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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이의 마음속에서 뭔가가 아주 조금 바뀌었다.

내일이면 달라져버릴, 잊어버릴 감정인지도 모르지만.

분명 ‘지금’ 변했다.

남자아이는 생각했다.

그런가. 즐기면 되는 거구나. 즐겨도 되는 거야.

뭔지 모를 절박감에 마음을 잡아 찢길 필요 없이, 이날들이 뭔지 모른다면 뭔지 모르는 대로 나름대로 즐기면 된다.

즐기면서 가면 된다.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언젠가 반드시 나는... 찾아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남자아이는 좀 전까지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창 밖의 한가로운 풍경에서 고개를 돌려 다시 칠판에 빽빽이 적힌 글씨를 눈으로 따라갔다.

눈을 깜박였다.

그 순간,

그리고,

-잠에서 깼다.

#

전신이 새까만데 꼬리의 끝 부분만 하얀 고양이.

커다란 황금빛 눈동자를 갖고 있고 강한 체하는 것이 장기인 그.

그것이,

에버그린 색깔의 눈동자를 가진 잿빛 고양이 니콜의 절친한 친구-다니엘이라는 사마였다.

하지만 이젠 돌아갈 수 없었다.

그 시절로.

같이 웃고 같이 울고 화내고.

그가 이름을 불러주면 이젠 가슴이 아플 뿐이었다.

그의 이름을 부르면 이젠 마음이 찢어지는 듯 고통스러울 따름이었다.

그립지만 반가워할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과거로는 돌아갈 수 없으니까.

지나가고, 사라지고, 잃어버렸다.

봐라, 지금 ‘지금’이 사라지고 과거가 되었다.

왜냐하면 그렇잖아.

언제나 그렇잖아.

사라졌잖아.

지금 눈앞에서.

봐, 너도.

지금 눈앞에서.

사라져버렸잖아?

지금 막 과거가 되어버린 ‘지금’, 니콜의 눈앞에서-다니엘이 사라졌다.

니콜의 주인님이며 ‘유일한 존재’라고 불리는 언(UN)의 힘에 의해.

어째서 다니엘을 없앤 겁니까?

그렇게 물을 수 없었다

이젠 익숙해져버렸으니까.

느끼는 것을 그만두어버렸으니까.

이 주인님에 의해 뭔가가 지워지는 것, 뭔가가 사라지는 것.

예를 들어 사람의 목숨, 존재, 마음, 가치, 기억, 세계... 많은 것들.

마치 지워지기 위해 차곡차곡 쌓아온 것 같아서.

익숙해지고 말았다.

느끼지 않게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뭐야? 니콜라우스. 너 울고 있냐?”

조소하듯이 언이 말했다.

어이없다는 듯이 고개를 숙였다.

“아,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마스터!”

니콜은 황급히 눈물을 닦았다.

그 손에 묻은 물방울은 차가운데 어째서인지 따뜻했다.

그래도 금세 사라져버릴 것이다.

이 감촉도, 감각도.

아무것도 없는 이 하늘처럼 새것이 되어버리면 그만이다.

“다음은 녀석 차례다... 가자, 니콜라우스.”

“네, 마스터...”

때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감정을 죽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