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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루쿠가 말한 대로 타임아웃이 되려면 아직 시간이 남아 있었다.

“그나저나 어떡한다?”

오늘도 헌터 의뢰를 받아 해치우려고 생각했지만 뭔가 마음이 내키지 않는 느낌이었다.

사루쿠는 거리를 돌 생각인 듯했다.

그러고 보니 이 거리에 처음 왔을 때 지리를 파악하기 위해서 가볍게 돌아본 것이 전부였다.

아직 가보지 않은 곳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지 모른다.

“한번 가볼까...”

그는 사루쿠가 걸어간 쪽과는 반대 방향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번화가를 벗어나 부채꼴의 거리를 서쪽으로, 일부러 좋은 골목길을 골라가며 걸었다.

“호오, 이렇게 되어 있구나. 잘 만들어져 있는데에.”

그는 거러의 세부에 감탄했다.

주택가이기는 한데 좁은 골목에 집들이 퍼즐처럼 들어차 있었다. 계단을 다 올라갔다고 생각하면 바로 내려가고. 전체적인 모습은 파악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세밀한지는 몰랐었다.

“어쩌면 뜻밖에 이런 곳에 비밀 통로 같은 게 있을지도...”

“-음...”

그런데 그 실없는 헛소리 같은 예감이 서서히 현실감을 띠기 시작했다.

“뭐야. 이거...?”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농담으로 말한 것이 실제로 눈앞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아까부터 줄곧 좁은 골목길을 걷고 있었다. 하지만 그 끝이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머릿속에 담아둔 지도가 맞다면 이미 서쪽 끝의 길이 나왔어야 하는데. 게다가 세부까지 공들인 골목갈과 집들도 노골적인 날림으로 입체감을 잃으면서 단순히 그림에 그려진 것일 뿐인 무대 배경처럼 펼쳐졌다.

마침내 웃음을 참을 수 없게 되었다. 상황이 묘해지기 시작했다는 불안감보다 모험심 같은 감각 쪽이 훨씬 더 컸기 때문이다.

“큰일났는데. 큰일났어.”

그렇게 말하면서도 역시 입가에는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분명 이런 곳을 발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이 거리에는 그 자신을 빼고 사루쿠 이외에 다른 ‘누군가’는 없으니까.

그렇다면 이 불가사의한 현상을 경험한 사람이 오직 그뿐이라는 뜻이 된다.

그렇게 생각하니 더욱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끝이 나오지 않는 골목길을 계속해서 앞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아까부터 경치 풍경은 거의 없었다. 변함없이 날림으로 세운 듯한 무대 배경 같은-‘그림’ 몇 장을 무작위로 나란히 늘어놓고 차례로 이어 붙여놓은 듯한 인상이었다.

“뭐 실제로 그렇겠지만...”

방긋이 혼자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동시에 아무리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사실은 마음에 걸렸다.

어디까지 이어지는 걸까?

“아무리 뭣해도 너무 길잖아...!”

좁은 골목길을 계속 돌았다. 점차로 같은 곳을 빙빙 돌고 잇는 듯한 감각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타임아웃이 다가오고 있는데... 빌어먹을! 혹시 이거 비밀통로가 아니라 단순한 ‘버그’같은 것 아냐...?”

그의 생각을 뒷받침해주듯이 골목길 위로 보이는 하늘에는 줄곧 똑같은 장소에 날개 달린 고래가 있었다. 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여기에서 지내고 있다 보면 가끔씩 잊어버리곤 하는데 사실 이것을 찾아내려는 것이 본래의 일이었다.

그는 조금 전까지 들떠 있었던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뭐야... 젠장. 그래도 한번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볼까. 일이고”

그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조금 낙담한 후 묵묵히 골목길을 걸어갔다.

똑같은 풍경이 계속되는 탓인지 아니면 다른 요인이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점차로 평형감각을 잃어가고 있었다. 가끔 불그 죽죽한 벽에 손을 집고 기대지 않으면 안 될 정도였다.

줄곧 외길을 똑바로 걸어왔을 텐데 마치 미로엣길을 잃고 헤매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 상태로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뒤로 돌아가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게 될 것 같았다.

그러나 그가 걸음을 멈추는 일은 없었다.

“어차피 이제 곧 타임아웃이고...”

그런 말을 잠꼬대처럼 중얼거리며 현기증과 비슷한 감각 속에서 한 걸음, 또 한걸음 전진했다.

스스로도 잘 알 수 없었다. 어차피 이대로 계속 가봐야 끝에는 아무것도 없을 텐데.

그런데 어째서 끝을 목표로 하는가?

그는 머리 한구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