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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사고를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솔직하게 반영한 나의 발언에, 이번엔 아스나가 입을 딱 벌린 채 완전히 굳어버렸다. 그러나 마침내 그 얼굴에 최대급의 수치와 분노를 혼합한 표정이 떠올랐다.

“바....바....”

꼭 쥔 오른손에 눈에 드러날 정도의 살기를 피워 올리더니,

“바보-!”

민첩성 파라미터를 완전히 동원한 스피드로 날아든 아스나의 정권찌르기는 내 안면에 작렬하기 직전에 범죄방지 코드에 막혀서 커다란 소리와 함께 보라색 불꽃을 흩날렸다.

“으, 으아-, 기다려!! 미안, 미안하다고! 방금 건 취소!!”

상관하지도 않고 제2격을 날리려던 아스나에게 두 손을 격렬하고 휘저으며 필사적으로 변명했다.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아....아니, 근데, 애초에 말이야....그...하, 할 수 있는 거야....? SAO 안에서.....?”

간신히 공격자세를 살짝 해제한 아스나는 분노가 채 식지 않은 와중에도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모, 모르는 거야....?”

“모릅니다....”

그러자 아스나는 갑자기 표정을 분노에서 수치로 바꾸면서 조그마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옵션 메뉴의, 굉장히 깊은 곳에....《윤리코드 해제설정》이란 게 있어”

처음 듣는 얘기였다. 베타테스트 때는 분명 그런 것은 없었으며 메뉴얼에도 실려 있지 않았다. 솔로 플레이로 일관하며 전투정보 외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대가를 이런 식으로 치르게 되다니.

하지만 그 이야기는 내게 새로운, 간과할 수 없는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사고능력이 회복되지 않은 채, 그만 그 말을 입에 담고 말았다.

“.....저기...겨, 경험은 있는 건가요.....?”

다시 아스나의 철권이 내 안면 바로 앞에 작렬했다.

“어, 없다고 바보야!! 길드 애들한테 들었어!!”

나는 당황해서 바닥에 엎드려 사과를 거듭해, 어떻게든 몇 분 동안 그녀를 진정시켰다.

테이블 위에 딱 하나 켜놓았던 작은 촛불의 빛이 내 팔 안에서 꾸벅꾸벅 졸던 아스나의 살견을 어스름하게 비추어주었다. 그 하얀 등을 살짝 손가락으로 쓸어본다. 따뜻하고 더할 나위 없이 매끄러운 감촉이 손끝에서 젼해져오는 것만으로도 황홀한 기분이 들었다.

아스나는 살짝 눈을 뜨더니 나를 올려다보고 두어 차례 눈을 깜빡이며 생긋 웃었다.

“미안. 깨웠어?”

“응....잠깐, 꿈을 꿨어. 원래 세계의 꿈....이상해”

웃은 채, 내 가슴에 얼굴을 묻는다.

“꿈속에서, 아인클라드의 일이, 키리토와 만난 일이 꿈이었다면 어떡하나 생각해서 굉장히 무서웠어. 다행이다....꿈이 아니라서”

“이상한 녀석이네. 돌아가고 싶지 않아?”

“돌아가고 싶어. 가고 싶지만, 이곳에서 보낸 시간이 사라지는 건 싫어. 꽤....멀리까지 오긴 했지만, 내겐 소중한 2년인걸. 이젠 그렇게 생각해”

아스나는 문득 진지한 표정이 되어, 어깨에 얹은 내 오른손을 잡더니 가슴에 꼭 끌어안는다.

“....미안해, 키리토. 원래라면.....원래라면, 내가 결착을 지으지 않았으면, 안 됐는데....”

나는 살짝 숨을 들이마시고, 금세 길게 내쉬었다.

“아니야.....크라딜이 노렸던 것도, 그리고 놈을 그렇게까지 몰아붙였던 것도 나였어. 그건 내 싸움이었던 거야”

아스나의 눈을 바라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헤이즐넛색 눈에 살짝 눈물을 맺으며, 아스나는 꼭 쥔 내 손에 살짝 입술을 가져다댔다. 부드러운 움직임이 직접 전해져왔다.

“나도....짊어질게. 네가 짊어졌던 것, 전부 함께 짊어질 테니까. 약속해. 이제부터는, 반드시 내가 널 지킬 테니까.....”

그것이야말로-.

한때 내가 지금에 이르기까지 결국 한 번도 입에 담을 수 없었던 말이었다. 하지만 이 순간, 입술이 떨리며 내 목에서- 혹은 영혼에서 소리가 베어나오는 것을, 나는 들었다.

“.....나도”

매우 가느다란 목소리가 살짝 공기를 흔들었다.

“나도, 널 지킬게”

그 한 마디는, 한심할 정도로 작고, 못미더웠다. 나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으며 아스나의 손을 다시 쥐고 말했다.

“아스나는....강하구나. 나보다 훨씬 강해....”

그러자, 그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