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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일종의 공범 같은 관계라고 할 수 있었다.

또한 그 점에 있어서 켈리는 재스민을 신용하고 있었다.

결혼 신청 자체는 강압적이었지만, 이 여자는 켈리를 불리하게 만드는 짓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함께 문제에 말려드는 것을 피하려 한다고 치더라도 언제나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다.

"선내에 알려지지는 않았겠지?"

켈리가 묻자 재스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반 직원들에게는 숨겨뒀어. 알고 있는 건 선교의 승무원들하고 기관장, 정보관리장, 정비장뿐이야. 보통 일이 아니었다고."

"응?"

"네가 그렇게 엄청난 도약을 해버리니까 항해사하고 조타수가 완전히 자신을 잃고 거의 노이로제 상태였어. 달래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일단 너 같은 변태 흉내를 낼 필요는 없다고 해뒀지만."

"당신 말야, 어째서 그 시점에서 좀 제대로 된 단어가 안 나오는 거야?"

기가 막히는 듯이 대답하는 켈리에게서 길리어스를 쫓던 때에 발산되던 살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위험한 기척은 깨끗하게 어디론가 사라지고, 보이는 것은 소탈하고 싹싹한 평소의 켈리뿐이었다.

재스민은 그런 남편을 가만히 바라봤다.

이 남자가 길리어스에게 붙잡혀 있는 동안 얼마나 심한 부상을 입었는지, 근접연성 사이를 통과하는 미친 짓에 얼마나 무참한 대가를 치렀는지 재스민 본인의 눈으로 확인한 것은 아니다.

일단 겉보기에 불편한 곳은 없어 보인다. 오른쪽 얼굴도 깨끗했다. 억지로 의안을 뽑아냈다면 상당히 심한 부상이었을 텐데, 이미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새 의안도 상당히 훌륭했다. 이것 역시 다이애나가 만들었겠지만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의안이라고 알 수 없을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몸은 어떤가 싶어진 재스민은 남자의 무릎에서 내려와서 아무렇게나 어깨를 밀어보았다.

196센티미터의 장신이 부자연스럽게 기울었고, 켈리는 이상한 듯이 물었다.

"뭐야?"

"이 몸, 정말 완전히 나은 거야? 아무 데도 인공장기로 교체하지 않고?"

"그래. 새로 바꾼 건 이 눈뿐이야."

"믿어지지 않아. 그렇게 무모한 짓을 해놓고 피떡이 안 된 것만 해도 신기한데......"

"사실 그 짓을 할 때마다 피떡 직전까지는 가. 다이앤은 현대 과학수준을 두 세대쯤 앞서는 천재지만 안전에 둔감한 게 문제란 말이야."

당사자인 다이애나가 들으면 '둔감한 건 어느 쪽인데?' 하고 반론할 것이 틀림없었다.

또한 이 부인도 부인인지라, '그렇게 위험한 일은 두 번 다시 하지 말아줘요' 같은 소리는 절대로 하지 않는다.

기가 막힌다는 듯이 말했을 뿐이었다.

"잘도 안 죽는구나, 너."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런데ㅡ, 지금 뭐 하는 거야?"

"둔한 녀석. 이래도 모르겠어?"

재스민은 체중을 실어 켈리의 몸을 뒤로 쓰러뜨리면서 옷을 벗기려 하고 있었다. 분위기고 뭐고 없는, 마치 물건이라도 다루는 듯한 손놀림이었다.

켈리는 또다시 쓴웃음을 지으며 묵직하게 자신을 눌러대는 재스민을 떼어내려고 했다.

"이봐, 잠깐. 남편한테 올라타지 마."

유감스럽게도 이런 항의가 전혀 통하지 않는 것이 재스민이라는 인간이다.

재스민은 진지하게 대답했다.

"네 말은 때때로 앞뒤가 안 맞아. 남편 이외의 남자한테 올라타면 그게 더 문제 아냐. 됐으니까 옷 좀 벗어봐."

"어이......"

"아무 짓도 안 해. 진짜 원래 몸인지 아닌지 확인만 하는 거니까."

남편 이외의 남자한테 올라타는 편이 문제다ㅡ 확실히 맞는 말이기는 했다. 윤리적으로도 옳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문제의 초점이 전혀 달랐다.

"내가 보기에는 그 분위기라고는 전혀 없는 대사 쪽이 더 문제거든?"

"그럼 뭐라고 말하는데? 옷을 벗으라는 소리는 옷 벗으라고밖에 할 수 없잖아. 아니면 '실례합니다만 몸에 걸치신 의복을 모두 풀어주십시오, 미스터' 라고 하면 된다는 거야?"

말씨를 정중하게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덤으로 변함없이 남자 이상의 엄청난 힘이다. 대체 어디가 체력이 떨어졌다는 걸까.

이쪽도 진심으로 힘을 주면 떼어낼 수는 있겠지만 그러기도 바보스럽다.

멋대로 하라고 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