고기가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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