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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는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헛수고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라고 이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끝에 무엇인간 있을 것만 같은 기분도 느꼈다.

‘기대감’과는 조금 달랐다.

뭐, 그것도 이대로 가면 알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마침내는 끝에 도착하고 말았다.

-딸랑.

귀울음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먼 듯하면서 불현듯 귄가 바로 옆에서 울리는 듯한 방울 소리였다.

“.......뭐야...?”

그때.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았던 길이 홀연히 사라졌다.

눈앞에 보이던 불그죽죽한 벽도 없어졌다.

빛이 골목길 깊숙한 곳에서 넘쳐나는 물처럼 흘러 들어왔다.

그 순간이었다.

그가 눈을 깜박거리고 있는 사이에 풍경이 바뀌었다.

눈앞에 넘쳐나기 시작한 것은 낯익은 광경.

여신의 조각상도, 흐르는 물도 조금 전에 봤을 때와 다름이 없었다.

다만 모하게 빛바랜-분수 광장이었다.

흑백이었다. 그곳은 흑과 백으로 이루어진 세계였다.

착각인간 하고 눈을 몇 번인가 깜빡거려보았지만 빛을 쏘이는 바람에 눈이 아물거리고 있는 것은 아니엇다.

익히 알고 있던 불그죽죽한 벽돌 거리는 모두 흑백뿐.

-딸랑.

다시 방울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그런데 그것은 바로 가까이 있었다.

“이 녀석은 뭐야...?”

눈앞에 새까만 고양이가 허공에 떠 있었다. 박쥐 같은 날래를 몇 번 파닥였다.

황금빛 눈동자가 빙글 돌아 그를 쳐다보았다. 흑백 속에서 홀로 색깔이 묻어 있었다.

“몬스터...인가?”

그는 잽싸게 허리에 꽂은 단검에 손을 얹고 방어 자세를 취했다.

“누구더러 몬스터라는 거야!”

그러나 기묘한 검은 고양이는 맥이 빠질 만큼 귀여운 남자아이의 목소리로 화난 듯이 소리쳤다.

파닥파닥 날갯짓을 하고 재주 좋게 팔짱을 끼면서 그의 시선 위로 올라갔다.

검은 고양이는 흑백의 분수 광장을 에워싸듯 나란히 늘어서 있는 건물들 중의 하나로 향했다. 그 건물의 지붕 위에 하얗게 빛나 보이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여자아이의 모습을 하고 지붕 위에 걸터앉아 있었다.

긴 머리카락도, 몸에 걸친 원피스도, 비칠 듯이 투명한 피부도 전부 세하얀 여자아이. 때문에 그 발에 신은 빨강 구두가 유난히 더 선명하게 눈에 띄었다.

마치 기본적인 법칙을 무시하고 거기에 있는 것 같았다.

혹시 이건 처음부터 시나리오에 있었던 이벤트 중 하나가 아닐까?

하지만 그렇게 보기엔 여러 가지로 불명확한 점이 많았다. 그렇다면 최근 추가된 프로그램일 가능성도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여자아이의 커다란 검은 눈동자가 그에게 향했다.

그는 숨을 삼켰다.

여자아이가 홀연 허공에 떠오르더니 검은 고양이를 데리고 그가 있는 쪽으로 천천히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는 달아나지도 못하고 정면으로 맞서지도 못한 채 그저 새하얀 여자아이와 검은 고양이가 다가오기를 기다리고만 있었다. 하얀 해초처럼 넘실거리는 여자아이의 긴 머리칼과 나풀거는 원피스 자락이 그의 눈에는 흡사 날개를 펼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었다.

설령 여자아이가 손을 들고 있는 것이 그 가냘픈 몸과 앳된 느낌이 남아 잇는 용모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거대한 잿빛의 낮이라고 해도, 오히려 그런 부조화가 여자아이의 신비한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었다.

소리도 없이 여자아이는 땅에 내려섰다. 그의 시선이 신경 쓰이는지 원피스 자락을 한 손으로 살짝 누르면서.

그러자 검은 고양이가.

“모모를 왜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거야아. 엉큼하게!”

하고 언짢은 듯이 그의 시선과 여자아이의 사이로 끼어 들어왔다.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