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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한 대답이었다.

골드맨 선장은 '쿠어 킹덤'을 정박시키려 했다. 자기 폭풍은 여전히 가라앉을 기색을 보이지 않았으므로, 언제까지나 배를 가동상태로 놔둘 필요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기관장에게 엔진을 정지하도록 지시하는 선장의 등 뒤로 누군가의 말이 들려왔다.

"관두는 게 좋을 걸."

켈리였다.

조금 실례, 하고 앞으로 나와 기관장에게 연락한다.

"정박은 안 해. 미안하지만 언제라도 발진할 수 있도록 대기해줘."

선교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그런 지시를 내리는 것은 선장의 권한이다. 그 선장과 동등한 자격을 얻었다고는 해도, 지금까지 켈리는 이런 식으로 나선 적이 한번도 없었다.

기관장의 대답을 듣자 켈리는 선장을 돌아보았다.

"반대인가?"

골드맨 선장은 사려 깊은 사람이었으므로 이 질문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조금 생각에 잠겼다가 묻는다.

"이유를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정박하고 엔진을 멈추면 다시 시동을 거는 데에 시간이 걸리겠지. 그 시간이 아까운 기분이 들어서 말이야. 바로 날아갈 수 있도록 해두는 편이 나을 거야."

"미스터 쿠어, 가능하다면 지금이라도 아이아스로 날아갔을 겁니다.. 하지만 자기폭풍이 멈추지 않는 건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그건 아시겠지요?"

"알고 있어. 어쨌거나 엔진은 끄지 말아줘. 저런 여자라도 일단은 마누라니까, 만일의 경우에는 내가 가줘야지."

태연하게 말하고 켈리는 선교에서 나왔다.

그 뒤를 알렉산더가 따라 나오며 물었다.

"실례입니다만 미스터 쿠어. 만일의 경우라니 무슨 의미입니까?"

켈리는 어깨를 으쓱하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원래 여왕은 최후의 최후까지 움직이지 않는 법이야. 그런데 저 자식은 제일 먼저 달려가버린다고. 정말로 재벌 총수 따위에는 안 어울리는 인간이야."

"당신이라면 어울린다고 말하고 싶은 겁니까?"

"설마. 난 그 녀석보다 훨씬 더 안 어울려. 당신, 어째서 저 여자하고 결혼하지 않은 거지?"

알렉산더도 발끈한 듯했다.

"당신이 그런 소리를 하는 건, 너무 비아냥이 심한 거라고 생각지 않으십니까?"

"이거 미안. 하고 싶어서 한 결혼이 아니라서 말이야."

"유감스럽게도 전 재스민과 결혼하고 싶었습니다."

분노로 뺨을 붉게 물들이면서 알렉산더는 단언했다.

"재스민은 제 구혼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다른 남자와 결혼을ㅡ당신을 선택한 겁니다. 그것이 재스민의 선택이라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좀 전부터 당신의 언행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아무리 군대 복무 경력이 있다고 해도, 전투기까지 조종한다고 해도 쿠어 재벌의 총수직을 그녀 혼자서 지탱하기란 무리입니다. 누군가가 그녀를 지탱해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 역할은 당연히 남편인 당신이 맡아야 하는 게 아닙니까?"

켈리는 초특급 한숨을 쉬고서, 아마도 동정에 가까운 감정을 담아 눈에 콩깍지가 씌인 가련한 청년을 내려다보았다.

알렉산더 역시 180센티미터를 넘는 키였지만 그래도 켈리 쪽이 훨씬 더 키가 컸다.

"당신들, 부자가 똑같이 난시라도 있어?"

"예?"

"어째서 저 여자를 그렇게..., '겉보기에는 강해 보이지만 실은 나, 연약하고 누군가가 지켜주기를 바라는 여자예요' 쪽으로 끌고 가려는 거야? 이해가 안 되는 걸. 우선 그런 건 저 녀석에게 실례잖아."

"여성을 지키는 게 남성의 당연한 의무가 아닙니까."

켈리는 다시 한숨을 쉬고 뭐라 형용하기 힘든 쓴웃음을 지었다. 이렇게까지 딱 잘라서 말해버리면 웃음박에 나오지 않는다.

"그 녀석이 돌연변이라면 당신도 돌연변이로구만. 아니면 그게 세대 차이라는 걸까? 난 지금까지 내가 젊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엄청 늙어버린 기분이 드는 걸."

알렉산더는 너무나도 젊고 올곧았다.

자신이 보기에도 그렇게 느껴질 정도이니 저 여자가 어떤 마음으로 이 청년을 보고 있었을지는 쉽게 상상이 간다.

동시에 저 여자가 이 청년을 선택하지 않았던 이유 역시 이해가 갔다.

호감 가는 청년이긴 하지만 저 여자의 파트너가 되기에는 너무나도 어렸다.

알렉산더는 똑바로 켈리를 바라보면서, 여전히 젊은이 특유의 순수로 가득 찬 공격을 던져왔다.

"당신은 정말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는 겁니까?"

제발 좀 봐달라고ㅡ 하늘을 향해 빌고 싶은 심정이었다.

틀림없다. 이건 돌연변이다. 켈리가 모르는 종류의 남자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렇게 차마 들어줄 수 없을 정도로 낯간지러운 대사들만 골라서 읊는 걸까.

"미스터 제퍼슨, 그 말, 사람 얼굴을 빤히 쳐다보면서 할 만한 소리는 아냐. 최소한 내 상식으로는 그런데."

"무례한 질문이라는 건 충분히 알고 있지만 저에게는 물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 지금까지 재스민과 당신이 서로 사랑해서 결혼한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거라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혹시 재스민이 당신을 사랑하더라도 당신이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결투라도 신청할 셈이야?"

"바라신다면."

켈리는 저도 모르게 신음하며 얼굴을 손으로 덮어버렸다.

정말 농담도 못해먹겠네.

"저기 말야, 미스터......"

"알렉이라고 불러주십시오."

"그럼, 알렉. 말해두겠지만 갑자기 결혼해달라는 소리에 놀랐던 건 나였다고."

"그건 재스민이 당신을 사랑했기 때문이겠죠."

"아니, 틀려. 그런 바보 같은 짓은 절대 안 해. 저 여자는 처음부터 남편감을 찾아다니고 있었어. 남편감에 맞는 조건이 처음부터 있었다고. 우연히 내가ㅡ내 무언가가ㅡ저 여자가 원하던 조건에 들어맞은 거지만, 그 조건만 충족시킨다면 아무라도 상관없었을 거야."

알렉산더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재스민은 아무라도 상관없을 만한 사람은 고르지 않습니다. 게다가, 그렇다면 당신은 왜 재스민과 결혼한 겁니까?"

"빚이 있었으니까."

"에?"

잘못 들은 게 아닌가 생각하며 반사적으로 반문했지만, 켈리는 진의를 파악할 수 없는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조건에 맞을 만한 남자는 나말고도 많았을 텐데 어째서 굳이 나로 한 건지 궁금하기는 해. 저 여자가 돌아오면 한번 물어볼까."

"무슨 느긋한 소릴 하고 있는 겁니까? 저는 게이트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당신은 전문가일 텐데요."

그런데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느냐고 묻고 싶었던 거겠지만, 켈리는 머리를 흔들었다.

"'버밀리온'을 발견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