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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였지만 지금은 계절도 바뀌어 완연한 가을이었다. 아마 평소에는 회색 묘석들로 둘러싸여 살풍경했을 묘지도 쌓여 있는 낙엽 덕분에 가을이 깊어 감을 느끼게 해주는 장소로 탈바꿈해 있었다. 내가 그런 계절감이 흘러넘치는 엄숙한 장소에 어울리지 않게 속된 내용의 고함을 질러 버린 데는 물론 이유가 있었다.

"유타, 여기는 영전이란다."

고모의 꾸지람에 나는 서둘러 입을 막았다.

그러나 나한테 이런 고함을 지르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고모가 한 이야기였다.

"저기, 방금 전의 이야기는...?"

잘못 들은 것이기를. 그렇게 기대하며 되물었다.

하지만 고모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나를 더욱더 몰아붙였다.

"어린아이 한명이 초등학교에서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드는 학비는 대체로 천만 엔이 조금 넘는단다. 물론 이것은 학비만 그렇다는 말이니까, 그 밖에도 생활해 나가는데 필요한 것--예를 들면 식비나 교통비, 의료비, 매달 용돈, 여자애라면 옷갑ㅇ도 더 들지. 알겠니?"

고모는 차분하게 앞으로 필요하게 될 돈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았다.

역시...이미 여자 혼자 힘으로 두 아이를 키워 낸 만큼 막힘이 없었다.

참고로 능력 있는 보험 설계사이기도 한 고모는 돈에 대해서는 여러모로 정통했다. 이제 나한테 남은 유일한 친척이라고 할 수 있는 고모는 한 달에 한 번씩 우리 집을 방문해 세 자매의 생활을 체크하고 있었다.

그리고 무슨 문제가 생겼을 경우, 나와 세 자매는 당장에라도 뿔뿔이 흩어져 다른 곳에서 생활하게 될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긴장되는데, 거기다가 항상 내가 깨닫지 못하는 정론을 가르쳐 줬다. 오늘의 설교 역시 보디 블로처럼 울려 퍼지는 것이었다.

"대충 그정도 액수의 돈이 필요하단다. 게다가 세 사람이니까 단순히 세배. 거기다가 유타의 학비도 내야하고. 돈이 아무리 있어도 부족하겠지?"

고모의 말이 끝나자 나는 앞으로 필요해질 금액 계산에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이제 막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는데 그런 암운이 자욱이 끼는 말을 지금 할 필요는 없을 거라는 불만도 생겼지만, 고모가 하고 싶은 말이 뭔지는 잘 알 수 있었다.

"너희 수중에 들어온 유산은 확실히 막대하단다. 하지만 앞으로 10년, 아니, 히나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약 20년은 걸릴 테니까 그 기간을 생각하면 절대로 넉넉한 것이 아니야."

"....네, 알겠습니다."

누나 부부가 남겨준 유산으로 놀고먹을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현실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상황이었다.

아이 하나를 성인이 될 때까지 키운다는 것은 이만저만 어려운 인이 아닌 모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가 자식을 키우는 것은 거기에 분명히 애정이 있기 때문일 테고, 누나가 나를 여기까지 보살펴 준 것도 틀림없이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지금쯤 누나 부부의 묘를 열심히 청소하고 있을 세 자매는 이제 두 번 다시 그런 누나 부부의 애정을 받을 수 없다. 히나는 아직 부모의 죽음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드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뿌니었다.

"이런 이야기를 한 것도 네 결심이 견고하다고 인정해서란다."

고모는 마지막으로 열심히 하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다시 묘지를 청소하러 갔다.

이렇게 해서 나는 이케부쿠로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함과 동시에 지금까지 이상으로 아르바이트에 열을 올려 지갑과 생활을 절약해 나갈 것을 굳게 맹세했다.

세 자매의 손에 들어온 재산은 후견인인 타카나시 가의 관리 하에 매달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금액과 학비만 뽑아서 내가 맡고 있었다. 고모가 그쪽 친척들과 공동으로 관리를 하고 있었고, 세무서에 근무하는 진짜 공무원라고 하는, 세자매의 큰아빠이자 신고 매형의 형인 노부요시 씨가 물샘 틈 없는 서류를 세심하게 짝이 없는 장부를 만들어 줬기 때문에, 만에 하나 친척들이 이 돈을 써 버릴 거라는 걱정은 할 필요가 없어졌다.

어린이 된다는 것이, 부모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절실하게 깨달았다.

우일하게 추가로 돈이 드는 것을 산 것은 소라와 미우의 휴대전화였다.

우리끼리 사는 이상 그것만은 꼭 필요했기 때문에 요금은 세 자매의 계좌에서 직접 자동 이체되도록 해 놓았다. 두 사람은 어지간히 기뻤는지 이제는 휴대전화를 몸에서 떼지 않고 갖고 다녔다.

중학생이라면 사람에 따라 갖고 있는 경우도 있겠지만, 초등학생때부터 갖고 다니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을 테니 미우가 좋아할 만도 했다.

덕분에 나는 연락하기 쉬워져서 상당히 수월해졌다.

그런 식으로 다들 저마다의 생각을 가지고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현재---.

다시 잠이 들어 엄청난 지각을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