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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인 남자가 아니라 감응두뇌 쪽입니다."

20대 중반의 아직 젊은 나이지만 그는 인공두뇌의 전문가였다.

그밖에 켈리가 현장감독이라고 불렀던 의무장, 정비장, 거기에 선장까지 가세해서 재스민을 둘러싸고 회의를 하고 있었다.

켈리의 수술이 끝나고 거의 20시간이 경과했다.

"의무장 말에 따르면 그 남자의 오른쪽 눈은 의안이고, 아마도 고성능의 센서일 거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자동기계는 리모콘으로 움직이는 장난감과는 얘기가 다릅니다. 자동기계는 의료두뇌의 손발에 지나지 않고, 의료두뇌 말고는 누구의 지시도 받지 않습니다. 자동기계를 뜻대로 조작했다는 건 의료두뇌를 지배했다는 얘기밖에 안 됩니다."

그것만으로도 믿을 수 없는 얘기였지만, 최소한 평범한 탐지기로 그런 짓이 불가능하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즉 의료두뇌를 지배한 다이애나가 자신의 단말을 겸하는 켈리의 눈을 통해서 자동기계 한 대의 조종권을 켈리에게 넘긴 거라고 정보관리장은 지적했다.

"의료두뇌는 업무 내용도 방법도 전혀 이상이 없고,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외부의 조작을 받았다는 사실조차 자각하지 못하고 있지요. 설령 아무리 낮은 확률이라도, 정말로 만에 하나라도 그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을 경우에는 즉각 보고하는 것이 최우선사항으로 설계되어 있는데도 말입니다."

정보관리장의 목소리는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그는 이 20시간 동안, 의료두뇌가 어떻게 지배당했는지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미친 듯이 조사하고 있었다.

머리는 옥수수 수염처럼 부석부석하고, 시력교정 수술도 거부하며 고집스럽게 쓰고 있는 안경도 얼굴에서 떨어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안경 뒤에 가려진 눈은 무섭도록 진지했으며, 동시에 초조하게 빛나고 있었다. 20시간을 허비하고서도 아직 원인을 알아낼 수 없었던 것이다.

선장도 복잡한 표정으로 정비장에게 말했다.

"실제로 그 감응두뇌와 접촉해본 감상은?"

고지식한 정비장도 상당히 초췌해져 있었다. 거의 자포자기에 가깝게 어깨를 으쓱한다.

"제 부하들 모두 다이애나에게 푹 빠져 있습니다. 물론 머리로는 알고 있습니다, 이건 그저 감응두뇌고 어디까지나 기계라구요. 하지만 통신화면만이라고는 해도 그 귀여운 얼굴과 목소리를 직접 대하면 이론 따위는 간단히 날아가버립니다. 전문가 주제에 한심한 소리 같지만, 그게 현실입니다."

재스민이 낮게 웃었다.

"하나 더 말할 게 있었지, 정비장. 당신 부하는 전원 남자잖아."

"그 말은 하지 말아주세요, 정말. 이럴 줄 알았으면 여자도 뽑아둘 걸 그랬습니다."

"그럼 이번엔 미스터 아폴론의 등장이지. 결국 당신 부하들은 전부 넘어가게 되는 거야."

"재스민, 재미있어하고 있을 상황이 아닙니다. 저 배 안에는 제가 확인한 것만 자동기계가 세 대 있습니다. 당신은 두뇌실에 들어가지 말라고 했지만, 어차피 들어가려고 해봤자 접근시키지도 않을 겁니다. 혹시 억지로 들어가려고 하면ㅡ이 일을 해온 지 25년이 되도록 생각해본 적도 없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지만ㅡ다이애나는 저 자동기계를 이용해서 우리들을 공격할지도 모릅니다."

선장은 더욱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머리는 새하얗게 바랬지만, 햇볕에 그을린 얼굴과 건장한 체구의 소유자였다.

재스민을 바라보면서 신중하게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그 감응두뇌는 굉장히 위험한 존재라고 단언할 수밖에 없겠습니다만, 어쩌시겠습니까?"

"선장, 위험한 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상대는 인간을 죽이는 기계라구. 그런 게 위험하지 않을 리가 없지. 하지만 살해당할 가능성이 있는 건 현재 저 남자 뿐이야. 다이애나의 가치 판단기준은 저 배의 운항에 맞춰져 있으니까. 따라서 우리들이 소란 피울 필요는 어디에도 없어. 내버려두면 되는 거야."

그곳에 있던 인간들 전원이 동요했다. 정보관리장은 거의 사색이 되어 덤벼들었다.

"재스민, 부탁이니 진지하게 생각해 주십시오. 일이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닙니다. 의료두뇌를 지배할 수 있다는 건 이 배의 어떤 인공두뇌도 손쉽게 지배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감응두뇌는 물론 정보두뇌까지 말입니다. 그렇게 되면......"

"이 배는 다이애나가 차지하게 된다는 거지?"

"그렇습니다. 그렇게 되기 전에 저 배를 구속하고, 감응두뇌에 활동정지 조치를 내려야 합니다."

"정보관리장, 다이애나가 실제로 이 배의 운항을 방해한 적이 있어? 정보두뇌에 접촉해서 기밀사항을 빼냈다거나?"

"그건 알 수 없습니다. 의료두뇌의 경우를 봐도,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해치울 수 있을 테니까요."

"그건 대답이 안 돼. 다이애나가 이 배의 업무를 방해했나?"

정보관리장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로서는 재스민의 의견에 이렇게까지 완고하게 반대하는 것 자체가 고행이었다. 하지만 이 배 전체와 승무원 전원의 생명이 걸려 있다. 물러설 수는 없었다.

