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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아스나.....”

순간 말을 어물거렸다. 하지만 도저히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의 관계는, 게임 안에서만 이루어진 거야....? 저 세계에 돌아가면 사라져 버리는 그런 걸까....”

“화낼 거야, 키리토”

돌아본 아스나는 순수한 감정이 타오르는 눈으로 똑바로 노려보았다.

“설령 이게, 이런 이상한 사태가 아닌 평범한 게임이었다고 해도, 난 장난삼아 남을 좋아하거나 하지 않아”

양손으로 내 뺨을 꾹 누른다.

“나, 여기서 한 가지 배운 것이 있어. 포기하지 않고 최후까지 노력할 것. 만약 원래 세계에 돌아간다면, 나는 절대 키리토와 다시 만나서, 또 좋아하게 될 거야”

아스나의 올곧고 당찬 마음에 감탄한 것이 몇 번째일까. 아니면 내가 약해진 것일까.

하지만 그래도 좋다. 누군가를 의지하고, 누군가가 날 지탱해준다는 것이 이렇게나 편안하다는 것을 오랜 동안 잊고 있었다. 언제까지 이곳에 있울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하다못해 전장을 떠난 동안만이라도-.

나는 사고가 확산되어가도록 내버려둔 채 그저 팔 안의 달콤한 향기와 부드러움에만 의식을 집중시켰다.

【18】

호수에 드리운 실 끝에 뜬 찌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수면에 난무하는 부드러운 빛을 바라보고 있자니 서서히 졸음이 밀려왔다.

나는 크게 하품을 하며 낚싯대를 당겨보았다. 실 끝에는 은색 바늘이 허무하게 빛나고 있을 뿐이었다. 달아놓았던 미끼는 보이지도 않았다.

22층에 이사를 온 후 열흘 정도가 지나갔다. 나는 하루하루의 식량을 얻기 위해 스킬 슬롯에서 아주 옛날에 잠시 수행했던 양손검 스킬을 삭제하고 대신 낚시 스킬을 설정한 후 강태공 흉내를 내고 있었으나 조금도 낚이질 않았다. 숙련도도 이제 600을 넘었으니 월척까지는 못 가더라도 뭔가 낚여도 좋을 무렵이라고 생각했는데, 마을에서 사온 미끼통을 허무하게 비우는 나날이 이어졌다.

“못해먹겠네....”

작은 목소리로 투덜거리며, 나는 낚싯대를 곁에 내팽개치곤 벌렁 드러누웠다. 호면을 스치는 바람은 차가웠지만 아스나가 재봉 스킬로 만들어준 두터운 외투 덕에 몸은 따뜻하다. 아스나도 스킬을 올리는 중인지라 NPC샵의 제품만은 못했지만, 실용성만 있으면 문제없다.

아인클라드는 《삼나무의 달》에 들어섰다. 일본으로 치면 11월. 겨울이 다 되긴 했지만, SAO에서 낚시는 계절과 상관이 없을 텐데. 운 파라미터를 미인 아내에게 모두 써버린 탓일까.

그 생각에 따라 떠오른 싱글거리는 웃음을 감추려 하지도 않고 드러누워 있자니, 갑자기 머리 위쪽 저편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잘 잡힙니까?”

깜짝 놀라 일어나서 쳐다보니 그곳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두꺼운 옷으로 중무장한 채 귀마개 달린 모자까지 쓰고, 손에는 나와 마찬가지로 낚싯대를 들었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그 남자의 나이였다. 아무리 봐도 50세는 넘었을 것 같았다. 철테 안경을 걸친 그 눈에는 초로라 해도 좋을 만한 나이가 새겨져 있었다. 중증 게임 매니아들만 모인 SAO에서 이렇게 고령의 플레이어는 극히 드물다. 라기보다 본 적이 없다. 설마-?

“NPC는 아니랍니다”

남자는 나의 생각을 읽은 듯이 쓴웃음을 짓고, 천천히 둔덕을 내려왔다.

“죄, 죄송합니다. 설마 했거든요...”

“아니아니, 무리도 아니지. 아마 나는 이곳에서 최고령일 테니까요”

체격 좋은 몸을 흔들며, 와, 하 ,하, 하고 웃는다.

이거 실례하겠습니다, 하고 말하고 내 곁에 앉았다. 그는 허리에서 미끼통을 꺼내더니, 서툰 손놀림으로 팝업메뉴를 불러 낚싯대를 클릭해 미끼를 달았다.

“저는 니시다라고 합니다. 여기선 낚시꾼이지요. 일본에서는 토도고속선이라는 회사의 보안부장을 맡고 있었습니다. 명함이 없어 죄송하군요”

다시 와하하 웃는다.

“아아....”

나는 이 사내가 이곳에 있는 이유를 대충 알 것 갈았다. 토도고속선은 아가스와 제햐하던 네트워크 운영기업이다. SAO의 서버에 이어지는 회선도 직접 관리했을 것이다.

“저는 키리토라고 해요. 최근 위층에서 내려왔죠. ....니시다상은, 역시.....SAO의 회선보수 때문에....?”

“일단 책임자기는 하죠”

고개를 끄덕이는 니시다를 나는 복잡한 심정으로 쳐다보았다. 그렇다면 이 사내는 업무 때문에 사건에 휘말린 셈이다.

“이야, 아무래도 로그인까지는 할 필요가 없다고 위에서 말했지만, 자신의 일은 이 눈으로 보지 않으면 성미가 풀리지 않아서, 노인네의 주책 때문에 이렇게 되었지 뭡니까”

웃으면서 휙 낚싯대를 휘두르는 동작이 실로 훌륭했다. 그야말로 내공이 느껴졌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인지, 내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저 말고도 이런저런 형태로 이곳에 오고 만 나이 먹은 사람들이 2,30명은 되는 모양이더군요. 대부분은 최초의 마을에서 얌전히 있다던데, 저는 이게 세 끼 밥보다도 좋아서 말이죠”

낚싯대를 살짝 들어 보인다.

“좋은 강과 호수를 찾아다니다 보니 이런 곳까지 올라오고 말았죠”

“과, 과연....이 층에는 몬스터도 나오지 않으니까요”

니시다는, 내 말에 싱긋 웃기만 가더니,

“어때요, 위층은 좋은 포인트가 있나요?”하고 물었다.

“으음....61층은 전부 호수, 라기보다 바다라서, 상당한 대물이 낚인다던데요”

“호오! 거긴 한 번 가봐야겠군요”

그때 사내가 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