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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째서?!

왜 새삼스럽게 떠올리고!

그리고 어째서 이렇게 부끄러운 거야?!

이미 착란 직전.

아니, 아니, 아니, 아니, 아니, 아니, 아니, 아니!

그래도 아직...이고.

아직 그것도 이것도 전혀 안 해봤고.

그것...이란 건 뭡니까!

이것...이란 건 또 뭔가요!

혹시?!

키, 키, 키, 키, 키, 키, 키, 스스스스스스스-스키이이이이!

...............

아, 뭐 하는거니, 나.

-그렇게 혼자 속으로 생쇼를 하고 있는 사이에 이미 토이로의 도시락은 친구들에 의해 괴멸 상태에 빠져 있었다.

#

옥상에서 점심.

마코토가 ‘명란젓구이’에 젓가락을 뻗었을 때.

찰캉.

옥상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바로 강중거리며 걷는 금빛 곱슬머리를 발견했다.

등에 멘 빨강 륙색. 근처의 초등학생이 소풍 갈 때 메고 가는 듯한 것이었다. 그 자그마한 체구에 너무 딱 맞아서 미안하게 생각하면서도 웃고 말았다.

옥상 한가운데까지 다가온 소녀-쿠로에가 빙글 돌아보았다.

물론 거기에는 마코토가 있었고 쿠로에는 그의 모습을 보자 몸을 움찔 떨고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뒷걸음질을 치던 그녀는 옥상을 에워싼 철망에 등이 부딪치자 마코토를 빤~히 응시한 채 쪼그리고 앉았다.

변함없이 헤드폰을 끼고 있었다. 쿠로에는 손에 든 포터블 카세트 플레이어를 조심스럽게 손수건에 싸서 땅바닥에 내려놓은 후 등에 멘 륙색을 앞에다 놓고 안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그동안에도 줄곧 마코토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어? ...오늘은 채널링 안 하냐?”

그런 마코토의 의문을 해결하는 데에 그다지 시간은 걸리지 않았다.

쿠로에의 륙색에서는 또 여학생들에게서 받은 듯한 간식들이 우수수 쏟아져나왔다.

하지만 쿠로에가 꺼내려고 한 것은 그 간식들이 아니라 편의점 봉투에 담긴 빵과 삼각김밥이었다.

“아, 그렇지. 점심인가...”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어도 그녀는 혼자 이런 곳에 와 있었다.

왜 혼자인 걸까?

반에서는 어떻게 지내고 있는 걸까?

왠지 신경이 쓰였다.

걱정되었다. 그러고 보니,

“......아니, 그나저나... 날 엄청 뚫어지게 보고 있네... 먹기 힘든데...”

쿠로에는 빵을 잘게 찢어 입으로 가져가면서 마코토를 감시.

거리를 두고 이쪽의 동정을 살피는 모습은 마치 눈을 날카롭게 빛내는 들고양이 같았다. 겉보기는 시추지만...

“뭘까... 이 미묘한 거리는... 혹시 나 미움받고 있나?

마코토는 자문해보았다.

뭐... 확실히 처음 마주쳤을 때에는 한바탕 울리고 말았다.

이 경계 태새는 당연한 반응이라고도 할 수도 있었다.

그래도-.

“안 더워?”

마코토가 있는 곳은 그늘이지만 쿠로에가 있는 곳은 직사광선이 가차없이 내리쬐는 장소.

바람이 불고 있기는 하지만 이 시각의 햇살은 따가웠다.

실제로 눈이 부신지 그녀의 커다란 눈이 천천히 가늘어졌다.

으-음. 어떡한다?

우선 시험해보고 그대로 안 되면 그때는 그때다.

마코토는 잠시도 눈을 떼지 않고 그를 빤히 응시하고 있는 쿠로에에게,

[햇살이 따가우니까 이쪽 그늘로 올래?]

하는 제스처를 취해보았다.

말로 하지 못하고 제스처를 취한 것은 그녀가 헤드폰을 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쿠로에는 잠깐 생각하는 듯하더니 곧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미움받고 있지... 는 않다는 건가?

아직 반신반의하는 상태였지만 쿠로에는 마코토 쪽으로 다가와 바로 옆에 앉았다.

그리고 헤드폰을 벗었다.

그것은 상당히 뜻밖의 일이었다.

의식적으로 한 행동인지 아니면 무의식중에 나온 행동인지 판단할 거리는 아직 마코토에게는 없었지만 왠지 마음이 놓였다.

마코토는 곁눈질로 쿠로에를 흘낏 쳐다보았다.

이마에 살짝 땀이 맺혀 있었다.

역시 더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