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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딴 것은 이제 필요 없다.

아무것도 느끼지 않으면 된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으면 된다.

또 아픔을 떠올리기 전에.

아파지지 않도록. 고통스러워지지 않도록. 괴로워지지 않도록.

강하게 있기 위해서.

그런데 어째서,

이토록 마음이 아파오는 걸까?

-다니엘.

너는 어디에?

#

-빛이 강해지면 그림자도 짙어져요. 조만간 생각해내겠지요. 하얀 꽃과 함께. 당신도 생각해낼 겁니다.

하늘 위. 시들어가는 꽃.

소녀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늙어버린 듯한 그 존재는 그런 말을 남기고 이울었다.

언의 힘에 의해 깡그리 지워지고 말았다.

그리고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아니, 처음부터 거기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을 뿐이다.

니콜은 그렇게 스스로를 납득시키려고 하다가 흠칫 놀랐다.

“마스터...?”

언의 기색이 평소와 달랐다.

어떠한 일에도 흔들리지 않는 주인님이 얼어붙은 듯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떠올릴 기억 따윈 없어...”

언은 그렇게 몇 번이나 중얼거리고 있었다.

“마스터, 왜 그러세요?”

말을 걸었지만 반응이 없었다.

설마 동요하고 있나?

이 주인님에게 설마 그런 일이...

그렇게 생각했지만 언의 감정은 명백하게 흔들리고 있는 듯했다.

니콜은 언을 올려다보았다.

본래 ‘사신’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순간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그리고 다시 목숨을 되찾기 위해서 인간의 목숨을 사냥하고 운반한다.

하지만 언에게 그 기억이 없다면.

혹은 있다고 하면.

언의 모습을 보고 있는 니콜의 작은 몸이 불안감으로 가득 채워지기 시작했다.

불안감은 왠지 환히 웃는 그들의 얼굴을 떠올리게 했다.

절친한 친구였던 다니엘과 그의 주인, 언과 똑같은 얼굴을 가진 새하얀 사신 모모.

어째서 그들의 모습이 떠오르는지 니콜은 알 수 없었다.

눈앞에서 다니엘의 존재가 지워지는 그 순간까지.

“-역시 너희들이냐...... 니콜...!”

다니엘이 박쥐같은 날개를 펼치고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니콜과 다니엘의 사이에는 이미 그리움이나 반가움 같은 향수는 사라지고 없었다.

그 눈동자에는 연민, 슬픔, 분노 같은 온갖 감정이 복잡하게 뒤얽혀 있었다.

“......다니엘... 어째서...”

스스로 흘린 말에 니콜은 마음속으로 자답했다.

언은 모모의 기척을 뒤쫓아 이곳까지 찾아왔다가 모모처럼 새하얀 모습을 한 이와 만났다.

좀 전까지 여기에 모모와 다니엘이 있었다면 지금 이렇게 다니엘이 나타난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순간. 고개를 수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