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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왔으니 견학도 안 하고 가는 것도 이상하지 않아? 게다가, 거기에는 문제의 중역이 또 한 명 있어."

"아하."

저 요란한 기자회견 직후이다. 자신에 대해서도 이미 알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리무진은 미끄러지듯이 쿠어 은행 앞에 멈춰 섰다.

정면 현관과는 반대쪽의 조용한 입구였지만, 안으로 들어서자 그곳에는 마중하러 나온 사람들이 빽빽이 복도를 메우고 있었다. 근무 시간일 텐데 이런 일로 자리를 비워도 될까 싶을 정도로 거창한 환영이었다. 건물 바깥까지 사람들이 서 있지 않았던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두 명째의 중역의 이름은 패트릭 샌더스.

공화우주에 몇백 개 이상의 지사가 있는 쿠어 은행, 증권, 신용카드 회사를 총망라하며 금융 부문을 쥐고 있는 남자이다.

풍채가 좋고 싹싹한 성격으로, 켈리에게도 지극히 정중하게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미스터 쿠어. 부회장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미즈 쿠어, 결혼 축하드립니다."

인사 순서가 거꾸로 된 게 아닐까 싶었지만, 아무래도 이 샌더스라는 남자는 켈리를 띄워주면서 자기들 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심산인 듯하다.

재스민은 도착하자마자 사내 극비문서를 보고 싶다고 말하고, 그 핑계로 호위를 위해 동반하던 중위 일행을 내버려둔 채 자료실에 틀어박혔다.

덕분에 켈리는 혼자서 샌더스를 상대해야 했다.

"만나게 되어 기쁩니다, 미스터 쿠어. 고인이 된 맥스의 친구로서 당신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재스민은 아시는 대로 상당히 활발한 성격이니까요. 솔직히 말해서 활발한 게 지나칠 정도라, 저래서는 평범하게 결혼도 못 하는 게 아닐까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맥스도 분명히 저 세상에서 안심하고 있을 겁니다."

"황송한 말씀입니다."

평범한 결혼 따위 한 기억은 요만큼도 없다고 마음속으로 단언하면서 켈리는 정중하게 대답했다.

시먼스는 처음부터 켈리를 두고 재산을 노리는 인간이라고 밀어붙였지만, 샌더스는 그와 달리 조금씩 켈리에 대해 탐색하고 있었다.

켈리가 무엇에 흥미를 갖는지, 약점은 무엇인지, 어떤 성격이고 어떤 미끼를 뿌리면 움직일지 등에 대해서.

구하라, 얻을 것이다. 두드리라, 열릴 것이다.

켈리는 일부러 곤란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전 우주선 조종밖에 모르는 인간이라, 회사니 경영이니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픕니다. 마누라ㅡ재스민은 그래도 전혀 상관없다고는 해주지만요. 이런 제가 쿠어 재벌의 부회장이라니요. 정말 우스운 일입니다. 그런 엄청난 직함을 맡고 말았는데, 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생각대로 샌더스는 은근하게 말을 걸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미스터 쿠어. 말씀하시는 대로 쿠어 재벌은 전 우주에서도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는 다국적 기업입니다. 그 운영에도 고도의 전문 지식이 필요하고, 업무 내용만 해도 짧은 시간 안에 전부 파악할 수는 없지요. 하지만 그러기 위해 저희들이 있습니다. 잘 모르시는 일이 있거든 뭐든지 물어주십시오. 얼마든지 도와드리겠습니다."

"아아,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당신만 믿겠습니다. 정말 곤란하거든요. 절 두고 재산을 노리는 놈이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지만, 아, 그야 저도 돈이 싫은 건 아닙니다. 그건 부정하지 않지요. 하지만 이권이 어쩌고 채산이 어쩌고, 그런 귀찮은 일을 저한테 떠넘겨도 말이죠......"

"맞는 말씀입니다."

자포자기한 태도로 켈리가 말하자 샌더스는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겨우 몇 분 정도 얘기를 나눠본 것뿐이지만 그다지 비범한 인간은 아닌 듯했다. 밑천이 얕다고 평가해야 할지도 모른다.

켈리가 경영에 관해서 관심이 없다는 듯한 태도를 보이자마자 얼굴을 빛내면서 귀찮은 일은 전부 이쪽에 맡겨달라, 당신은 그냥 놀고만 있으면 된다고 암묵적으로 말하고 있었다.

일부러 그런 인간인 척 연기하고 있는 거라면 정말로 얕볼 수 없는 인물이겠지만, 그 점을 확인해보기도 전에 재스민이 돌아오고 말았다.

"방해해서 미안."

하는 말만을 남기고 호위들을 데리고 은행에서 나왔다.

체재 시간은 겨우 몇 분에 지나지 않는다. 절대로 10분 이상은 보내지 않았다.

리무진에 올라탄 재스민은 운전수에게 지시했다.

"시티로 가줘."

켈리도 얼굴에 동요를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의문에 가득 찬 시선으로 재스민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곳에는 '제우스'가 관리하고 있는 입국심사 게이트가 존재한다. 그리고 '제우스'는 예전 켈리가 체포되었을 때의 개인정보를 가지고 있다.

물어보려는 켈리를 제지하면서 재스민은 가만히 미소지었다. 그 눈은 '다 나한테 맡겨' 라고 말하고 있었다.

켈리는 포기한 듯이 씁쓸하게 웃으면서 리무진의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여기까지 와버렸으니 어쩔 수 없다. 하늘에 운명을 맡길 수밖에. 최악의 경우 정말로 다이애나를 부르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것도 운에 달려 있다.

창 밖으로 경치가 흘러간다.

멀리 바다가 빛나고 눈앞에는 푸른 숲이 끝없이 대지를 뒤덮고 있다.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이렇게까지 풍요를 상징하는 광경은 달리 없으리라. 지금까지 켈리의 생활에서는 거의 볼 일이 없는 광경이기도 했다.

마침내 풍경이 바뀌면서 시야 전체가 바위와 모래로 가득 찼다.

시티는 황량한 토지에 서 있다.

숲으로 조성할 수 있는 곳에 일부러 도시를 세울 필요는 없다는 것이 연방의 방침이며, 주위가 사막이라면 침입자를 가차없이 격퇴할 수 있다는 이유도 있었다.

얼핏 봐서는 그렇게까지 침입이 어렵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주위를 벽이 둘러싸고는 있지만, 그 벽의 높이도 기껏 해봤자 5미터 정도. 특별히 전류가 흐르는 것도, 레이저가 설치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 도시 상공에는 감시 위성 '케르베로스'가 한시도 쉬지 않고 시티를 지켜보고 있다.

정식 입구를 거치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