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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는 없었다.

아마도 형 키이치나 아버지가 쳤을 것이다.

가끔 있는 일이었다.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코헤이는 피아노의 뚜껑을 열고 덮개를 취운 뒤 살며시 건반을 만졌다.

어머니가 가르쳐준 곡이 머릿속에서 울려 펴졌다. 악보는 보지 않았다.

처음에는 한 손만, 이어서 나머지 한 손을 올려놓았다.

흑백의 건반 위를 손가락이 미끄러지자 소리가 되어 튕겨 돌아왔다. 그것이 이어져서 멜로디가 되었다.

몇 번이나 같은 곡을 쳐도 생각이 났다.

코헤이가 이 악구를 칠 때 어머니가,

[음표를 더 이어야지]

하고 말했던 것을.

잊어버릴 것 같은 목소리를 이렇게 피아노를 치고 있으면 떠올릴 수가 있었다.

음표가..., 멜로디가 이어졌다.

먼 지금과 가까운 지금. 시간 같은 것은 상관없어졌다.

이 방은 마치 다른 공간에 있는 것 같으면서 동시에 어디에나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피아노 소리 때문에 코헤이는 그와 형 키이치의 방에서 소리가 들린 것을 깨닫지 못했다.

결국 그것이 시작으로 연결되었다.

역시 여기부터 이어진 것이었다.

이윽고.

-페달에 올려놓고 있던 발이 톡 하고 가만히 떨어졌다.

피아노 소리가 썰물처럼 조용히 빠져나갔다.

그 순간.

꼬르륵~~~~~~~.

뱃속에서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현재 오후 4시 반.

한창 성장기인 중학교 3학년의 코헤이.

12시에 먹은 점심 따위는 먼 옛날에 소화되어 몸과 뇌를 움직이는 에너지로 사용이 끝난 상태였다.

이제 연료가 떨어진 것이다.

“뭐 없나-?”

남자들만 사는 집. 코헤이의 아버지와 형은 회사원이었다. 코헤이도 오늘은 쉬는 날이지만 학교 수업이 끝나면 거의 매일 학원에 갔다.

저녁 찬거리는 아버지나 형이 사 오지만 학원에 가지 않는 날은 코헤이의 담당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귀갓길에 슈퍼에 들러서 뭔가를 사 왔을 텐데 오늘은 아버지가 맡긴 돈과 지갑을 집에 두고 등교했던 것이다.

그렇다. 그랬다.

그래서 일단 집에 온 것이었는데 집 안에 들어왔더니 어딘지 모르게 사람의 온기 같은 것이 느껴졌고 왠지 불현듯 어머니가 생각나서 괜히 피아노를 치고 싶어진 것이다...

꼬르륵~~~~~~~~~~~~~~.

성화를 하듯이 뱃속에서 또 꾸르륵 소리가 났다.

“네, 네...”

코헤이는 뭔가 먹을 것이 없나 생각하기 전에 일어나서 부엌에 가보기로 했다.

어차피 이따가 슈퍼에 사러 갈 거니깐 모자란 것이나 필요한 것을 확인할 수도 있으니까.

부엌에 미리 사놓은 음식이 있으면 허기도 면하고 일석이조가 아닌가.

“그렇지?”

코헤이는 그의 배한테 물어보았다.

조금 바보 같지만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으니깐 상관없었다.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코헤이 혼자였다.

...그럴 텐데.

부엌에 들어섰다. 그러면 물론 맨 먼저 들여다볼 것은 냉장고 안.

어머니가 마음에 들어했던 아이보리색 냉장고는 망가져서 작년에 새 냉장고를 데려왔다. 전에 있던 냉장고는 워낙 오랫동안 썼기 때문에 애착이 있었지만 지금 이 냉장고도 꽤 귀여운 녀석 이었다.

“응.”

그렇게 혼잣말을 하고 문에 손을 걸쳤다. 어느 쪽으로나 열리는 디자인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왼손잡이인 코헤이도 쉽게 열 수 있었다.

이런 걸 두고 유니버설 디자인이라고 하던가?

가정 시간에 배운 내용을 떠올리면서 문을 열었다.

냉장고가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