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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틀이 VIP 전용 활주로에 내려섰고 재스민과 켈리 역시 VIP 전용 게이트를 통과했다.

그곳에는 이미 그들의 호위를 맡은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전부 여섯 명, 눈에 띄지 않게 소박한 차림이지만, 우주공항 사무원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분위기가 달라서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놀랍게도 전원이 여성이었다.

한 사람이 앞으로 나와 재스민에게 경례했다.

"체재하시는 동안 두 분을 경호하게 되었습니다. 연방우주 제7군, 린다 그레이엄 중위 이하 13명의 부하가 행동을 함께 할 겁니다."

13명이라는 거창한 숫자에도 놀랐지만, 그 이상으로 군인이라는 말이 의외로 느껴졌다.

재스민도 같은 생각을 한 듯하다.

"그저 신혼여행인데 연방이 경호까지 붙여주는 건 그렇다 치고, 우리들은 민간인인데 왜 군에서?"

"모릅니다. 저희들은 명령을 받았을 뿐입니다."

그레이엄 중위의 나이는 약 25, 6세 정도. 키는 175센티미터 정도에 금발을 단정하게 묶고 수수한 바지 정장을 입고 있다.

한눈에도 점잖아 보이는 차림이었지만 검은 눈만은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중위는 묘하게 날카로운 시선으로 켈리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인사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미스터 쿠어. 체재하시는 동안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쪽이야말로 잘 부탁하네."

반사적으로 대답하다가 갑자기 의문이 떠올랐다.

"중위."

"예."

"내 부인에게는 처음 만난다는 인사가 없었지?"

그레이엄 중위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부인과는 예전에 창립 60주년 기념 파티에서 만나 뵈었습니다."

"분명 VIP만 모인 파티였을 텐데, 미안하지만 중위가 어째서 그런 자리에?"

"상부의 뜻이었습니다. 다음 회장이 되실 분이 여성이고, 혹시 연방에 오실 경우에는 이번처럼 저희들이 호위를 맡게 될 경우도 있으므로 얼굴을 익혀두기 위해 특례로 참석을 허락 받았습니다."

"그렇다면 중위의 부하들은 지금 이 자리에 없는 사람들까지 전부 여성이라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거 놀랐는 걸. 제7군이라고 했는데, 7군에는 호위전용 여성부대까지 있는 건가?"

쿠어 재벌과 연방이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대우가 과한 듯한 느낌도 든다.

"제 소속에 관해서는, 죄송합니다만 자세히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군사기밀이라는 건가."

경멸이 섞인 어조로 말하고서 켈리는 어깨를 으쓱했다.

연방군은 제1군부터 제12군까지 모두 열 두 개로 나뉘어 있으며, 각각이 독립된 군대로 그 정점에 장관이 있다.

기본적으로 같은 전력을 소유해야 할 테지만, 서로 경쟁의식을 품고 있으므로 다른 군에는 없는 특색을 만들기 위해 그 군의 특징적인 부대를 만드는 경우도 있다. 아마 그레이엄 중위도 그런 특수부대 중 하나에 소속되어 있는 것이리라.

"동반요원으로서 여기에는 일단 부하 다섯을 남겨두었습니다. 다른 여덟 명은 안전 확인을 위해 미리 보내두었습니다."

중위는 그 자리에 있던 다섯 명의 여성들을 소개해주었지만 뭔가 분위기가 묘했다.

육체노동이니만큼 전원이 20대에서 30대에 걸친 젊은 나이로, 엄격한 훈련을 받은 인간 특유의 분위기를 띠고 있다.

거기까지는 알 수 있지만, 전원이 켈리를 향해 주의 깊게ㅡ아니, 뜨거울 정도로 시선을 쏟고 있는 것이다.

켈리 자신이 거대 재벌의 회장이고 독신이기까지 하다면 여성들이 뜨거운 시선을 보내는 것도 납득할 수 있겠지만, 그런 분위기도 아니었다.

뭔가 점수를 매기는 듯한, 가치를 따지는 듯한, 하여간 우호적이라고 말하기는 힘든 눈빛이었다.

재스민은 수행원들을 중위에게 소개한 다음, 시티가 아니라 그 근처의 도시로 향했다. 그곳에는 쿠어 재벌의 금융 부문 본사가 있었다.

신혼여행치고는 특이한 목적지였다.

마중하러 온 리무진에 탄 뒤로 재스민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정말로 도청을 경계하고 있는 걸까 생각했지만, 분위기가 조금 이상했다. 행동은 조용했지만 눈만은 불꽃이 튈 듯이 격렬하게 빛나고 있다. 마치 눈이 황금색으로 변한 것처럼 보였다.

"왜 그래?"

"뭐가?"

"보기 드물게 긴장하고 있잖아."

"그래?"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웃는 것을 보고, 켈리는 질문 방법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말을 바꿔본다.

"은행에 무슨 일이야?"