정보관리장은 이를 악물면서 호소했다.

"확증은 없습니다. 하지만 일이 버렁지고 난 뒤에는 이미 늦습니다. 막을 수 있는 사고라면 미연에 방지해야 합니다. 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적의 공격을 경계하는 국가의 이론과도 비슷했다.

상대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이쪽에 적의를 품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꼭' 품고 있다. '반드시' 공격해올 것이 틀림없다.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무슨 일이 있어도' 사전에 손을 써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이다.

"저런 감응두뇌가 왜 존재하는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도 반드시 해명해야만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도......"

"다이애나 본인한테 물어보는 건 어때?"

본체를 분해해서, 라고 말을 이으려던 정보관리장의 입이 멈췄다. 깜짝 놀라 반문한다.

"저..., 본인이라고요?"

"이런 데서 이러쿵저러쿵 떠들어봤자 결론은 안 나. 직접 물어보면 되지. 본인이 없는 곳에서 심문해봤자 어쩔 건데. 정비장."

"예."

"다이애나를 호출해줘. 얘기하고 싶어."

"지금, 여기에 말입니까?"든가 '황송합니다' 등의대답이 나와야겠지만, 재스민은 아무 말 없이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렇게 당연한 소리를 하면 대답하기가 곤란하다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토론은 계속해서 이어졌지만 두 사람은 재빨리 회의장을 나섰다. 문제의 생물을 구경했으니 연방 내의 이권 투쟁까지 구경할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다시 리무진에 올라타고 재스민과 둘만 남게 되자 켈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게 외계인? 김 빠지잖아, 정말."

"글쎄 말야. 더 무섭다거나, 성스럽다거나 엄청 화려하고 뭐 그런 걸 상상했는데 너무 평범해. 우주의 창조주라고 주장할 요량이라면 엄청난 특수효과도 좀 쓰면서 화려하게 나와야지, 화려하게."

"저거, 언제나 5년마다 나타나는 거야?"

"원래는 더 간격을 짧게 해달라고 했나봐. 그래써니 그렇게 자주 와봤자 할 얘기는 없다면서 저 아줌마가 거절했다지."

"상당히 예쁘던데. 50년 전부터 나이를 안 먹은 거야?"

"그래. 들여다봤지? 어때?"

"인간으로 보이던데. 적어도 100퍼센트 생물이야. 뼈도 내장도 똑같았고, 심장도 멀쩡하게 뛰고 있던데. 하지만."

"응?"

"정체가 뭔지는 모르지만 마음을 읽을 수 있다는 건 진짜 같아. 내가 들여다보고 있던 걸 눈치 챘어."

재스민은 진지한 표정으로 켈리를 바라보다가 조금 웃었다.

"확실히, 지금 주석은 꽤 유능한 걸."

"그래."

저쪽이 이쪽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교류를 하려는 것이다. 어지간한 각오로는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제부터 어떻게 할 거야?"

"우선 호텔로 돌아가자. 본격적인 은행 시찰은 내일 하고."

센트럴 시티 호텔은 이 도시에서 가장 높은 12층 건물이었다.

공화우주의 모든 행성에 셀 수 없이 존재하는 이름이지만 '진짜' 센트럴 시티 호텔은 여기뿐이다.

그런 만큼 가격도 엄청난 곳이었다. 대부분의 경우 연방정부 전용으로, 일반인은 아무리 용을 써도 묵을 수 없다.

재스민은 그 호텔의 스위트룸을 예약해두었다. 펜트하우스 형식의 특별실이니 최상층 전체를 빌리는 셈이 된다.

재스민과 켈리의 방 말고도 일행과 호위들의 방, 운동장 대신 써도 될 것 같은 거실에 카운터 바, 부엌, 실내 수영장까지 있었다.

갈아입을 옷과 짐은 헬렌 일행이 각자의 방에 준비해뒀다고 했지만, 옷을 갈아입으려고 옷장을 열어본 순간 켈리는 기가 막혔다.

왜 이렇게까지 필요한 걸까 싶을 정도로 많은 옷이 가득 들어 있었다.

편안한 차림으로 갈아입고서 방에서 나오자, 거실 쪽에서 그레이엄 중위가 찾아왔다.

"미스터 쿠어, 내일의 예정에 대해 여쭤보고 싶습니다만."

"그런 건 이쪽이 알고 싶을 정도인데."

"모르시나요?"

"난 그저 저 여자를 따라서 걷고 있을 뿐이야. 언제까지 센트럴에 있을 예정인지도 모른다구."

가볍게 넘길 생각이었지만 중위는 흔들리지 않았다. 변함 없이 뚫어져라 켈리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냉랭하게 웃었다.

"당신 부인이잖아요?"

"그런 것 같더군. 유감스럽게도 말이야."

"부인을 사랑하는 게 아닌가요?"

"결혼에 그런 게 필요해? 특히 저 여자한테."

"당신한테 묻고 있는 겁니다. 왜 결혼하신 거죠?"

"너무 사적인 질문인데, 린다. 아니면 다른 곳에서 조용히 더 사적인 얘기라도 해볼까?"

일부러 천박하게 말하고서, 켈리는 상대를 향해 한 걸음 다가서며 씨익 웃었다.

"그때는 꼭 머리 풀어달라구. 멋진 금발이잖아. 풀면 더 멋질 것 같은데."

"일하는 동안에는 묶고 있습니다. 방해가 되니까요."

"모르는 척하지 마, 린다. 일하고 상관없는 장소에서 조용히 만나고 싶다는 거잖아?"

"그런 말씀이라면 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