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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에서도 가끔 미남이 화면에 잡히면 여학생의 들뜬 환상이 터져 나왔던 것이다.
그쪽의 매력에 끌리고 있었던 여자아이들도 꽤 있었지 않을까...
그러나 작품 자체는 솔직히 아마추어가 만든 것이었다.
텔레비전 방송 같은 것과 달리 가정용 비디오카메라로 찍은 그 영상과 편집은 걸고 넘어가고 싶어질 만한 구석이 많았고, 작품자체도 엄청나게 재미있다거나 강한 충격이나 감동을 주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뭔가 새콤달콤하고 가슴이 따뜻해지는 근사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어째서인지 못 견디게 끌리는 것이다.
이런 것을 일컬어 '행복'이라고 말하는 게 아닐까-.
이 영상을 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틀림없이 그렇게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이렇게 3년이나 지난 지금도 영상이 흐르는 영상연구회의 동아리방 겸 시청각 교실에서는 부원들의 시선이 모니터에 못 박혀 있었다.
영상이 끝나고 커튼이 걷히자 "휴우-!"하고 한숨 같기도 하고 감탄 같기도 한 숨소리가 들리고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모를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세이나도 박수를 치면서 이 영상 작품을 처음 봤을 때를 떠올리고 있었다.
하나의 '행복'의 모양 같은 것을 본 듯했다.
이 영상 안의 세 사람도 그렇지만. 눈을 내리깔고 있던 여자아이는 점차 고개를 들어 앞을 보게 되었고 그 눈은 카메라 너머의 남자아이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뭔가 가까이 다가가는 듯하면서도 다가가지 못하는 듯한... 그런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는 잘생긴 남자아이도. 아마 그런 느낌.
그래서 세이나도 이런 식으로 '행복'과 '지금'을 남길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중학교에는 없었던 영상연구회에 고등학교 진학과 동시에 가입했다.
그러나.
제법 즐거운 고등학교 생활에 나름대로 만족하고 '뭐, 아무렴 어때' 하며 흘러가기만 하는 매일.
벌써 입학하고 가입한 지 1년이나 지나려 하고 있는데 세이나는 작품 하나는커녕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오늘은 됐어. 내일 하자.'
그렇게 생각해버리는 것이다.
동아리 활동의 태평한 분위기도 한몫을 하고 있었지만 원래 느긋하다고 할까. 조급하게 서두르기를 싫어하는 세이나의 성격도 큰 원인이었다.
아침에 항상 지각 직전에 등교하는 이유도 필시 그 때문.
순간 흠칫했다.
알았다.
왜 오늘 하루 종일 침울했는지.
물론 고양이의 시체를 본 까닭도 있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감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무엇보다도 불안했던 것이다.
어떻게 할 수도 없는 불안.
그 죽은 고양이를,,, 자신에게 겹쳐보고 있었던 것이다. 틀림없이.
그렇다.
언젠가 나도 죽어버릴 것이다.
그것은 아주 먼 미래이거나 바로 내일, 아니면 지금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역시 죽어버린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죽어가니까.
그런데 한정된 시간을 세이나는 항상 헛되이 보내고 있었다.
아침 햇살에 눈을 뜨고 행복했던 기분도 죽은 고양이를 보고 단숨에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그 침울해하고 있었던 기분도 좋아하는 영상 작품을 한 번 더 볼 수 있다는 기쁨에 어디론가 날아가버렸다.
뭐라고 해야 할까.
행복에 익숙해져서.
그냥 매일을 보낸다.
흘러간다.
주차장의 고양이처럼 내일 차에 치여 죽어버릴지도 모르는데.
뭔가 해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