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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검?"

"빛 광(光)에 칼 검(劍). 정식 명칙은《포톤 소드》지만, 다들 레이저 블레이드니 라이트 세이버니 빔 사벨이니 적당히 부르고 있어."

"거, 거엄?! 이 세계에도 검이 있어요?!"

나는 황급히 쇼 케이스에 얼굴을 들이댔다. 듣고 보니 옛날 SF 영화에서 우주의 질서는 지키는 기사들이 휘드르던 무기와 매우 흡사했다.

"있기는 있지만, 실제로 쓰는 사람은 없어."

"왜요......?"

"그야 당연하잖아. 밀착거리가 아니면 맞지도 않고, 그렇게까지 접근했을 무렵에는 틀림없이 벌집이......"

소녀는 거기서 말을 끊더니 입술을 살짝 벌린 채 가만히 나를 보았다.

나는 '씨익' 이 될 뻔한 웃음을 재빨리 '생긋'에서 멈추고 말했다.

"다시 말해 접근만 하면 된다 그거네요."

"하, 하지만, 물론 네 회피기술이 대단하다고는 해도, 전자동으로 연사하는 총을 상대로......, 아."

소녀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나는 케이스에 늘어선 것들 중 색깔이 마음에 든 무광 검정색 포톤 소드를 들어 손끝으로 싱글클릭해 보았다. 튀어나온 팝업 메뉴에서【BUY】를 선택하자 무시무시한 속도로 NPC 점원이 튀어나와선 웃는 얼굴로 금속 ㅐ널 같은 것을 내밀었다. 판 한가운데에 조금 전 게임 때 본 캐셔와 똑같이 녹색 스캐너가 붙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오른손을 가져다 댔다.

가벼운 래지스터 효과음과 함께 패널 위쪽에 검은 포톤 소드가 부응 실체화 되었다. 손에 들자 점원은 "구입해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웃는 얼굴로 인사하고는, 왔을 때와 똑같은 속도로 자신의 위치에 돌아갔다.

"......아이고, 사버렸네."

소녀가 오른쪽 45도의 삐딱한 시선으로 날 보고 있었다.

"뭐, 전투 스타일은 취향이지만."

"그럼요. 팔고 있다는 건 다시 말해, 분명히 나름대로 싸울수 있다는 뜻이라고요. 이걸로도."

대답하며 나는 오른손으로 짧은 원통형 무기를 꽉 쥐고는 몸앞에 들어보았다. 오른손 엄지를 움직여 스위치를 넣자, 우웅하는 낮은 진동음과 함께 자주색이 들어간 푸른 에너지의 칼날이 1미터도 넘게 뻗어 나와 주위를 비추었다.

"오오."

나도 모르게 짧게 중얼거렸다. 이제까지 크고 작은 다양한 검을 쥐어보았지만, 검신이 실체를 가지지 않고 빛으로 이루어진 것은 처음이었다.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으려니, 칼날에는 방향성이 없으며 원형 절단면의 가늘고 긴 원통형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무튼 중단으로 겨눈 후, 이젠 시스템 어시스트 없어도 동작이 몸에 밴 SAO 시절의 한손 직검 소드 스킬《버티컬 스퀘어》를 펼쳐보였다.

웅, 우웅, 기본 좋은 소리를 내며 빛의 검은 공중에서 복잡한 궤적을 그리고는 우뚝 정지했다. 당연히 검의 중량에 의한 관성의 저항은 느껴지지 않았다.

"와~."

옆에서 소녀가 살짝 박수를 치며 조금 놀랐다는 듯 웃음을 짓고 있었다.

"어쩐기 꽤 모양이 나는걸. 판타지 세계의 기술이라...... 의외로 방심할 수 없겠는데?"

"아뇨. 뭐, 그 정도까진...... 하지만 가볍네요."

"그야 그렇겠지. 기껏해야 가벼운 것밖에 메리트가 없는 무기인걸. ──그건 그렇고, 주무장이야 뭐 그걸로 한다 쳐도, 보조로 서브머신건이나 핸드건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접근하기 위해선 견제도 필요할 테니까."

"......그렇구나. 그것도 그러네요."

"돈은 얼마나 남았어?"

그 말에 윈도우를 열어보니 30만 크레디트도 넘게 있었던 보유 자금이 15만 정도로 줄었다. 그렇게 말하자 소녀는 눈을 깜빡거리더니 어깨를 으쓱했다.

"와, 광검이란 거 엄청 비싸구나, 150K라......, 탄환이나 방어구에 쓸 대금까지 생각하면 핸드건이겠네."

"아, 알아서 해주세요."

"BoB에 나갈 거니까 실탄총이 좋겠지......? 견제 목적이라면 파워보다도 명중률이 필요하려나? 으음......"

소녀는 중얽리며 권총이 늘어선 케이스 앞을 천천히 건더니 마침내 그중 하나를 가리켰다.

"남은 돈을 거의 다 쓰게 되겠지만, 이게 좋지 않을까?《FN 파이브세븐》."

가느다란 손가락 끝에는 그립 부분이 매끄러운 곡선을 그리는 약간 작은 자동권총이 놓여 있었다.

"파이브......세븐?"

