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고문의주세요 ✔ 자동차리스장단점


스트로베리 노트

Strawberry's Note

#(in a white cube)

새하얀 방은 아무도 없는 방.

아무도 없지만 새하얀 소녀와 새까만 고양이.

소녀가 걸으면서 그 빨강 구두로 땅을 디뎌도 소리는 나지 않았다.

소녀 옆의 검은 고양이가 말했다.

“이게 뭐야?”

올려다보며 묻는 검은 고양이의 큼지막한 황금빛 눈동자에는 다리가 세 개 달린 평평한 상자가 비치고 있었다.

“몰라?”

그렇게 물으면서 소녀는 상자 앞 바닥에 스으윽 솟아나듯이 나타난 의자에 걸터앉았다.

“아니, 알지만... 왜 인간의 도구가 여기에 있는 거야?”

그것은 피아노였다.

뚜껑을 열자 하얀 건반과 검은색 건반이 모습을 보였다. 소녀의 가들고 섬세한 손가락이 닿자

따랑.

소리를 토해냈다.

검은 고양이는 소녀의 무릎 위로 폴짝 뛰어올라 소녀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소녀의 커다란 검은 눈동자는 미소 짓고 있는 듯이 보였다.

뭔가 꽤나 즐거운 듯이.

“모모, 칠 줄 알아?”

“글쎄?”

검은 고양이가 묻자 소녀는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소녀의 손가락은 마치 자석에 이끌리듯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따라랑, 따라랑, 따라라라라랑.

따라랑, 따라랑, 따라라라라랑.

멜로디는 노래를 하듯이 울리며 세상으로 퍼져갔다.

어디에도 없는 이곳에서 어디로도 이어지지 않은 세상으로 이어져갔다.

빙글빙글 돌며 빙글빙글 둘러싸기 시작했다.

춤추듯이 튀어오르는 멜로디.

서로 이끌고 이끌리며.

자아내는 것은 하나의 이야기.

누군가의 음성.

다정이 감싸는 목소리.

누군가가 어디에선가 똑같은 멜로디를,

허밍으로 부르면 맺어진다.

맺어져있다.

맺어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