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쯤 지나니 이 촌구석에서도 다들 나름대로 즐겁게 지내는 방법을 찾아냈다. 예를 들면 아르바이트라든가, 동아리 활동이라든가, 연애라든가.

그 현저한 예라고나 할까, 내가 아는 한 가장 캠퍼스 라이프를 구가하고 있는 남자가 결국 수업 시간에 늦은 내 눈앞에서 점심준비에 힘을 쓰고 있다.

"세가와, 돈가스 하나면 충분하냐?"

깜찍한 앞치마를 두른 니무라가 이쪽을 돌아보며 물었다.

"아~, 응."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남편과 아이들을 배웅하고 난 뒤 한숨을 돌리며 아무렇게나 드러누워 낮에 하는 드라마 재방송을 보고 있는 주부처럼 매우 편한 자세로 뒹굴고 있었다.

남의 집에 들어가서 왜 그렇게 단정치 못하게 있냐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여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학교까지 걸어서 5분이라는 멋진 조건의 이 원룸은 한 달 전까지 우리 집이었던 것이다.

순서대로설명하자면, 내가 세 자매와 타카나시 가에서의 생활이 결정되자 필연적으로 그때까지 살던 원룸에서 나오게 됐다. 그러나 니무라 녀석이 내가 나오면 그 방을 빌리고 싶다는 말을 꺼냈다.

나중에 들은 바에 의하면, 여자 문제로 다툼이 일어나 전에 살던 원룸에는 있기 불편해졌다나...그렇게 해서 니무라는 눈 깜짝할 사이에 집주인과 교섭해서 보증금과 사례금도 지불하지 않고 이 집으로 굴러들어와 버렸다. 지금은 중년의 집주인(물론 여자)과도 아주 친한 사이다.

새삼스러운 말 같지만 니무라 코이치라는 남자의 생활력이랄까 능란한 처세술에는 깜짝 놀라게 된다.

그런 까닭에 여기는 나에게 매우 편안한 곳이었다. 게다가 깔끔하고 요리를 잘하는 주민이 옵션으로 붙어 있었기 때문에 점심시간 같은 때 오면이렇게 덩달아 덕을 볼 수 있었다.

"자, 다됐다~. 뜨거울 때 얼른 먹어."

오늘의 매ㅔ뉴는 낮부터 돈가스였다. 근처 정육점 아주머니한테 덤으로 돼지고기를 받았다고 한다. 금방 튀긴 돈가스에서는 그야말로 식욕을 자극하는 향기가 풍겨왔다.

"오~. 맛있겠다~."

"흑돼지라고, 흑돼지. 정말 그 아줌마한테 감사하단 말이지. 다음에 반찬을 좀 나눠 드려야겠네."

니무라는 그렇게 말하며 양쪽 돈가스에 레몬즙을 짜서 뿌리더니 접시 테두리에 겨자를 살짝 곁들였다. 철저하게 꼼꼼한 녀석이었다.

"그런데 세가와! 너, 오늘도 오전 수업 빼 먹은 거냐?"

느닷없이 불쾌한 핵심을 찔러 왔다.

"....그렇지 뭐."

겉은 바삭바삭, 안은 촉촉하고 부드러운 이상적인 돈가스를 덥석 물며 대답했다.

"어제 저녁에도 아르바이트했어? 열심히 사는구나."

"가능하면 누나 부부가 남겨 준 돈에는 손대고 싶지 않거든. 너, 알고 있냐? 어린이집에 들어가서부터 대학교 졸업할 떄까지 대략 천만 엔쯤 든다는 거."

완전히 고모를 통해 손에 넣은 정보였지만, 그런 사실을 모르는 나무라는 "와~! 그렇게나?"라며 연방 감탄했다.

"소라는 성적도 뛰어나니까 꼭 좋은 대학에 보내고 싶어. 미우는 그렇게 예쁘니까 어쩌면 연예계 같은 데 스카우트 될수도.... 아, 그래도 요즘은 아이돌하테도 학력이 있는 게 낫긴 하지만. 그것 말고도 연예인으로 키우려면 돈이 든다던데. 물론 미우의 의사가 존중하지만."

"어~이, 세가와~."

"역시 히나도 좋은 학교에 보내고 싶단 말이지. 하지만 히나는 귀여우니까 남녀공학에 다니게 하면 이상한 남자아이들이 접근해 올지도 몰라. 그렇게 되면 난...난.... 으아아악! 안돼! 히나가 다니는 학교는 반드시 여학교여야 해! 결정했어!

"세가와!"

"...엉?"

정신을 차리자, 니무라가 이상한 생물을 보는 듯한 눈으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뭐, 마음은 알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