"구경 얘기야. 5.7밀리미터라서, 보통의 9밀리미터 파라블럼탄에 비하면 아주 작지만 모양이 라이플탄과 비슷해서 명중률과 관통력에 보너스가 붙어. 특수한 탄환이라 같은 FN사에서 만든 서브머신건《P90》에밖에는 쓸 수 없지만, 총을 이것만 들 거라면 상관없겠지."

"네에......"

청산유수로 쏟아지는 매끄러운 해설을 들으며, 나는 새삼 이 하늘색 머리카락의 소녀에게 살짝 흥미를 품었다.

GGO는 성별 고정 타이틀이므로 현실의 플레이어 본인도 틀림없이 여성일 텐데, 인종이나 연령은 전혀 파악할 수 없다. 감으로는 별로 나이 차이가 나지 않을 것도 같지만.

물론 MMORPG를 플레이하는 만큼 게임 내 아이템에 대해 자세한 지식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아스나나 피라도 ALO에 등장하는 검이나 마법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5분이나 10분으로는 끝나지 않는다.

하지만──역시《총》은 어딘가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GGO에 등장하는 총의 절반은 현실세계의 실제로 존재하는 무기라고 들었다. 자연스럽게 피와 살육의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겠는가. 나와 동갑내기 여자아이가 그런 세계예 다이브하고, 온갖 총기에 대해 상세한 지식을 가진 베테랑 플레이어가 될 때까지 싸운 동기란 대체 어떤 것일까......

"얘, 듣고 있어?"

"아, 네, 넷."

나는 황급히 생각을 중단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걸로 살게요. 또 사두면 좋은 건 뭐가 있나요?"

그녀가 추천하는 대로《파이브세븐》이라는 피스톨, 아니, 핸드건 외에도 예비탄창과 두툼한 방탄재킷, 밸트형《대(對) 광학총 방호 필드 발생기》외에 자잘한 장비들을 사고 나니 조금전 총탄 피하기 게임으로 벌었던 30만 크레디트는 깔끔하게 사라지고 말았다.

오른쪽 허리에 포톤 소드, 왼쪽 허리에 파이브세븐의 새로운 무게를 느끼며 가게를 나서자 황혼색의 하늘은 살짝 붉은 기운을 띠고 있었다.

"정말 도움 많이 받았어요. 고맙습니다."

내가 고개를 숙이자, 소녀는 머플러 안에서 살짝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야, 나도 예선이 시작될 때까지는 딱히 예정도 없었......, 앗."

소녀는 말을 끊더니, 황급히 왼손의 두툼한 크로노미터를 들여다보았다.

"큰일 났다. 3시가 접수 마감이었는데. 헉, 총독부까지 뛰어가도 늦을지 몰라......!"

"네? 그쪽도 참가하려던 거였어요?"

"응."

얼굴이 창백해진 소녀를 따라 나도 방금 산 디지털시계를 들여다보았다. 표시된 시각은──14시51분이다.

살짝 시선을 들고, 채근하듯 물었다.

"저, 저기. 텔레포트 같은 이동수단은 없나요? 이동 아이템이나 마법, 은 아니고, 초능력이라든가!"

"뛰면서 설명할게!"

소녀는 그렇게 외치더니 몸을 돌려 북쪽을 향해 대로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흔들리는 머플러 꼬랑지를 황급히 쫒아갔다. 몇 초를 달려 곁에 나란히 서자, 소녀는 흘끔 시선을 돌리며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다.

"......이 GGO란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일으킬 수 있는 순간이동 현상은 하나밖에 없어. 죽어서 소생 포인트로 돌아가는 거야. 글록켄 지구의 소생 포인트는 총독부 부근이지만 도시에선 HP가 절대 줄질 않으니 그 수법은 쓸 수 없어......"

길을 오가는 NPC와 플레이어들 사이를 누비듯 전력질주하며 소녀는 해설했다. 나는 그녀를 따라가는 것이 고작이었다. ALO보다도 낮아진 시점에 익숙하지 않은 탓도 있었지만, 그 이전에 소녀의 주행 스피드가 엄청났다. 스탯의 지원이라기보다는 풀 다이브 환경의 동작에 완전히 숙달한 멋진 몸놀림이었다.

소녀는 다시 시계를 본 후 길 앞쪽을 가리켰다.

"총독부는 저기야. 시가지 북쪽 끝. 아직 3킬로미터는 더 남았어. 참가신청에 5분은 걸리니까 앞으로 3분 안에 도착해야 하는데......!"

똑바로 뻗은 메인 스트리트 끝을 보니 까마득히 앞쪽으로 저녁 햇살을 받아 붉게 빛나는 한층 거대한 타워가 보였다. 직선 코스이기는 하지만 통행인을 피하며 1킬로미터를 1분에 주파하는 것은 아무리 숨이 차는 일이 없는 VR 세계라 해도 매우 어렵다.

가령 내가 참가신청 마감에 늦는다 해도 그것은 사전조사를 게을리한 내 책임이지만, 곁에서 뛰는 하늘색 머리카락의 소녀는 나를 챙겨주지 않았더라면 편하게 신청을 마쳤을 것이다. 죄착갬을 느끼며 흘끔 시선을 돌리자, 이를 악물고 눈동자에 필사적인 빛을 띤 옆모습이 보였다. 가상의 호흡소리에 섞여 가늘게 새나오는 목소리가 들렸다.

"......제발......, 제발, 늦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