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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우..."

"뭔지는 모르겠지만 침울한 것 같네."

더 이상 물어봤자 세이나가 대답을 해줄 것 같은 기척은 손톱만큼도 없었지만, 더 이상 쭈그려지고 싶지 않은 와타나베가 작게 말했다.

그리고.

"그런 타카라이한테만! ...이라는 건 아니지만 오늘은 좋은 게 있거든. 그러니까 기운 내! 부원들한테 전염되기 전에."

그렇게 말한 와타나베는 "흐흥" 하고 우쭐거리듯이 콧소리를 냈다.

풀이 죽어 있던 세이나는 얍삽하게도 '좋은 것'이라는 말에 꿈틀 반응하고 말았다.

이래서 일반 서민 여자애는!

그렇게 들려온 듯한, 들려오지 않은 듯한.

"그게 뭔데?"

세이나가 '관심은 없습니다만 뭐냐?'는 태도로 물었다.

그러자 와타나베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후후후!"

하고 그의 교복 오른쪽 주머니를 가리켰다.

눈길을 주니 거기에서 투명한 플라스틱 케이스가 삐죽이 튀어나와 있는 것이 보였다.

알기 쉽게 눈에 띄도록 억지로 쑤셔 넣었다는 느낌이었다.

"그거? CD?"

이 영상연구회에 입부하고 나서 약 1년이 되어가지만 그 동안에 선배 와타나베에 대한 '경어'의 개념이 점점 흐려져만 가는 세이나였다.

"틀렸어. DVD다. 원래는 비디오테이프였지만."

역시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와타나베는 호주머니에서 DVD가 담긴 케이스를 슥 꺼냈다.

"이거! 부원들 모두 그렇겠지만 타카라이가 특별히 보고 싶어 했던- 그거라구!"

"그거라면- 그거?!"

"그래, 그거!"

"진.짜?!"

"진.짜!"

"그치만 어떻게 부장이 그걸 갖고 있어?"

"후후후-. 요전에 지역 부장회의가 있었잖아? 그때 이 작품을 상영하고 있던 학교의 영화연구회 사람하고 또 친해져서 말이야아. 조금 무리하게 부탁해서 빌려왔지. 뭔가, 이걸 찍은 게 영화연구회 사람이 아니었던 것 같아서..."

"끝내준다, 부장! 역시 부장! 줄여서 역부!"

"핫핫하-. 앞으로는 경어 써라아."

"알았어!"

"...쓰지 않잖아. 뭐, 상관없지만 이제. 타카라이한테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으니까..."

"잔말 말고 어서 보자!"

"네,네. 그럼 감상회를 열겠습니다."

의기양양한 와타나베는 부원들에게 "주목!" 하고 DVD를 보이면서 동아리방 겸 시청각 교실의 정면 왼쪽에 있는 DVD 플레이어와 음향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는 부스로 걸어갔다.

부스 안의 계기반을 조작해서 커튼이 자동으로 쳐지게 하면서 와타나베가 DVD를 플레이어의 트레이에 얹었다. 재생 버튼을 누르자 모니터에 영상이 흘러나왔다.

파란 화면에서 검은 배경으로 바뀌자 '3, 2, 1" 이라고 숫자 카운트다운이 보이더니 영화가 시작되었다.

세이나는 언제 그렇게 침울했냐는 듯이 들뜬 표정으로 모니터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소리 없는 시작.

해골 같은 풍력발전용 풍차가 등장한다.

화면이 바뀌어 물가까지 거리가 먼 해변. 거기에서 바이올린인지 첼로인지를 연주하고 있는 몇 사람의 남녀노소.

유난히 넓은 바닷가. 그 전체에 가까운 모습이 보였다.

멀리는 수장룡 기념물이 있었다.

바닷가를 오가는 각양각색의 사람들.

손을 잡고 걷는 연로한 부부, 팔짱을 낀 커플, 맨발로 축구를 하는 소년들,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

느긋하게 흐르는 시간.

화면의 끝에 자막이 떠올랐다.

날짜였다. 3년 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