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잖아. 어쩌면 이리도 내 자신이 한심스러운지.

그 무례한 중학생, 으음, 마에시마인가 마에다인가 하는 아이의 폭언이 사실이 될지도 몰라.

이럴 때는 보호자로서 멋진 모습을 보여야 해.

"오늘은 내가 당번이니까 당연하지. 식재료를 남기지 않는다는 관점에서도 이틀씩 분담하는 게‥‥."

"어휴, 그게 아니라! 바쁠 때는 내가 하겠다는 거야!"

"그러니까 안 된다니까!"

"왜 안 되는데?"

"무슨 일이 있어도 안 돼!"

"저기‥‥, 격렬한 대화 중에 미안하지만 내가 만들까?"

일촉즉발의 우리 사이에 끼어든 건 니무라였다.

"그, 그렇지만 니무라 오빠는 손님인데‥‥."

"괜찮아. 난 요리하는 걸 좋아하니까. 여기 부엌이 넓어서 한 번 요리해 보고 싶었거든~."

미안하구나. 니무라. 하지만 이 남자, 요리 실력이 전문가 못지 않다. 소라는 아직도 뭔가 불만인 듯했지만, 팔을 걷어붙이기 시작한 니무라의 모습에 마지못해 물러났다.

"그럼 난 세탁기 돌려야지!"

그렇게 말하고 돌아서자 미우가 지나가고 있었다.

"언니, 집에 와 있었구나?"

"응‥‥."

미우는 빨래 바구니를 안고 있었다.

"그, 그럼‥‥ 히나를 씻겨야지!"

"히나는 시오리 언니 집에 가 있어."

"으‥‥."

소라가 떨떠름한 얼굴을 했다. 그런데 미우의 말에 깜짝 놀란 건 소라뿐만이 아니었다.

"잠깐만. 난 그런 이야기 못 들었는데?"

"대신 마중가 준 시오리 언니네 집에서 놀고 있다고 말씀 안 드렸나요?"

"말 안 했어, 말 안 했어!"

"그럼 히나뿐만이 아니라 카츠야도 놀러 가 있다는 건?"

"뭐라고오오오오오오오?"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설마 그런 사태가 벌어지고 있었을 줄이야.

시오리네 아주머니는 우리 집 사정을 알게 된 후로 가끔 히나를 봐 주는 아주 친절한 사람이다. 전직 유아원 교사였다는 것 같은데, 유아를 다루는 솜씨가 전문적이었다.

히나를 맡기는 데 동의한 이유도, 그렇지 않아도 이웃 아이들을 잠깐씩 맡아 주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알고 있었더라면 나는 과연 동의를 했을까 실은 히나와 같은 어린이 집에 다니는 고집쟁이 카츠야도 상당한 빈도로 키타하라 가에 맡겨지고 있었다.

히나는 놀 상대가 있기도 해서 키타하라 가에 금방 익숙해졌지만, 그 카츠야라는 아이는 하치오지에서 다니던 어린이집에서 히나의 첫 키스를 빼앗은 혐의가 있는 타카시와 비슷한 조숙한 꼬맹이로, 히나를 만지질 않나 끌어안질 않나, 보고있으면 여간 조바심 나는 게 아니었다.

그만 하자, 어차피 자식 사랑에 눈이 멀었으니.

평소에 히나를 자주 맡겨 놓는 이상 할 수없는 일이었지만, 내가 집에 있는 한 우리 히나를 카츠야와 같은 공간에 있게 할 필요는 없었다. 나는 용감하게 의자에서 일어났다.

"지금 당장 데리러 갔다 올게!"

"세가와, 리포트는 어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